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열풍 잠재울 ‘발라드의 역습’

2020.11.23 11:22:34 호수 1298호

촉촉한 목소리 가을을 적시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발라드의 계절이 돌아온 것일까. 11월 가요계에는 감성 가수들이 속속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믿고 듣는 뮤지션’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이적과 이승기, 악동뮤지션 등이다. 앞서 그룹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대다수 아이돌이 연말 출사표를 던지면서, 가요계 겨울 접전이 예고됐다. 
 

▲ 가수 이적과 이승기 ⓒ뮤직팜·후크엔터테인먼트


후크송을 중심으로 한 아이돌 음악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트로트가 확장되면서, 음원 인기의 중심이었던 발라드가 다소 뒤처진 인상이었다. 

접전

음원 구매력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10대들의 경우 인트로가 긴 노래를 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인트로를 줄이다 못해 거세하는 풍토도 생겨나 기존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보인 일부 가수들은 신곡 발매를 머뭇거리기도 했다. 

아울러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 대다수가 발라드를 부른 가수들이었다는 점도 발라드계를 위축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최고의 가수들이 신곡을 발매했다. 이른바 ‘감성 장인’으로 불리는 스타들이다. 저마다의 색깔을 내세우며 음악 리스너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다. 


지난 2013년 ‘고독의 의미’ 이후 7년 동안 음반 발매를 미뤄온 이적이 지난 11일 정규 6집 ‘트레이스(Trace)’를 들고 대중 앞에 섰다. 남성 듀오 패닉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고자 김진표와 함께한 ‘돌팔매’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김진표가 랩을 어려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적이 적극적으로 설득해 녹음까지 이어졌다. 지난 2005년 12월 발매한 ‘패닉4’ 이후 15년 만에 호흡을 맞춘 것. 

패닉 시절부터 국내 사회문제를 비판한 음반으로 대중과 만나 왔던 이적은 ‘돌팔매’를 통해 패닉 시절 당시의 감성을 되살린다. 신곡에는 다양성과 연대에 대한 이적의 신념이 선명히 담겼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누군가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힌다면 그때는 한편이 돼서 맞서 싸우겠다’라는 의미를 가사에 담았다. ‘돌팔매’를 두고 이적은 ‘왼손잡이’의 25년 후 버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적은 최근 한 방송에서 “자기랑 의견이 다르면 없애버리려고 하지 않나. 누군가 다른 의견을 없애버리려고 한다면 그런 친구를 대신해 싸우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적은 지난 13일 김진표와 함께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대에 섰으며, 18일에는 팬들에게 직접 자신의 음원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가수로 시작했지만 최근 수년간 드라마와 예능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이승기는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지난 15일 정규 7집 수록곡 ‘뻔한 남자’를 공개했다. ‘뻔한 남자’는 오랜 기간 음악을 위해 방송 활동을 접고 음악 여행을 떠난 윤종신과 손을 잡고 선보인 노래다. 

이적, 이승기, 악뮤…속속 귀환
음원 올킬 “감성 장인들의 위력”

‘발라드 황태자’로 불렸던 이승기는 오랜만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저력을 드러냈다. ‘뻔한 남자’는 공개되자마자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SBS <집사부일체>에서 이승기가 선보인 라이브 무대는 분당 시청률 8.1%를 기록했다. 이는 당일 방송분의 최고의 1분으로 뽑혔다.

이승기가 신곡을 발매한 이유는 팬들의 성원 덕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 <집사부일체>에서 선보인 ‘금지된 사랑’ 영상이 700만뷰를 돌파하는 등 오랫동안 이승기의 새 음원을 고대한 팬들의 요청에 부응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새 앨범을 발표했다는 것. 


이승기가 5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새 앨범은 12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2012년 SBS <K팝스타2>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악동뮤지션(이하 AKMU, 이찬혁·이수현)은 음악에 대한 신선한 시각과 재기발랄한 가사 등 색깔 있는 음악을 선보여 왔을 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음악적 성장세를 꾸준히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AKMU는 지난 16일 새 싱글 ‘해프닝(HAPPENING)’을 발매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3번째 정규앨범 ‘항해’ 이후 1년2개월 만의 신곡이다. 

이찬혁은 신곡 해프닝에 대해 “이전에 있었던 통통 튀는 이미지들에서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곡”이라며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또 다른 거 했네’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렇게 커가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노래”라고 밝혔다. 
 

▲ ▲ AKMU(악동뮤지션) ⓒYG엔터테인먼트

이번 노래는 이전 앨범의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의 연장선에 있다. 이별 앞에서 깊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아픔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다. 

20대 중반으로 넘어가고 있는 악동뮤지션이 생각하는 사랑과 인연, 이별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신곡 해프닝 역시 공개되자마자 각종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랭크됐다. AKMU 감성 발라더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했다. 

이들 외에도 적지 않은 가수들이 겨울 발라드 시장을 노크한다. 최근 특유의 진한 감성으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길구봉구는 지난 15일 싱글 ‘알았다면’을 발표했으며,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로 두각을 나타낸 신예 김나영은 싱글 ‘니가 없다면’으로 다시 음원 강자자리를 노린다. 안테나 뮤직에 합류한 싱어송라이터 적재는 지난 12일 새 미니앨범 ‘2006’을 선보였다. 

승자는?

한 가요계 관계자는 “가수 임창정을 비롯해 무게감 있는 가수들이 음반을 발매하고 있는 10~11월은 다른 발라드 가수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여전히 발라드는 인기 있는 장르다. 사람들이 MBC <놀면 뭐하니>의 댄스곡이나 트로트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게 포착된다. 발라드가 음원 차트 등 다양한 수치에서 약진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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