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②당진 솔뫼성지

2022.01.24 10:15:55 호수 1359호

마음을 다독이는 새해 산책

2021년 새해 소망을 빌 때만 해도 몰랐다. 2022년에도 “올해는 코로나19가 꼭 종식되길…” 하며 되뇌리라고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또 한 해가 시작되고,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호젓하고 차분하게 새해를 열고 싶은 이라면 충남 당진 솔뫼성지로 가자.



솔뫼성지는 충남 당진 우강면 송산리에 자리한다. 솔뫼는 ‘소나무가 우거진 산’을 뜻하며, 한자로 송산(松山)이라 쓴다. 송산리의 자연부락인 솔뫼마을은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이다. 김 신부뿐만 아니라 증조할아버지 김진후, 작은할아버지 김종한, 아버지 김제준 등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던 곳이기도 하다.

4대에 걸친 순교자

1900년대 초에 김대건 신부의 생가 터가 고증됐고, 순교 100주년을 맞은 1946  년 순교복자비를 세우며 성지 조성이 시작됐다. 2004년 생가 안채를 복원했고, 2014년에는 생가 일대가 사적(당진 솔뫼마을 김대건 신부 유적)으로 등록됐다.

단아한 생가 한옥 마루에는 26세 꽃다운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 초상이 걸려 있고, 맞은편 마당에 프란치스코 교황 조각상이 있다.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에서 기도하던 모습을 본뜬 조형물이다. 긴 세월의 간극을 두고 마주한 두 성인의 모습에 경건해진다.

생가 뒤쪽은 노송이 빼곡한 숲이다. 이곳에 1977년 건립한 김대건 신부 동상이 있다. 한복 차림에 갓을 쓰고 영대를 두른 김 신부의 모습을 표현했다. 동상 뒤로 성모를 의미하는 흰색 기념탑이 우뚝하다. 소나무와 기념탑, 동상이 신비롭게 어우러진다. 종교를 떠나 잠시 눈 감고 새해 소원을 빌고 싶어진다.


소나무 숲은 솔뫼성지를 평온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심신의 휴식을 위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숲을 걷노라면 누구라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소나무 숲을 따라 ‘십자가의 길’이 이어져 순례자가 차분히 기도하기 좋다.

솔뫼성지에는 김대건 신부의 활동과 업적을 보여주는 기념관이 있다. 한국 교회사 관련 자료도 전시한다. 솔뫼가 속한 내포 권역의 천주교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 의미를 넘어, 우리 역사의 한 면을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기념관 건축 형태도 눈여겨보자. 김대건 신부와 밀사들이 조선에 입국하려고 탄 라파엘호를 재해석했다. 순교의 의미를 담아 붉은빛으로 외관을 꾸미고, 김 신부의 세계를 향한 기개를 표현하기 위해 가운데 넓은 통로를 만들었다. 통로를 지나면 솔뫼성지 방문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화동의 모습을 담은 조형물이 있다. 기념관 둘레에 인공 연못과 산책로가 조성돼 한 바퀴 돌아보기 적당하다. 다음 달까지 기념관 내부 개·보수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니, 방문 시 참고하자.

‘소나무가 우거진 산’이란 뜻
한국 최초 사제가 태어난 곳

솔뫼성지 일대에 최근에 들어선 공간도 놓치기 아깝다. 교황 방문 3주년을 맞아 2017년 성지에 건립한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의 집’ 경당은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다. 김대건 신부가 쓴 갓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지붕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천주교 복합 예술 공간 ‘기억과 희망’이 문을 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당시 아시아 청년들과 만난 자리다. 건축물은 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의 사목 표어 ‘피어라, 순교자의 꽃들아!’에서 영감을 얻어 꽃을 형상화했다. 꽃잎 여러 장이 어우러진 지붕 모양이 특징적이다. 대성전과 미술관, 기획 전시실을 갖췄고 야외에는 ‘십자가의 길’, 성모칠고동산 등을 조성했다. 카페와 로컬 푸드 판매장도 있다.

