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이용자 수 84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의 수장 조만호 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혔다. 최근 벌어진 젠더 문제와 쿠폰 차별 지급 논란을 책임지겠다는 이유에서다. 조 대표 사퇴 이후에도 무신사는 과거 논란들이 함께 주목받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무신사는 과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작됐다. 무신사는 지난 2009년 온라인 샵을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선보이며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의도 없었다?
쏟아진 비난
사업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세다. 2013년 1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조원을 달성했다.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업계서 국내 최초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이상 기업)에도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여성회원에게만 할인쿠폰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남녀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을 대처한 방식이었다. 한 고객이 게시판에 댓글로 쿠폰 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리자 무신사 측에서는 해당 회원에게 60일 서비스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해당 문제가 이슈화되자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무신사 측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고 게시판도 불매하겠다는 글들로 도배됐다.
결국 조만호 대표가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서 여성고객들의 구매 확대를 위함이었다는 해명과 함께 전체 고객에게 동일한 쿠폰을 발행하기로 약속했다. 커뮤니티 이용자 정지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조 대표는 배려 없이 무신사가 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업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남녀 차별 논란이 발생한 뒤 현대카드와 협업한 물물교환 프로젝트 포스터도 논란이 됐다. 카드를 잡고 있는 손 모양이 메갈리아(이하 메갈)의 모양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포스터는 여러 개 레퍼런스 중 하나고, 비하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럼에도 일부 여론에선 무신사가 논란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데다 부주의로 인해 해명보다는 사과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거 오리온과 진행했던 협업도 함께 문제로 떠올랐다. 기존 초코송이 과자 케이스에 그려진 캐릭터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화이트 초코송이 과자에 그려진 캐릭터에는 메갈이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것과 비슷한 손 모양을 하고 있다는 데서 논란이 일었다.
화이트 초코송이 캐릭터가 해당 손 모양을 한 것은 무신사와의 협업 제품이 유일하다.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잇단 물의로 여론의 뭇매
의도한 바가 없다고 해도 단순 실수로 생각하기엔 무신사의 패션업계 파급력을 따져본다면 절대 간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조 대표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이메일을 전 사원에게 전송한 뒤 20년간 일군 무신사 대표직을 스스로 내려놨다. 사퇴 당시 회사와 관련된 모든 업무는 내려놓고 신생 브랜드 발굴과 해외진출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발생한 논란들은 모두 무신사 성장의 기반이 된 남성 고객층을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조 대표의 사퇴를 통해 이번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자 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사퇴 전 조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의장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전히 조 대표의 기업 의사 결정에 대한 영향력은 남아 있어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적 시선도 나왔다.
조 대표가 대표직에 있을 때도 무신사는 표절 의혹으로 한때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지난해 출시한 무신사 한정판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인 솔드아웃이 그 대상이다.
퓨처웍스의 한정판 정보 커뮤니티 앱인 쏠닷과 무신사의 솔드아웃이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앱의 활용도 면에서 보면 차이점은 있다.
쏠닷은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고, 솔드아웃은 마켓까지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앱의 구성 형태다.
퓨처웍스 측은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비롯해 디자인과 구성면에서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무신사 측은 표절에 대해 이미 2001년에 도메인 등록이 돼있었고 앱을 기획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표절 의혹
갑질 시비
그러자 퓨처웍스는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출시하기 전 쏠닷 측과 1년간 면담을 진행하며 각종 정보를 제공받았고, 무신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 함께 한정판 재판매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무신사 측은 소송에 대해 퓨처웍스 측에서 서비스 도용 여부, 아이디어 제공 여부 등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현재 퓨처웍스와 무신사는 앱의 표절 여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최근 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무신사의 영향력이 퓨쳐웍스보다 막강한 만큼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1위’의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는 무신사는 갑질 논란도 겪었다. 일부 브랜드에 특정 경쟁사에 입점할 경우 거래를 끊겠다고 통보한 점이 문제가 됐다.
갑질 논란이 문제되자 무신사 측은 “비브랜드를 주로 유통하는 플랫폼에 동시 입점한 일부 브랜드로 인해 소비자의 의문이 발생한 점과 비브랜드 상품 중심의 입점 여부를 브랜드와 비브랜드를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입점 브랜드의 가치 보호를 위한 노력”이라고 부연했다.
