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삭센다' 뒷거래 실태

2022.02.15 10:34:25 호수 1362호

불법인데 쉽게 구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온라인 유통 플랫폼 확대에 따라 의약품 불법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중 비만주사제로 알려진 ‘삭센다’가 처방전 없이 인터넷 카페에서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어 의학계에서도 관련 조치를 내린 상태다. 



새해 목표를 다이어트로 꼽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설날 연휴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다 보면 다이어트 의지는 자연스레 꺾인다.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는 다이어트가 힘들다 보니 다이어트 보조제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식욕감퇴

다이어터에게 가장 주목받는 삭센다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다. 2010년 당뇨병 치료제로 출시한 인슐린 주사 ‘빅토자’를 임상시험하다가 혈당 조절 효과뿐 아니라 체중 감량 효과가 커 해당 성분만을 따로 추출해 비만 주사로 개발했다. 

2018년 출시된 삭센다 주사는 포만감을 주고 식욕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다이어트가 되게 한다는 원리다. 위장에 음식물이 찼을 때 우리 몸에선 더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도록 하는 호르몬 GLP-1이 분비된다. 위장에 음식물이 오래 머물며 잘 소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GLP-1의 영향력은 안타깝게도 5분 이내에 사라진다.

다시 말하면, 5분 뒤면 다시 식욕이 돌아온다는 얘기다.


삭센다 주사는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하면서 지속 기간은 훨씬 길다. 약효가 떨어지는 반감기가 12시간 정도로 하루에 한 번만 주사해도 온종일 식욕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승인을 받은 비만 치료제로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얻은 삭센다 주사는 국내 비만약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줄곧 차지했다. 

다이어트 보조제로 큰 인기를 끈 삭센다는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불법(약사법)임을 아는 판매자들은 ‘삭ㅅㄷ’ ‘ㅅㅅㄷ’ 등과 같은 명칭으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카페에는 “ㅅㅅㄷ 4펜을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 개당 가격을 묻거나 쪽지를 달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카페에서는 개인 거래뿐 아니라 해당 주사제를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병원을 문의하는 게시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삭센다는 3mL가 1펜이라는 단위로 판매되는데, 보통 1~4주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펜당 13만~15만원 선으로, 의사 처방이 필요하고 의료기관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
돈 받고 잠수…부작용 등 속출

삭센다 구매 희망자를 대상으로 돈만 받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사기 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사기 수법은 간단했다. 삭센다를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다는 글로 구매자를 유혹해 송장번호 사진을 찍어 전송한 뒤 입금을 요구한다. 

구매 희망자에게 의약품 불법 거래라고 협박한 뒤 거래하기 위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지워달라고 요청한다. 구매 희망자 태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삭센다를 또 팔기 위해 입금을 요청한다. 돈만 받고 물건은 보내주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수법이다. 

구매자들의 부작용 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카페에 ‘삭센다를 괜히 많이 샀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최저용량으로 맞아도 너무 약이 잘 받아서 힘들다. 두 번이나 체해서 구토하고, 무기력하고 헛구역질까지 계속한다. 어제부터는 주사 맞은 부위에 멍, 발진까지. 병원에선 환불 안 된다고 해서 낭패”라고 호소했다.

이어 “혹시 삭센다 처방받으실 분들은 처음부터 많이 사야 할인된다고 많이 처방받지 마시고, 써보시고 대량 구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삭센다의 인기는 일부 병원의 ‘밀어내기식’ 판매를 부추겼다. 대한의사협회는 1펜을 팔 때마다 환자 대면 진료와 투약 교육을 권고했지만 일부에서는 한꺼번에 5펜 이상씩 처방해주기도 했다. 시가보다 가격을 30% 이상 낮춰 9만~10만원까지 떨어뜨려 판매하는 병원도 생겨났다.

삭센다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신문·방송 등 대중광고가 금지돼 있다. 비만 치료 외 미용 다이어트용으로 사용할 경우 효과 및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아 위험하다. 메스꺼움과 구토 등의 부작용과 갑상선암 췌장염 등 관련 경고사항은 환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해야 한다.

2018년 11월에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의사의 처방 없이 삭센다를 판매하거나 홈페이지에 광고한 일부 병의원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등에서 불법 거래가 지속되자 대한의사협회가 나서 전체 회원들에 삭센다의 안전한 사용을 당부하는 지침을 발송했다. 의협이 특정 의약품에 대한 안전 사용지침을 내린 건 이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에 삭센다를 처방한 의사들에게는 주기적인 대면 진료를 권고했고, 의사의 처방 없이 온라인에서 판매하거나 구매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의 상담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선 비만 환자에 처방하게 돼있는 약인데다 구토, 메스꺼움,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의사의 정확한 처방과 복용법,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아야만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투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국내 의약품 유통 관련 법규 및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며 “올바른 처방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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