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여행 ③강진 나이트드림

2020.07.20 10:03:48 호수 1280호

한여름 밤의 피크닉

▲ 강진 야간 관광 프로그램 ‘나이트드림’에서 즐기는 한여름 밤의 피크닉

“우리가 깨어 있긴 한 거야? 난 아직도 잠자고,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아.”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옛사랑을 되찾은 드미트리우스가 한 말이다. 현실과 꿈의 경계, 그 몽롱하지만 달콤한 기분을 표현할 때 ‘한여름 밤의 꿈’이란 말을 곧잘 사용한다. 강진에 가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로맨틱한 여행, ‘나이트드림’이 있다.

▲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을 감상하는 참가자들

‘나이트드림’은 강진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 프로그램이다. 낮과 다른 매력을 뽐내는 강진의 인기 여행지를 둘러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나이트드림은 뜨거운 여름밤이 시작되는 6월부터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까지 운영한다.

6~10월 운행

올해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총 5회 진행될 예정이다. 워낙 인기가 좋아 지난해까지 45인승 버스 3~4대를 가득 채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버스마다 최대 탑승 인원을 22명으로 제한한다.

▲ 누구나 걷기 편한 가우도 ‘함께해(海)길’

강진오감통에서 출발한 버스는 첫 번째 목적지 가우도로 향한다. 30명 남짓한 주민이 살아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섬 가우도는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출렁다리를 건너 섬 둘레를 도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함께해(海)길’이란 이름처럼 걷는 내내 푸른 바다가 곁을 지킨다.

산책로 대부분 경사가 완만하고 나무 데크가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걷기 편하다. 김영랑 시인 동상이 자리한 영랑나루쉼터를 비롯해 쉴 만한 공간도 곳곳에 있다.

▲ 분홍빛 하늘에 물든 가우도

나이트드림 참가자는 오후 4시35분부터 한 시간 동안 가우도 트레킹을 즐긴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걷기 좋은 시간이다. 아울러 가우도 일몰 역시 무척 아름답다. 분홍빛 하늘을 배경으로 섬의 윤곽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연히 배가 지나가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섬을 잇는 출렁다리도 밤이 되면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낮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가우도의 반전이다.

▲ ‘청춘 생각대로 극장통’에서 만난 강진극장 터와 옛날 영화 포스터

걷고 난 후 출출한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한다. 강진 읍내로 나와 추억의 테마 거리 ‘청춘 생각대로 극장통’에서 식사한다. 산과 들, 바다가 있는 강진에는 예부터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입맛에 따라 어느 식당을 선택하든 푸짐한 상차림과 따뜻한 인심이 반겨준다.

구도심의 정겨운 풍경은 덤이다. 〈영자의 전성시대〉 〈용가리〉 등 오래된 영화 포스터, 시대상을 반영한 표어를 구경하며 잠시 시간 여행을 즐겨도 좋다.

▲ 다산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었다는 사의재

오후 7시10분부터 사의재를 배경으로 마당극이 펼쳐진다.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었다는 사의재는 ‘생각과 용모, 언어, 행동을 바르게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란 뜻이다. 절망스러운 상황에도 몸과 마음을 다잡은 다산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공연도 흥미롭다.

귀양 온 선비를 살갑게 챙긴 주모와 딸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모두 지역민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틈틈이 연습한 터라, 연기가 조금 부족하고 실수가 있어도 친근하고 흥겹다.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신명나는 춤판을 벌인다.

▲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사의재 마당극

이제 버스는 마지막 목적지 세계모란공원에 도착한다. 강진 영랑 생가(국가민속문화재 252호) 뒤쪽에 조성된 공원은 시인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프로 꾸몄다. 거대한 유리온실에는 세계 각국의 화려한 모란이 가득하고, 산책로에도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피고 진다.

강진 대표 야간 관광 프로그램
여행지·공연 즐길 거리 한가득

요즘은 모란 못지않게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작약이 한창이다.

▲ 강진 영랑 생가 뒤쪽에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프로 꾸민 세계모란공원 ▲ 한여름 밤의 피크닉에 어울리는 닭강정과 수제 맥주

공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는다. 마침내 오색 조명이 켜지면 삼삼오오 돗자리에 모여 앉아 본격적인 한여름 밤의 피크닉을 시작한다. 읍내 통닭 골목에서 사온 시골닭강정에 지역 청년들이 만든 맥주를 곁들이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강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도 야외 공연을 선보인다. 낭만적인 시 한 편, 노래 한 곡에 멀리 읍내의 따스한 밤 풍경이 스민다.

