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답게 나이 들기로 했다

2021.04.05 08:59:46 호수 1317호

이현수 / 수카 / 1만6000원

책의 저자인 이현수 심리학 박사는 어느 날 친구들과 모여 밥을 먹다가 느닷없이 분위기가 가라앉는 경험을 한다. 한 친구가 아버님이 당뇨로 발가락을 절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낸 후였다. 각자의 노쇠한 부모님의 이야기도 모자라 본인들의 노화까지 말하게 되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갑자기 속상해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친구든 지인이든 누구와 대화를 하더라도 ‘노화’만큼 희비가 교차하는 주제가 있을까. 비탄과 절망에서 초월과 담담함까지 그 넓은 스펙트럼을 종황무진한다. 이것은 역으로 나이 듦에 대해 그만큼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물며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의 마음 문제를 해결해온 심리학자 또한 나이 듦의 혼란스러움은 피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저자는 나답게 나이 드는 것이 인생을 가장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임을 이야기한다. 특히, 마흔이나 쉰이 넘었다고 갑자기 이전과 다른 삶을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가치관도 바꿀 필요가 없다. 우리가 지금껏 지녀온 가치관은 울퉁불퉁 모양새가 좋지 않은 부분이 조금은 있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를 지탱해온 소중한 것이다. 분명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기에 부둥켜안고 살아왔을 것이다. 이유가 어쨌든 우리의 것이며, 그저 지금부터는 울퉁불퉁함을 조금씩 매끄럽게 다듬어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2021년, 한국은 수년 전 예상했던 대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다만 건강 수명보다는 질병 수명 쪽으로 수명이 연장된 듯하고, 노년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지지 기반도 척박하기만 하여 암울하기만 하다. 
그래도 좀 더 시야를 넓혀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노인 문제 해결에 대한 전망이 밝다. 다만 그런 전망들이 현실화되기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기에, 저자는 개인이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일들은 먼저 시도해보자는 취지에서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크게 올바른 식생활, 긍정적 마음, 명상, 운동 등의 방법을 거론한다. 특히 신경 생성, 세포 재생을 가장 활발하게 일으키는 것은 약이 아니라 운동이며, 운동만 해도 뼈에서 좋은 물질이 분비되어 기억력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더불어 건강한 노화에 음식이 끼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고 말하며, 무엇을 먹어야 좋을까의 측면보다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의 측면에서 좋은 식사법과 영양소를 소개한다. 더불어 운동은 개인의 선호가 있지만 먹는 것은 선호가 아닌 필수적인 일이라고 강조한다.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마음 관리는 나이 들면서 오히려 쉬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중년 이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 관리를 해보기에 아주 좋은 나이라는 의견을 밝힌다. 중년 이후는 세상을 다른 관점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지혜가 최고조로 달할 뿐만 아니라 가장 심리적으로 자유로운 시기이므로 마음 주인 노릇을 해보기에 썩 좋은 나이라고 말한다. 
독자들과 삶의 지혜를 교감하고 서로 용기를 북돋우면서 노년기라는 숲을 산책하듯 유유자적 건너가보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당당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완결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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