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터치: 머물고 싶은 디자인

2020.07.06 10:11:08 호수 1278호

KINFOLK, NORM ARCHITECTS / 윌북 / 2만9800원

삶의 질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킨포크’가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와 뭉쳤다. 놈 아키텍츠는 건축,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까지 아우르며 뱅앤올룹슨, 소렌슨레더 등과 협업한 적이 있으며, 현재 세계 기업들이 가장 함께하고 싶은 디자인 스튜디오다. 둘의 목표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답하는 것이다. 
둘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대답은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이 가장 오래가고, 지속 가능하며, 아름다운 것이라는 결론이다. 보기에 좋은, 즉 비주얼에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촉각, 청각, 후각 등 인간의 모든 감각에 만족감을 주고 영혼까지 울림을 주는 그런 공간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는 킨포크와 놈 아키텍츠의 디자인 철학과 미학의 정수가 가득 담겨 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찾아낸 보석 같은 공간 25곳을 소개한다. 호텔·레스토랑·학교·박물관·숍까지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정교한 프레임으로 포착한 25곳의 구석구석이 멋스럽게 빛난다. 서울 청담의 아크네 스튜디오와 경복궁 옆 아름지기 재단, 인도 촌디의 코퍼 하우스Ⅱ, 스리랑카 갈의 K 하우스, 이탈리아 밀라노의 데 코티스 레지던스, 모로코 마라케시의 이브 생 로랑 박물관 등 그들이 꼽은 ‘진정 인간을 위하는 아름다운 곳들’이 사려 깊은 글과 320여장의 예술적인 사진으로 담겼다. 
‘이론과 타이포와 스타일이 하나로 흘러드는 우아한 책’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텍스트와 타이포, 구성, 이미지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다. 공간을 구성하는 5가지 기본 요소인 빛, 자연, 물질성, 색, 공동체라는 주제에 따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에세이들과 이미지들이 교차 편집돼 있다. 창의적인 작업 혹은 아이디어가 필요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빛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머무르고, 자연의 흐름이 느껴지며, 질감이 살아 있는 공간.  자극보다 휴식을 주는 색감이 배경이며, 공동체 개념으로 소속감을 주는 곳. 그런 공간들은 오래도록 인간의 사랑을 받는다. 우리는 그런 공간에 있을 때 가장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진정한 휴식을 주는 공간을 찾아다니고,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아 지인들과 공유한다. 그리고 그 공간을 오래도록 마음속에 그린다. 본원적인 그리움이 우리 영혼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곳들은 무심한 듯 정제돼 있고, 여유와 낭만이 있다. 시간이 멈춘 듯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 우리 자신이 디자이너가 될 차례다. 삶을 좀 더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면, 나 자신을 돌보는 공간을 꿈꾼다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시라. 세계의 공간을 이끌어온 사람들, 그리고 이끌고 있는 사람들, 르코르뷔지에와 유하니 팔라스마, 바실리 칸딘스키, 리나 보 바르디, 오스카르 니에메예르, 이사무 노구치 등이 당신에게 친절하고 부드러운 안내자가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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