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왜 이재명을 찍었는가

2022.06.14 09:06:53 호수 1379호

불현듯 초·중·고 학창 시절 수업 시작 전에 낭송했던 국민교육헌장의 한 구절인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대목은 참으로 희한하다.

필자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미 45년도 더 지나간 시절의 일이고 또 현재와 미래를 삶의 주안점에 두고 있으며 지난 일들에 대해 의식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내는 필자의 입장에서 살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뿐만 아니라 군 시절에 필자에게 부여됐던 군번 역시 그렇다.

마치 필자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지금도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오고는 한다.

심지어 아직도 자신의 총기번호까지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수한 반복 행위로 인해 필자의 머리에 완벽하게 각인돼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그런 이유로 이 나이에도 과거의 일이 현실처럼 재현되고는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여하튼 필자 세대에게 뿌리 깊게 박힌 책임정신에 대해 논해보자.

이즈막 젊은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우리 세대에게는 자신의 모든 행위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책임지지 못할 일이라면 애초에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어떻게 살피면 전근대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 특히 필자의 사고가 잘못된 걸까.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 이어간다. 

2주 전 <일요시사>를 통해 지난 대선 패배자였던 이재명과 안철수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기이한 현상을 강도 높게 질타했었다.

아울러 그 두 사람을 가리켜 철면피도 부족한 표현이라, 차마 인간으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짓이라 언급했었다.

두 사람은 공히 필자와 별로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책임의식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 두 사람을 살피면 장난감 권총을 들고 제 부모를 향해 총질해대는 철부지가 연상될 정도다.

여하튼 안철수는 제쳐두고, 이재명에게 초점을 맞춰보자.

최근 실시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이 기상천외한 발언을 토해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흔들기를 하면 안 된다. 민주당에 득 될 게 없다. 저쪽 사람들만 이익이고 좋아할 일”이라며 “이재명을 찍었던 국민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인간에게 한 번 물어보자. 왜 다수의 국민이, 필자가 이재명을 찍었는지에 대해서다.

이와 관련해 역대 최악이었던 지난 대선 상황을 다시 거론한다.

필자가 누차에 걸쳐 언급했듯 지난 대선은 국민의 의중은 철저하게 무시한 제 정당들의 추악한 욕심의 산물에 불과했다.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는 공히 능력과 도덕성 측면에서 최악의 후보였다.


그 과정에서 국민은 고민하게 된다. 필자 표현대로 발랑 까진 자와 골빈 자 사이에서 국민은 고심하게 되고 많은 국민이 골빈 자를 피한다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이재명을 찍었다.

결론적으로 언급해서 문제는 이재명, 나아가 추악한 패거리 정신에 함몰된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당시 민주당에서 이재명을 제외한 그 누가 나섰더라도 윤석열에게 정권을 뺏기지 않았을 터다.

상황이 이런데 대선 패배의 원흉인 이재명에 대해 애착을 지니는 민주당을 바라보면  더불어 고사(枯死)하자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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