‘동반자살(Joint suicide)’이란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다. 1978년 11월 남아메리카 가이아나 요릭 타운에서 미국인 사이비 목사 짐 존스의 주도 하에 벌어진 ‘구주의 사도 인민사원 집단 자살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동반자살 사건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1987년 8월 발생한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이 대표적인 동반자살 사건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발생한 동반자살 사건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 자살을 택하는 경우다. 동호인 모임처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만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형태다.
두 번째는 가족 동반자살이다. 1960년 4·9 혁명 당시 이기붕 부통령 일가의 동반자살이 여기에 해당된다.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목숨을 잃은 모든 사람이 자살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곤 한다. 구주의 사도 인민사원 집단 자살 사건과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의 경우에도 주도자들이 추종자를 먼저 살해하고, 나중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족 동반자살 사건의 경우 이 같은 특징이 더욱 부각된다. 동반자살이라고 하면 참여자의 자발적 동의와 참여를 전제하기 쉬운데, 동반자살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참여했을지 의문이 남는다.
이처럼 자발적 동의 여부가 불명확함에도 우리는 동반자살 사건에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사건을 일컫는 용어에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학술적으로도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과 동반자살을 분명히 구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반자살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사람들을 먼저 살해하고 주도자가 마지막으로 자살하는 경우를 살해 후 자살과 동반자살에 모두 해당되지만, 자녀를 먼저 살해하고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라면 살해 후 자살에만 해당된다.
그렇다면 유독 국내에서 가족 동반자살로 포장된 비극이 빈번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자녀의 생명권을 부모가 소유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혼자 죽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는 등의 인식이 이 같은 기류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가족 집단 동반자살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최악의 가정폭력이자 가장 극악한 형태의 아동학대다. 부모는 가해자고 자녀는 피해자일 따름이다.
가족 집단 동반자살은 부모의 언어이지, 법의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법의 언어는 살인이다.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서될 수 없는 중범죄다. 부모라는 이유로 공감되고 미화되고 심지어 일부라도 용서돼서는 안 된다.
가족 간 인명 살상에 대해 법은 또 다른 차별을 하고 있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면 존속살인으로 가중처벌을 받도록 하면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할 때는 비속 살인이라며 가중처벌하지 않는다.
왜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면 가중처벌되고,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면 가중처벌이 아니라 감경될까. 현행 형벌관은 가족 동반자살이 빈번히 발생하는 현실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어린 자녀는 부모의 보호 의무가 있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스스로 보호하고 방어할 수 없는 어린 자녀가 죽음을 원치 않음에도, 부모가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행위를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이름하에 이해하거나, 용서하면 안 된다. 엄연히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비속 살인 후 자살이 돼야 하고 존속살인 이상으로 가중처벌돼야 한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