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분당설 막전막후

2022.07.04 15:33:17 호수 1382호

이재명 대표 되면 쪼개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외부와의 싸움이 끝나면 내부에서 갈등이 다시 시작된다. 국민의힘과의 싸움이 끝난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싸움이 한창이다. 각 계파는 이익 챙기기에 사활을 걸고 있고, 서로 타협 없는 싸움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가 끝나더라도 이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약 두 달 남았다. 민주당 혁신형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오는 8월28일 치르겠다고 확정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 대표 1명과 수석최고위원 1명, 최고위원 4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임시 전당대회 이후 약 1년 만에 치르는 대규모 선거다.

패배 딛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만큼 ‘비명(비 이재명)’과 ‘친명(친 이재명)’ 간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어떤 후보를 내세울지 각 진영은 고심하고 있고, 계파의 주류 의원들은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물밑 접촉을 하며 세력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

<일요시사>가 취재 도중 만난 민주당 측 인사는 “그동안 전당대회 중 가장 치열한 선거가 될 것 같다. 계파  간 갈등이 전례 없는 수준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그가 말했다시피 지난 대선에서부터 시작된 친명과 비명간의 싸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패배한 대 후보들이 잠행에 들어간 관례를 깨고, 이재명 의원이 보궐선거에 등판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5월8일 당내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다시 정치에 복귀할 것을 선언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나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나 역시 조귀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선거에서 진 책임을 지라는 ‘비명’계 측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이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하자 정계에서는 그의 목적이 ‘당 대표’라는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의원직에 수많은 욕을 들으면서 나온 데는 더 큰 뜻이 있을 것이란 예측을 했기 때문이다. 

계파 갈등 전례 없던 수준
이대로 가면 전대 후 파열

이에 ‘비명’계는 우려하기 시작했다. 대선 때 적극적으로 이 의원을 돕지 않은 세력과 끝까지 그의 출마를 반대했던 이들 모두 공천권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그리고 이들의 우려는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다수의 채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당내에서 이미 기정사실화돼있다.

이 의원과 가깝다고 알려진 한 의원은 “워크숍에 가서 더욱 확실해졌다”며 “이 의원은 전대에 나갈 것을 확정했고, 발표 시기를 고민 중”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간 공식석상에서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이라고 했던 이 의원이 이미 결심을 굳혔고, 당내 반발이 최소화될 시점에 발표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모든 의혹과 문제 등에서 ‘정면돌파’를 선택해온 이 의원의 성격상 당 대표에 안 나올 리가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 의원의 ‘강행 출마’가 가시화되자 ‘비명’ 의원들은 바빠졌다. 이 의원의 전대 출마를 막기 위해 대선 및 지선 패배 등 ‘책임론’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고 ‘세대 교체론’을 들고 나와 아예 새 인물을 뽑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친문’계는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586 용퇴론’에 힘을 실어주며 젊은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엔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대표 격인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 의원의 불출마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8일 본인의 SNS에 “당을 위해 저를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당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먼저 성찰과 반성을 통해 책임 정당이라는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본다”고 사실상 이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래도 이 의원이 의지를 굽히지 않자, 몇몇 민주당 측 인사들은 ‘분당’이란 단어까지 입에 올리는 중이다. 이 의원이 당 대표를 욕심낸다면, 당이 쪼개질 것이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1960년과 1987년 분당한 전례가 있으며 2015년에는 이번 경우와 똑같이 전대 직후 분당 사태가 발생했다.

계파 이익 챙기기 사활 대치
‘비명 vs 친명’ 수싸움 치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대표로 선출한 바 있다. 이에 비주류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비노(비 노무현)계’에서 불만이 고조돼가고 있었고, 2015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당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창당을 시사하면서 새민련의 분당은 가시화됐다.

얼마 후 비노의 대표격인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가 탈당을 선언하자 민주당의 분당은 현실화됐다. 이어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이 동반 탈당했고, 제3지대에 있던 정동영 전 의원과 김민석 전 의원이 신당 창당에 합류했다.

여기에 박준영 전 전남지사와 박지원, 최재천 의원 같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힘을 보태며 민주당은 완벽히 둘로 갈라졌다. 이후 탈당하지 않은 새민련 의원이 모여 힘을 규합했고 새민련이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이들은 김종인 전 의원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한 뒤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고, 한동안 민주당은 혼란에 빠지게 됐다. 단순히 당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나였던 민주당이 둘이 된 것이다.

친명과 비명 싸움은 이때의 ‘친노’와 ‘비노’ 싸움보다 더 심하게 진행 중이라는 게 민주당 측 인사의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서 ‘전대 이후 분당설’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공천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당에 속하느니 새로운 세력으로 나아가려는 조짐을 보인 것이다.


최초로 분당을 주장한 사람은 문재인정부에서 중기부 장관을 맡았던 박영선 전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이 의원의 전대 출마를 두고 “당이 굉장히 혼란스럽고 분당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걱정이 많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 의원이 받은 1600만표도 당이 받은 것일 뿐, 후보가 받은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의 말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의원도 ”이재명이나 반이재명이냐 이걸로 당이 갈라질 수 있다. 이런 당내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발언해 분당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나서 둘로

지난해 경선서 시작된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은 대선, 지선을 넘어 전대, 그리고 전대 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혁신 및 개혁하자며 비대위를 띄웠던 민주당의 내부 갈등은 ‘분당’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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