패션 플랫폼 초창기엔 각 패션 플랫폼들이 추구하는 분야가 서로 다른 부분이 존재했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종합 패션 서비스의 규모가 겹치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무신사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경쟁 플랫폼에서 상위 매출을 올린 브랜드를 선택해 무신사 플랫폼에 독점 공급하도록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신사의 조치가 규모가 작은 패션 플랫폼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와
다른 행보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의류 플랫폼 특성상 브랜드 독점력이 곧 경쟁력이란 점에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는 무신사의 독점을 위해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점으로 풀이된다.
무신사가 처음부터 각종 논란에 대해 현재와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다. 과거 무신사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광고한 양말과 관련된 홍보문구가 문제된 적 있다.
문제의 광고는 양말이 빠르게 마른다며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랐다’는 내용의 카드뉴스 형식의 광고였다. 해당 광고는 네티즌 사이에서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며 논란이 일었고 고인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무신사는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무신사는 즉각 광고를 삭제했고 3일 동안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성의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무신사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사무국에 사과했고, 조 대표와 임원진이 기념사업회의 사무국장 등과 만남을 가졌다. 기념사업회 측도 무신사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방문 이후 자체적으로 강사를 초빙해 전 직원을 상대로 강의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고, 컨텐츠 검수자도 영입했다. 콘텐츠를 담당했던 해당 직원은 정직과 감봉, 직무 변경이라는 조치를 취했다.
해당 논란이 잠잠해진 뒤에도 무신사 측은 진행 상황을 알린 뒤 한 번 더 사과했다. 여론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기업의 진정성 있는 대처와 사과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를 두고 무신사가 업계에 끼치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알고,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책임지려는 노력을 한 점과 개인의 잘못이 아닌 회사가 책임지려 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표직 사퇴 의장직은 수행
규모 커졌는데 속은 그대로?
칼하트 브랜드 제품의 가품 논란이 있었을 때도 무신사는 정품과 가품을 가리지 않고 환불처리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의심을 불식시킨 바 있다. 현재 대표 사퇴라는 강수를 뒀음에도 무신사의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이유는 과거의 대처 방식과는 차이점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무신사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으며 홍대입구역의 오프라인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 9일 시행된 라이브 방송에서도 무신사는 60분 만에 3억원어치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아직까지 무신사가 업계 1위로써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무신사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동종 업계인 스타일쉐어와 29cm를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또 조 대표의 사퇴 발표 하루 만에 강정구 프로덕트 부문장과 한문일 성장전력본부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된 점에서 기업운영의 전문화를 공고히 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상장 시점이 다가오면서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고 대표의 사임으로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 대표의 사임을 ‘준비된 사임’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업계서 그에 대한 평가는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구조를 온라인 중심으로 바꾼 인물로써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대한 기여가 크다고 인정받고 있다. 동시에 1인 브랜드 성공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다만 추후 논란이 발생했을 때 과거처럼 시원하지 않은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공정’에 민감한 젊은 층들이 결국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돈 벌고
변했다?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규모가 커진 만큼 논란에서 더 자유롭지 못하다. 일각에선 무신사가 기업적인 책임을 다하려면 규모에 맞는 규율과 규정을 정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일관성을 가지고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계는 지금…‘손가락 모양’ 비상
GS25부터 시작된 손가락 모양 논란은 현재도 큰 이슈다. 조윤성 사장이 직접 사과했지만 불매운동은 멈추지 않았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BBQ를 비롯해 무신사, 오비맥주, 다이소 등 손가락 모양의 논란이 연이어 불거졌다. 기업들은 남성 혐오 기업으로 낙인 찍힐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거 올렸던 사진이나 홍보물들도 조명돼 기업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업들은 문제가 될만한 홍보물과 게시물들을 점검하며 사태 해결에 나섰다.
손가락 이슈로 논란된 기업들은 공식 사과문을 올리거나 대표가 직접 사과하기도 한다. 문제는 사과문이나 해명 글을 올려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손가락 이슈로 비난을 받거나 문제가 되는 기업들은 매출 감소로 이어지거나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된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