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김종인의 배수진

2021.02.08 11:39:42 호수 13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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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기소장에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 문건에 있었다는 사실과 관련해 “문재인정권이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했다”며 그를 ‘이적행위’로 언급한 발언으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이에 대해 부연 설명해보자.

사건은 201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판문점에서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과 북의 협력방안들과 관련한 여러 대책 중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이 작성된다.

그리고 2019년 감사원이 산업통산자원부(이하 산자부)를 감사하기 전날 산자부 직원이 동 문서를 포함 여러 파일을 삭제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삭제된 파일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동 문건을 발견하고 결국 검찰의 기소장을 통해 알려지게 된다.


동 사건을 간략하게 요약했지만 김 위원장이 이적행위라고 지적한 사안은 남북정상 회담 직후 실무 차원에서 작성했던 문건으로 여러 안 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시 언급해서 실무자의 단순 아이디어일 뿐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발언 “공무원의 컴퓨터 폴더에 무엇이 있었다면, 그것이 당연히 남북 정상회담에서 추진됐다고 주장하시는 것이냐”며 “국가 운영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처럼 그저 ‘안’에 불과하다.

동 사안에 대한 김 비대위원장의 작심 발언을 살피면 문득 1998년 추석 무렵에 발생했던 이른바 총풍 사건이 떠오른다.

청와대 행정관과 북한을 상대로 중국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던 사람들이 이회창 당시 후보의 요구에 따라 대통령 선거전 판문점에서 총격을 요청했다는 허무맹랑한 사건 말이다.

각설하고, 사건이 확대되자 산자부에서 동 문건을 공개했지만 산전수전 심지어 공중전 지상전까지 겪은 김 비대위원장이 그와 관련한 내막을 모를 턱이 없다.

그런데 왜 김 비대위원장은 그를 이적행위로 규정했을까.

필자는 김 비대위원장이 금번에 실시되는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판단한다. 금번에 서울과 부산에서 실시되는 광역단체장 보궐선거는 그의 멈출 줄 모르는 욕심의 향방이 걸려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중요하다.

두 곳 모두 집권여당의 패착으로 인해 실시되는 선거인만큼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데 현 상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이고 그래서 결국 김 비대위원장은 무리수에 가까운 배수진을 치고자 그런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그가 노리는 셈법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김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문정권과 각을 세워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자대결 구도로 가겠다는 즉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미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피면 서울시장 선호도에서 안 대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기는 힘들지만 안 대표가 제 3의 후보로 나서 약진한다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수 세력의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보궐선거를 넘어 문재인정부 말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역대 모든 정권들이 그랬듯 문재인정부 역시 임기 말이 되면 공보다는 과가 부각될 수밖에 없고 바로 이 대목을 활용하려는 술책으로 보이는데 너무 환히 드려다 보인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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