▲ 짙푸른 녹음이 내려앉은 다산초당

나이트드림이 시작되기 전, 초록빛 싱그러운 강진의 여름 풍경을 챙겨보자. 지난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진 정약용 유적(사적 107호)에는 짙푸른 녹음이 내려앉았다. 유적 내 다산초당은 선생이 가장 오래 유배 생활을 한 곳으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대표작을 여기서 저술했다.


유배 생활의 외로움을 학문 연구와 집필로 달랜 다산의 처지가 초당에 오르는 험난한 돌길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 다산과 깊은 인연을 맺은 백련사

초당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백련사가 보인다. 통일신라 말기에 창건해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백련사는 다산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다산이 향기로운 차 한 잔에 언제든 마음을 터놓고 학문을 논한 벗이 백련사 혜장선사다. 다산은 혜장선사와 자주 어울리며 그의 소탈하고 진실한 인품을 칭찬하는 글도 다수 남겼다.

정다운 벗을 만날 수 없을 때 아쉬움 또한 시로 지었다. 사찰 내 자리한 찻집에서 이들이 나눈 따스한 위로와 우정의 맛을 짐작해보자. 햇살이 뜨거운 한낮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151호)을 걸어도 좋다.

▲ 강진만생태공원 갈대밭과 생태탐방로

강진만생태공원

여름날 초록빛이 눈부신 여행지로 강진만생태공원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이 만나는 지역에 조성된 공원은 생태탐방로만 4km가 넘는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에 눈도, 마음도 시원스럽다. 바람 따라 일렁이는 갈대 물결은 조정래 작가가 소설 <한강>에 묘사했을 만큼 아름답다. 갈대 외에 다양한 수생식물과 염생식물, 멸종 위기 야생 생물, 토종 어류 등이 생명력 넘치는 풍경을 선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강진 정약용 유적→백련사→강진만생태공원→나이트드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진 정약용 유적→백련사→강진만생태공원→나이트드림
둘째 날: 강진 영랑 생가→고려청자박물관→한국민화뮤지엄→마량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나이트드림(강진군문화관광재단) www.gangjin.or.kr/recommend/nightDreamList.do
- 강진문화관광 www.gangjin.go.kr/culture
- 백련사 www.baekryunsa.net
- 강진만생태공원 www.gangjin.go.kr/gangjinbay

문의 전화
- (재)강진군문화관광재단 061)434-7999
- 강진 정약용 유적 061)430-3911
- 백련사 061)432-0837
- 강진만생태공원 061)430-3222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5회(07:30~17:4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강진버스여객터미널에서 강진오감통(나이트드림 출발지)까지 도보 약 71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강진버스여객터미널 061)432-9666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공주 JC에서 당진·서천 방면→서공주 JC에서 서천공주고속도로→동서천 JC에서 서해안고속도로→서영암 IC에서 순천·학산 방면→서호학산 IC에서 순천 방면→강진무위사 IC에서 강진·월출산 방면→영풍교차로에서 보성·강진 방면→평동교차로에서 강진·완도·진도 방면→영랑생가 방면 좌회전→보은로4길 방면 비보호 좌회전→오감길 방면 우회전→강진오감통(나이트드림 출발지)

숙박 정보
- 다향소축(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도암면 다산초당1길, 061-432-0360, http://www.다향소축.kr
- 주작산자연휴양림: 신전면 주작산길, 061)430-3306, https://foresttrip.go.kr
- 사의재한옥체험관: 강진읍 사의재길, 061)430-3328, www.gangjin.go.kr/sauijaehanok 
- 달빛미소: 성전면 달빛한옥길(달빛한옥마을 내), 010-7749-0887, https://blog.naver.com/dalbit-smile

식당 정보
- 으뜸식당(회춘탕) 강진읍 오감길, 061)432-2011
- 병영서가네(연탄불고기): 병영면 병영성로, 061)434-0892, https://blog.naver.com/seogane0892 
- 예향(한정식): 강진읍 오감길, 061) 433-5777, https://yehyang.modoo.at

주변 볼거리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 림스가든, 고바우상록공원전망대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