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사건 키맨' 박영수 전 특검의 오지랖

2022.03.14 10:38:00 호수 1366호

‘또 등장’ 안 엮인 데가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세상의 눈은 대통령 수사를 위해 임명된 특별검사팀에 쏠렸다. 



특별검사제. 검찰이 아닌 행정부와 독립된 사람 등 제3자에게 수사·기소 등의 역할을 맡기는 제도를 뜻한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 등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위해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를 임명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2명의 후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과거 ‘게이트’급 사건에 활용됐다. 

꽃길 걷다

2016년 11월17일 ‘박근혜정부의최순실등민간인에의한국정농단의혹사건규명을위한특별검사의임명등에관한법률’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30일 자신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을 임명했다.

특검 임명 한 달 뒤인 12월2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수사하는 특검팀이 출범했다. 

박영수 특검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특검팀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나의 대형 사건만을 집중 수사하는 특검팀은 결국 특검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실제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박 전 특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 됐다. 

2017년 2월28일 공식적으로 수사팀의 수사 기간이 끝날 때까지 국민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특검팀은 2017년 3월6일 뇌물 혐의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해 13가지 혐의를 적용한 국정 농단 사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인용됐다.

3월31일 민간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후 공소 유지 체제로 전환한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업무를 이어갔다. 그로부터 5년 뒤, 박 전 특검 수사팀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두 사람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전 특검이 특검에 임명되자마자 수사팀장으로 끌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바로 자신이다.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좌천된 윤 전 총장은 박 전 특검의 부름이 있기 전까지 한직에 머무르던 처지였다. 윤 전 총장은 특검팀 합류 이후 말 그대로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된 데 이어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2016년 대통령 잡는 수사팀 수장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사퇴

검찰총장 사퇴 후 정치에 입문해 20대 대통령에 선출되는 등 굴곡지긴 했지만 꽃길을 걷고 있다. 

반면 박 전 특검은 화려했던 명성이 비리와 의혹으로 얼룩지는 모양새다. 각종 사건에 박 전 특검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는 것. 대통령을 수사하던 서슬 퍼런 특검팀 수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수 없으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7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에게 고급 수입차 포르셰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김씨가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선동 오징어(배에서 잡아 바로 얼린 오징어) 투자를 미끼로 피해자 7명으로부터 총 116억2000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내용이다. 

박 전 특검은 김씨로부터 고가의 포르셰 차량을 빌린 것으로 드러나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명절 선물로 대게와 과메기 등 수산물을 받고, 김씨에게 법률 자문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박 전 특검은 “포르셰를 받고 이틀 뒤 반납했고, 렌트비 250만원은 변호사를 통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으로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의 사퇴로 ‘5년 공든 탑’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 전 특검은 임명 이후 4년7개월 째 특검으로 활동 중이었다. 

박 전 특검은 “특검은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국가권익위원회의 ‘특검은 공직자’라는 유권해석을 받아 기소 의견으로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의 처신을 두고 법조계는 물론 국민의 비판이 이어졌다.

5년 가까이 특검 업무를 진행하고도 자신을 공직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행보까지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 전 특검은 불명예 퇴진 이후에도 쉴 틈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처음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에 박 전 특검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이때부터 박 전 특검의 이미지는 더 추락할 곳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장동 사건 연루 의혹에
부산저축은행까지 줄줄이

박 전 특검이 굵직한 사건마다 언급되면서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수사를 폄훼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은 2015년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설립 이후부터 고문 변호사로 일하며 연 2억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특검으로 임명되면서 고문직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4월 박 전 특검 계좌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측에 5억원이 이체됐고, 대장동 개발 수익이 난 뒤엔 김씨 측에서 박 전 특검의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대행업자인 이모씨 측에 109억원이 건너가기도 했다. 

화천대유에 연루된 건 박 전 특검뿐만이 아니다. 그의 딸 박모씨는 2015년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하던 지난해 6월 이 업체가 분양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가량에 분양받아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구속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과 함께 ‘50억 클럽’의 멤버로도 지목된 상태다. 50억 클럽은 대장동 개발업자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을 말한다.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 외에도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름이 거론됐다.

권 전 대법관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대선을 3일 앞두고 터진 ‘김만배 녹취록’에서도 그의 이름이 언급된다.

<뉴스타파>는 김만배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고 언급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2009년 대장동 민영개발업자 이강길씨의 시행사에 1000억원대 대출을 알선한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바닥으로

박 전 특검 측은 입장문을 통해 “박 변호사는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상식을 벗어나 후배 검사들에게 수임 사건을 청탁한 사실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그뿐만 아니라 조우형의 사건을 검찰에 청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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