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걸었다'는 힘 빠진 입담꾼 신정환의 숙제

2021.10.19 11:18:53 호수 1345호

‘옛날 같지 않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유튜브 채널 <신정환장>으로 복귀 신호탄을 쏜 방송인 신정환이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윤종신과 함께 새 채널 <전라스:그러지 마오>도 개설했으며, 팟캐스트 부동의 1위 프로그램 <매일매일 불금쇼>에도 출연했다. “방송이 제일 좋다”는 그는 복귀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앞선 복귀시도 당시의 소극적인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그의 강점인 애드리브가 힘을 쓰지 못한다. 국내 최고의 입담꾼에서 비호감으로 전락한 신정환, 이번에는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팟캐스트 <매일 매일 불금쇼>가 파격적인 섭외에 성공했다. 2018년 JTBC <아는 형님> 이후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고 있던 신정환을 게스트로 초대한 것. 예고 방송만으로 <매불쇼> 채팅창은 피 튀기는 설전으로 가득했다.

설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신정환을 두고 비판하며 <매불쇼>에 실망감을 드러낸 팬들이 있는가 하면, 11년이면 자숙기간이 길었다면서 두둔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정확하게 양 갈래로 갈라져, 호감과 비호감을 드러냈다. 

<매불쇼> 출연은 신정환에게도 매우 큰 도전이었다. 지상파 예능의 경우 기본적으로 출연자를 예우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방송을 표방하는 데 반해 <매불쇼>는 미래 권력인 대통령 후보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날카롭고 예민한 질문을 퍼붓는 방송이다. 

수년 동안 다양한 분야를 깊이 다룬 정영진과 최욱, 두 명의 MC는 여러 방면에서 오랫동안 지식을 축적했으며,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의 본질을 꿰뚫어왔다. 게스트의 작은 빈틈조차 절대 놓치지 않는 동물적 감각이 있어, 어쭙잖은 변명과 거짓말을 완벽히 해부한다.


이로 인해 창피를 당한 게스트도 적지 않다. 방송 말미에는 모든 조롱을 넣어두고 게스트를 아름답게 포장해, 치명타가 될 논란을 만들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송곳같이 예리한 질문에 진정성 있게 답변하는 게스트의 인기는 급등한다. 위기의 연예인들이 <매불쇼>를 통해 관심을 끌었다. <매불쇼>는 연예인은 물론 정치적으로 성향이 다른 정치인조차 매력을 느끼게 할 정도다. 물론 예리한 질문을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11년 전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뎅기열사건’으로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탄 신정환은 <매불쇼>의 먹잇감으로는 최적이다. 

분명 자신이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퍼부을 것을 알았을 텐데도, 신정환은 굳이 이 방송을 찾았다. 그리고 분량의 80%를 도박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불편한 모습이 역력한데도, 꿋꿋하게 2명의 MC와 ‘티키타카’를 이루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같은 배경에는 최근 윤종신과 함께 개설한 유튜브 채널 <전 가스:그러지마오>(이하 <전라스>) 때문이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방송”이라고 밝힌 신정환은 <전라스>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고 밝혔다. 이전 방송 때와는 다른 적극적인 태도가 엿보였다.

‘복귀각 보인다’ 11년 만에 생긴 동정 여론
위축된 표정·떨리는 목소리…재미가 필요해

‘예전의 라디오스타’를 줄인 <전라스>는 자유롭고 편안하면서 B급 정서를 담은 토크쇼를 지향한다. 뮤지, 김구라, 하하, 이혜영 등이 게스트로 나왔다. 초반부만 해도 어딘가 정리가 되지 않은 듯 보인 <전라스>는 점차 회차가 늘어나면서, 강력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구독자는 겨우 5만명에 그치며, 영상 조회수도 방송 퀄리티에 비해 적은 10만회에서 40만회 사이다. 

홍보가 필요하다고 느낀 신정환이 수백만 청취자를 보유하고 있는 <매불쇼>에 총알받이로 나선 것. 시종일관 정영진과 최욱에게 두들겨 맞은 신정환은 적지 않은 동정표를 받아갔다.

도박 이슈와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딘가 자신감 없게 답하는 모습이 특히 애잔하다는 반응이다. 여전히 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이가 적지 않지만, 신정환의 복귀를 응원하는 이도 분명 늘어났다.


실제로 <신정환장>이나 <전라스>에는 신정환을 응원하는 댓글이 많다. 기발한 발상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그의 재능은 아직도 팬들에게 향수로 남아 있는 듯 보인다. 

몇 차례 방송에 출연하며 복귀 시도를 했던 신정환에게 있어 최근의 분위기는 11년 동안의 공석을 메우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다.

아쉬운 점은 신정환의 퍼포먼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전라스>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보고 편한 게스트가 나올 때는 예전의 강력한 애드리브가 나오곤 하지만, 처음 만난 패널과 있을 때는 여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매불쇼>처럼 신정환에게 공격적인 내용이 화두로 나오면, 목소리도 떨리고 불안감도 크게 엿보인다. 과거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대한 자책감과 온갖 악성 댓글로 인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신정환에게 가장 큰 숙제는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을 없애는 것.

앞서 강호동과 이수근, 노홍철, 탁재훈 등 연예인들은 크고 작은 문제로 인해 방송가를 떠난 적이 있다. 대부분 복귀 후 적잖은 시간을 적응기로 보냈고, 적응을 마친 뒤에는 전성기 시절의 퍼포먼스를 뛰어넘는 매력을 보였다. 방송이 익숙해지면서 불안감을 덜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신정환 역시 방송가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조금은 털어낼 필요가 있다. 그가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 오랜 시간 벌을 받았다고 여기는 대중이 적지 않아, 좀 더 자신 있는 모습으로 나와도 충분히 용인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중은 반성하는 신정환 대신, 웃기는 신정환을 그리워하고 있다.

압박

국내 내로라하는 예능 스타로부터도 부러움을 사는 재능을 가진 신정환이 독창적인 재미를 되찾고 방송가에 연착륙 할 수 있을까. 부담과 압박에서 벗어나 실력으로 증명하는 방법밖에 다른 답안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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