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쩍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보자. 국민의힘 경선 전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당선되면 직장에 잠시 휴가를 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정치판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그러자 아내가 그 이유와 방법을 되물었다.
먼저 이재명 아니, 엄밀하게 언급해서 이재명류가 대통령을 맡는 것에 대한 부적합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당선으로 명분을 잃어버린 필자의 비책을 설명하자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필자의 양심에 동조를 표해줬다.
독자들께 어떻게 비쳐질지 모르나 필자는 이 후보의 낙선 정도가 아니라 대선 과정에서 낙마시킬 정도의 묘안을 지니고 있었다.
일종에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 나라 정치판의 생리를 어느 정도 꿰뚫고 있는 필자로서 당연히 시도해볼만한 계책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이재명과 난형난제인 윤석열이 당선되면서 필자의 시각으로 살필 때 광란의 투견판으로 변한 선거판에서 필자의 계책은 한낮 한여름 밤의 꿈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자.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과 윤석열을 가리켜 음주운전자와 초보운전자에 비유하자 이재명이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제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드린다.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이 후보 측은 “발언의 취지는 ‘음주운전 경력자와 초보운전 경력자 중 실수할 위험이 더 많은 사람은 초보운전’이라는 뜻”이라며 “음주운전보다 초보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먼저 이 대목에서 잘못된 단어 사용 즉 운전에 대해 지적하고 넘어가자.
고려 말부터 사용된 운전(運轉)이란 단어의 본래 의미는 ‘옮기다’라는 의미의 운(運)과 ‘회전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전(轉)이 결합해 그저 ‘회전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마도 자동차 바퀴를 움직여 이동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사용하기로 정한 모양인데 상당히 어색하다.
아울러 ‘비행기나 선박, 자동차 따위의 기계를 다뤄 부린다’는 의미의 조종(操縱)이 더욱 합리적으로,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조종면허로 지칭해야 옳다.
여하튼 이 글에서는 운전이란 단어를 사용해 이야기를 풀어본다.
안철수는 이재명의 음주운전 경력을 가리켜 음주운전이라 지칭했고, 윤석열은 정치 초년병이라 초보운전이라 칭한 모양이다.
필자가 살필 때 안철수 역시 정상적인 운전자는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최근까지 입만 열면 정권교체를 외쳐댔다. 물론 그 주장에는 국민의힘과 공동정부 구상도 포함됐을 수 있는데 그를 포기하고 독자 출마했다.
자신이 차기 권력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목에서 문득 지난 17대 대선 시 이회창 전 감사원장이 대선에 출마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이 전 감사원장은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비리 혐의로 중도에 낙마할 것이라 예상하고 출마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철수가 혹시 그런 요행수를 바라고, 이재명이나 윤석열이 중도에 낙마할 경우 그 자리를 꿰차고자 하는 의도로 출마했을 수 있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기는 힘들다.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 공히 해당되기 때문으로 결국 안철수의 출마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보복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대선은 면허 취소 음주운전자인 이재명과 무면허 음주운전자인 윤석열의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될 텐데 보복운전자인 안철수가 끼어들었다.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갑갑하기 그지없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