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신스틸러' 홍준표 역할론

2021.11.22 13:32:54 호수 1350호

무야홍! 어디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패배한 후보는 보통 존재감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종 경선에서 청년층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았던 여파가 이어지는 중이다. 벌써부터 5년 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층의 낮은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약점 중 하나다. 연일 청년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홍준표 의원은 청년층을 통한 세 다지기로 역할론이 급부상 중이다. 

어디로?

다수 청년층이 국민의힘의 신규 당원으로 가입하면서 국민의힘의 경선 당시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경선 역시 대흥행에 성공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정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물론 흥행의 중심에는 윤 후보와 홍 의원의 역할도 컸다. 출마 당시만 해도 존재감이 미비했던 홍 의원은 빠른 속도로 윤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았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의 지지율은 역선택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경선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홍 의원의 존재감은 날로 커졌다. 그동안 ‘꼰대’ 등의 이미지로 분류돼왔으나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로 청년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그가 청년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유는 시원한 언행 덕분이었다. 적재적소에 맞는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청년층의 지지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법 고시제 부활, 정시 비율 100%의 공약 등 청년세대를 위한 공약들도 지지율 상승에 한몫했고 청년층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결국 경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은 윤 후보의 지지율을 앞지르면서 최종 경선 마지막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5일 최종 경선 결과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로 윤 후보가 선출됐다. 홍 의원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패배를 받아들였다. 

청년 세력화 통한 독자노선
2030 등에 업고 기반 다지기

청년층 역시 홍 의원의 패배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청년층 표심이 절실히 필요했던 윤 후보는 홍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리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캠프 합류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의 패배는 고스란히 국민의힘에 입당했던 청년층 탈당으로 이어졌다. 청년층의 탈당은 2030세대들이 홍 의원을 선택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를 역행한 구태정치의 본질을 보여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 최종 경선 당원투표에서 홍 의원을 지지한 2030세대의 지지율은 윤 후보의 지지율과 2배 이상 차이난다. 지속적인 청년층 이탈은 윤 후보의 지지율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했다.

현재 윤 후보가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층 지지율은 미진한 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의원 자체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게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홍 의원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는 매우 견고한 편이다. 또 홍 의원이 가진 청년 지지층은 대선 레이스 중인 이재명, 윤석열 두 여야 후보를 압박할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년층이 향후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게 될 것이 분명해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원팀을 꾸려야 하는데 홍 의원이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상 사실상 원팀이 가능하겠냐는 시선도 있다.

이는 윤 후보가 필수적으로 홍 의원을 캠프에 영입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인 셈인데 여전히 그는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합류와 관련해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며 “더 이상의 논쟁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만큼 그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은 아주 낮다. 오히려 ‘비리 대선’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이 후보와 같은 당 윤 후보를 동시에 저격하고 있다. 

탈당 후 출마?
윤 사퇴 등판?

두 후보의 청년층 지지기반이 미약하다는 점은 홍 의원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에는 홍 의원이 ‘청년의 꿈’이라는 플랫폼을 개설하면서 청년층의 기반을 더욱 견고히 다지는 중이다. 사실상 청년 지지층을 통해 자신의 노선을 정한 행보라고 풀이된다. 

그는 ‘준표형’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직접 답변을 달기도 한다. 청년층에게 한층 더 편안하게 다가가려는 취지로 읽힌다.

해당 플랫폼에는 개설된 지 하루 만에 1만5000여개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됐고, 게시물 누적 조회 수는 1000만회를 상회(지난 17일 기준)했다. 플랫폼 개설로 청년과의 접촉을 늘리며 차후에도 청년층 세력의 결집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당내 세력화나 창당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홍 의원 측은 창당설에 대해서 완강하게 부인했다.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은 “단순히 플랫폼으로 우리가(청년을) 도와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탈당 뒤 대선에 출마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으나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홍 의원을 향한 청년 표심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실제 탈당 후 대선 출마는 금지돼있다.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57조 2항에 따르면 당내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자는 경선에 탈락하게 되면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

더욱이 과거에도 홍 의원은 끝까지 당을 지켰다는 평가가 내려질 정도로 당에 대한 애정도가 상당히 높은 인물로 스스로도 ‘26년간 당을 지켜온 주인’이라고 자평했을 정도다. 

차기?

이에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플랫폼상에서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글에 대한 답변으로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답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홍 의원의 행보에 대해 ‘몸값 불리기’라는 비판 등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누구처럼 몸값 흥정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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