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지방선거, 이대로 좋은가

2021.04.05 10:30:36 호수 1317호

▲ ▲황천우 소설가

며칠 전 출근길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현수막에서 ‘LH 해체, 주택청 설치, 투기 부동산 몰수, 투기 이익 환수’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실소가 절로 터져 나왔다. 그 당사자가 누구인지 살펴봤다.



진보당으로 출마한 한 젊은 여성이었다. 그를 살피자 이번에는 실소가 아니라 냉소가 흘러나왔다. 그 사람이 당당하게 내건 공약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용이 아니라 대통령 혹은 국회의원 선거용이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에 이르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왜 그 후보는 얼토당토 않는 공약을 내걸었을까, 그 후보는 자신이 내건 공약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모를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명색이 한 정당의 대표로 출마한 사람이 그 정도의 인식 능력이 없지는 않을 터였다.

그런데 왜 그 후보는 보궐선거와 관계없는 공약을 내걸었을까.

결론은 뻔하다. 서울 시민들에게 먹혀든다는 판단에 그런 공약을 내걸었고, 실제로 일부 유권자들은 그 공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기가 막히는 일이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과정에서 후보로 확정되자 ‘서울시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글’을 공표했는데, 그 중 일부 인용한다. 

“안철수 후보님께도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단일화전투에서는 대결했지만, 정권 심판의 전쟁에서는 저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저는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습니다.“

오 후보의 변을 상세하게 살피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다. 오로지 대권에만 관심을 표하고 있다.

아울러 필자의 판단으로는 서울시장과 국회의원까지 역임했던 그의 변은 차라리 대선 출정에 임하는 출사의 변으로 비쳐진다. 즉 그의 안중에 서울시장은 없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런데 그 사실을 오 후보는 모르고 있을까.

앞서 진보당의 젊은 후보를 통해서도 언급했지만 오 후보 역시 모를 턱이 없다. 그럼에도 거창하게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출사의 변을 내놓은 이유는 각종 선거 때마다 야당이 들고 나오는 정권 심판론이 선거에서 중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정치와 지방자치의 원 개념을 상세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철저한 기망행위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선거 결과를 놓고 살피면 동 상황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됐고, 이번 선거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지방자치제 폐지를 주장했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출범 동기가 지극히 불손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지방선거는 노태우정권 시절 여소야대 정국에서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김종필의 지방 권력 나눠 먹기 차원에서 실시됐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나라에 지방자치가 필요해서 실시됐던 게 아니라 ‘삼김’의 땅 따먹기, 즉 정치 논리에 따라 탄생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치 논리에 휘말리고 결국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철저한 정략 수단으로 전락했다.

결론적으로 언급하자. 각종 선거 특히 지방선거가 현 정권의 심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노태우정권 시절 시행될 뻔 했던 중간 평가제로 바꾸고, 그도 정 싫다면 지방선거에 정당 개입을 원천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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