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귀식 대한의류수선리폼협회 회장

2022.02.14 10:35:48 호수 1362호

“수선 기능인 손기술 세계 최고…정부는 뒷짐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류수선 리폼업계 종사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업계 자체가 사장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일요시사>가 ‘어디에나 있지만 또 어디에도 없는’ 의류수선 리폼업계 현실을 들여다봤다.



의복 봉제 산업 등 경공업은 1970~1980년대 중화학 공업과 함께 우리나라 제조업을 이끈 한 축이었다. 당시 봉제 산업과 양장 산업의 호황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990~2000년대 들어 전국 곳곳에 백화점이 생기고 기성복 시장이 커지면서 두 업계는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다. 

골목마다

이후 봉제 기술자와 양장 기술자는 의류수선 업자로 변모, 현재의 의류수선 리폼 시장의 핵심축이 됐다. 수선리폼업은 ‘어디에나 있지만 또 어디에도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는 무심결에 지나치지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골목마다 수선실이 존재한다. 수선리폼업이 ‘변방의 생활업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 의류수선 리폼산업 시장은 그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지난해 12월 기준). (사)대한의류수선리폼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의류수선 리폼 업체 수는 2만3000여개로 관련 종사자 수는 19만3000여명에 이른다. 향후 시장 규모가 5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 잠재력을 싹틔우기도 전에 업계가 사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선 리폼 업계는 말 그대로 늙어가고 있다. 기존의 종사자들은 은퇴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종사자가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


여기에 전체 업체 수의 30%가량이 미등록 사업장이라 이미 사각지대에 있는 업계에 또 다른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대한의류수선리폼협회(이하 수선리폼협회)는 이 같은 업계 상황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2017년 9월 창립됐다. 2018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 허가와 승인을 받아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수선리폼협회는 종사자 권익 보호와 환경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소외당하고 있던 수선리폼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2만3000여개 업체, 20만 종사자
2조원 시장 규모에도 지원 없어

하지만 열악한 업계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선리폼협회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맞물려 시너지를 내야 할 시점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업계 활성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던 수선리폼협회 관계자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지난 5년간 사비를 들여가며 노력해왔지만 변화가 없기 때문. 게다가 코로나19로 업계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7일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수선리폼협회 사무실에서 서귀식 회장, 류태웅 상임이사를 만났다. 각각 서울 잠실, 경기도 성남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은 매일 안양의 사무실로 출근 도장을 찍고 머리를 맞대는 중이다. 생업보다 업계 상황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정말 (업계)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남아 있는 수선기능인은 점점 나이를 먹어 가는데 젊은 사람이 유입되지 않으니 업계 자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기술력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이 업계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협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수선리폼협회는 일부 수선리폼 업체의 음성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 중인 업체는 코로나19 사태에도 관련 지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미등록 사업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흔히 말하는 객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은 주 66시간 근무, 소득 불평등 등에 시달리면서도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 각종 지원 혜택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

서 회장은 “누구든지 수선 리폼 업체를 할 수 있는 현 상황을 신고제 또는 허가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음지에 있던 분들을 양지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며 “또 수선 리폼 기술 관련 공인자격증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협회에서 민간자격증을 발행하고는 있지만 이를 공인화하는 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도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다. 류 이사는 “옷을 수선하고 리폼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대면해야 한다. 고객이 요구사항을 확실하게 말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수선 리폼업은 대면 업종으로 분류되지 않아 손실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허탈해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수선 리폼 업체의 매출은 40~50% 줄어들었다.

전체의 30% 미등록 사업장 
신고 양성화·공인자격증화

수선리폼협회는 미용업계나 세탁업계처럼 신고제나 허가제를 통해 업체를 양성화해 정부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관리하에 시장 경제에 편입될 수 있는 것. 수선리폼협회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 등의 방식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 회장은 “현재 수선 리폼 업계 일자리 통계를 보면 매년 1만명 정도가 부족하다. 패션 관련 대기업은 자체 수선실을 두고 수선기능인을 고용해 전국에서 발생하는 AS를 책임진다. 이 수선실에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북한, 중국,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한국 기술자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수선리폼협회는 수선기능인 양성, 기술력 향상 등을 맡고 정부는 이를 위한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술 관련 장비 지원, 교육 시설 대여, 협회 상근직에 대한 처우 개선 등 말 그대로 수선 리폼 업계를 살려 달라는 호소다.

인터뷰를 보고 있던 또 다른 수선리폼협회 관계자는 “한마디로 수선 리폼업으로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선리폼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대분류 경비‧청소, 중분류 청소‧세탁, 소분류 세탁으로 돼있던 직무코드를 대분류 섬유‧의복, 중분류 의복 관리, 소분류 세탁‧수선으로 바꿨다. (수선리폼업이)독립된 직무로 인정받지 못하고 세탁업에 편입돼있다는 인식을 바꿀 첫걸음인 셈”이라고 전했다.

NCS 직무회의 참석, 국민귄익위원회 제소 등 활발한 문제 제기 끝에 이뤄낸 결과다. 지난달 2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 회장과 류 이사는 종사자의 참여를 호소했다. 서 회장은 “부끄럽지만 우리 업계가 이 상황까지 몰린 건 누구 하나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개인이 아무리 똑똑하다 할지라도 여럿이 모여야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귀 기울이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각지대

이들은 “수선 리폼업은 조선시대 ‘삯바느질’에서부터 시작됐다. 1970~1980년대에는 국가의 근간 산업으로, 경제 발전의 1등 공신이었다. 우리나라 수선기능인의 손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썩히지 말고 미국이나 호주, 일본처럼 의류 산업의 한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정부 차원의 노력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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