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스포츠 선수에게 ‘인생 2모작’의 길이 열린 것일까. 스포츠 선수 시절 이름값을 날린 스타들이 속속 방송가에 침투하고 있다. 원조 격인 강호동을 시작으로 서장훈, 안정환, 김동현, 허재를 이어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방송인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야말로 ‘스포테이너’ 시대가 열렸다.
대중과 방송가에서 천하장사 출신 예능인 강호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경이로움이었다. 씨름계에서 최고의 위치를 점했던 그가 전혀 다른 분야인 방송·예능에서도 최고가 됐기 때문이다. 두 분야에서 전설급 활약을 한 강호동의 성과는 분명 유의미하다.
이모작
독보적이었던 강호동을 위협하는 스포츠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축구의 안정환, 농구의 서장훈과 허재, UFC의 김동현을 비롯해 박세리와 박찬호, 이영표, 이동국, 김연경, 현주엽, 한유미 등 각 분야의 스포츠 전설들이 방송가로 모여들고 있다. 이른바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 전성시대다.
MBC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뭉쳐야 찬다>까지, 등장하는 작품마다 흥행으로 이끈 안정환과 MBC <무한도전>으로 얼굴을 알리고 JTBC <아는 형님> SBS <동상이몽> KBS JOY <연애의 참견>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활약하는 서장훈은 명실상부한 예능인이다.
이들을 이어 김동현은 tvN <도레미 마켓-놀라운 토요일>과 <방탈출> 시리즈를 비롯해 다수 작품에서 맹활약을 했고, <뭉쳐야 찬다>에 나온 허재는 폭발적인 웃음을 갖춘 예능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농구선수 현주엽은 이미 ‘먹방’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현역 선수인 김연경은 솔직한 화법으로 뛰어난 방송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자, 방송가는 스포츠 스타들 모시기 전쟁에 돌입했다. MBC <나혼자 산다>가 김연경과 박세리를 발굴했고, 이어 다른 방송으로도 뻗어나갔다.
종목별로…속속 새 얼굴 등장해 활약
예능계 신선한 자극…광고유치도 수월
특히 아직도 예능 초보에 가까운 박세리는 E채널 <노는 언니>의 구심점으로 발돋움했다. 배구 한유미, 펜싱 남현희, 피겨 곽민정, 수영 정유인, 탁구 서효원과 여행을 떠나며 각종 스포츠 대결을 벌인다.
<노는 언니>는 강인한 여성들의 자유로운 여행이라는 테마를 살려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유미와 남현희, 곽민정, 정유인, 서효원은 스포츠 선수 특유의 솔직한 언행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KBS2 <축구 야구 말구>는 축구계와 야구계의 두 레전드를 섭외했다.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거둔 야구계의 전설 박찬호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출신 이영표다. 두 스타는 스포츠 실력 뿐 아니라 이른바 뛰어난 ‘말빨’의 소유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축구 야구 말구>는 박찬호와 이영표를 앞세워 최근 최소한의 운동조차 하고 있지 않는 국민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알 때까지 가이드 역할을 하겠다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다. 아직 방송 초반부인 이 프로그램은 테니스와 배드민턴과 탁구를 배웠다. 이형택과 이용대, 유승민 등 그 분야의 최고의 선수들이 두 사람을 직접 가르치거나, 승부를 벌이기도 한다.
운동 실력만큼은 국내 상위 0.01%로 평가받는 두 사람인지라, 무엇이든 금방 학습하고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준다. 아울러 논리를 겸비한 화법을 겸비하다 못해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는 등 시쳇말로 오디오가 빌 틈이 없다. 최근 스포츠 선수들을 활용해 론칭한 프로그램 중 가장 반응이 뜨겁다.
안정환을 중심으로 축구선수들이 E-SPORTS에 도전하는 KBS2 <위 캔 게임>도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이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인공이자 ‘을용타’로도 유명한 이을용과 이미 유튜브에서 자리를 잡은 조원희, 미남 축구선수인 백지훈이 축구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절친한 축구계 선후배들간 오고 가는 멘트가 노골적이면서 강한 편이다. 시선을 끄는 요소가 분명하다.
안정환·서장훈‧허재 선봉
박세리·박찬호‧심수창 합류
현역 시절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이동국은 은퇴 후 방송가 대어가 됐다. 이미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한 이동국은 수려한 외모와 맞춤식 육아법, 의외의 자학개그를 비롯해 방송인 못지않은 입담을 보여준 바 있다.
이동국은 SBS <집사부일체>의 사부로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는 딸 재시 양과 영상통화를 했으며, SBS <정글의 법칙> 녹화에도 참여했다. 은퇴를 앞두고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그이지만, 예능계에서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프로야구단 LG 팬들의 아픈 손가락인 투수 심수창도 방송인으로서 변화를 꿰하고 있다. 심수창은 지난 2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포수 조인성과 다툰 사건을 비롯해 국내 야구사에 진기록인 18연패 당시 복잡했던 심정, 류현진을 키웠다는 일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예능인으로서 끼를 발휘했다.
유튜브 ‘스톡킹’에서도 정용검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추며 입담꾼으로서의 내공을 키워가고 있다. 심수창은 웹예능 ‘마녀들’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스포테이너 전성시대가 도래한 배경은 스포츠 선수들이 방송인으로 내세우기에 장점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과거 영광으로 팬덤을 많이 확보한 것을 바탕으로 한 대중성 뿐 아니라 솔직한 화법과 경기장 밖에서의 인간적인 모습,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장점으로 나온다.
새로운 연예인이 등장하는 것보다 더 신선할 뿐 아니라 이미 다수의 협찬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라 광고 유치에도 수월하다는 평가다.
팬덤
E채널 조서윤 CP는 “시청자는 스포츠 선수를 다른 배우나 가수에 비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워낙 팬덤이 많아 광고 유치에도 좋으며, 실제 광고주들도 굉장히 좋아한다. 스포츠 명장면 비하인드 스토리 등 꺼낼 얘기도 많다. 당분간 이런 반응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