차분한 새해맞이 기운을 이어가고 싶다면 솔뫼성지에서 버그내순례길을 따라 걸어보자. 솔뫼성지에서 합덕제(충남기념물), 합덕수리민속박물관, 합덕성당 등을 거쳐 신리성지까지 이어지는 약 13㎞ 코스로,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린다. 순교자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천주교 유입과 박해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껴보는 사색의 길이다. 스탬프 투어를 운영해 걷는 재미를 더한다.

합덕성당과 신리성지는 사진 촬영 명소로도 사랑받는다. 당진 합덕성당(충남기념물)의 현재 건물은 1929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붉은 벽돌과 첨탑 2기가 눈길을 끈다. 신리성지는 다블뤼 주교가 거처하던 곳으로, 당진 신리 다블뤼주교 유적지(충남기념물)로 지정·보호된다. 신리성지 내 순교미술관에서 신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성직자와 순교자의 행적을 담은 기록화를 볼 수 있다.

폐교를 개조한 아미미술관은 정겨운 시골 초등학교의 정취와 감각적인 예술 작품이 어우러져 감성을 자극한다. 눈으로, 사진으로 담고 싶은 풍경이 곳곳에 있다. 미술관 주변을 감싼 자연환경도 한몫한다. 계절에 따라 미술관 풍경이 달라진다. 실내 전시실과 야외 전시장, 복합 문화 공간 ‘메종 드 아미’, 카페 ‘지베르니’, 한옥, 산책로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삽교호놀이동산


삽교호관광지에 있는 삽교호놀이동산에서 여행을 마무리하자. 복고 분위기가 매력적인 이곳은 회전목마, 바이킹, 야구연습장 등을 갖췄다. 그중 백미인 대관람차를 타면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낮 풍경만큼 야경이 일품이다. 대관람차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솔뫼성지→버그내순례길→아미미술관→삽교호놀이동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솔뫼성지→버그내순례길→아미미술관→삽교호놀이동산
둘째 날: 함상공원→도비도→왜목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솔뫼성지 www.solmoe.or.kr
- 버그내순례길 www.dangjin.go.kr/beogeunae
- 신리성지 sinri.or.kr
- 아미미술관 amiart.co.kr
- 삽교호놀이동산 www.sghland.com
- 당진시 문화관광 www.dangjin.go.kr/tour.do  

문의 전화
- 솔뫼성지 041)362-5021~2
- 버그내순례길(당진시청 문화관광과) 041)350-3580~5
- 신리성지 041)363-1359
- 아미미술관 041)353-1555
- 삽교호놀이동산 041)363-4589

대중교통
[버스] 서울-합덕,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8회(06:38~20:1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합덕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551번·720번·721번 등 일반버스 이용, 솔뫼성지 정류장 하차, 도보 약 2분. 합덕버스터미널에서 솔뫼성지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합덕버스터미널 041)363-0262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송악 IC→삽교호·삽교호관광지 방면 오른쪽→북부산업로→운정 IC→서산·당진 방면 오른쪽→신당교차로에서 우강·신당리 방면 좌회전→신흥교차로에서 합덕·우강 방면 좌회전→동촌삼거리에서 예산·합덕 방면 우회전→창리교차로에서 당진·예산 방면 우회전→솔뫼교차로에서 솔뫼성지·합덕 방면 오른쪽→우회전→솔뫼성지

숙박 정보
- 호텔로씨오: 송악읍 한진포구길, 041)355-3100
- 당진시티호텔: 당진시 시청2로, 041)352-5350
- 뉴캐슬호텔: 송악읍 부곡공단로, 041)357-2750

식당 정보
- 순성브루어리(수제 맥주·왕매실토마토파스타): 순성면 매실로, 041)354-1204
- 모구바(모구바바게트): 신평면 삽교천3길, 041) 362-3390
- 우렁이박사(우렁쌈장): 신평면 샛터로, 041)362-9554


주변 볼거리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난지섬해수욕장, 한진포구, 심훈기념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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