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힘

2020.02.17 09:46:57 호수 1258호

곤도 마리에 / 웅진지식하우스 / 1만6000원

곤도 마리에, 이 이름을 딴 ‘곤마리하다(to konmari)’는 ‘정리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사용될 정도로 곤도 마리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리의 여왕’이 되었다. 전 세계에 곤마리 열풍을 몰고 온 <정리의 힘>은 미국에서는 <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2014)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약 2년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차지했고 8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곤도 마리에는 이듬해 〈타임〉지가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해 세계적으로 정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가 총 8개의 에피소드로 방영되면서 다시 한번 곤도 마리에 정리 열풍이 불었다.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미국 일반 가정집을 방문해 곤마리식 비법으로 정리를 도와주면서, 궁극적으로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무엇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깨닫게 하는 것이다. 내 곁에 설레는 것만 남기고 설레지 않는 것을 전부 버리는 곤마리식 정리를 통해, 인생이 바뀌는 놀라운 체험을 한 사람들은 이에 열광하고 그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고 있다. 
시카고 드폴 대학 심리학과 조셉 페라리 교수는 2016년 진행한 합동연구 〈집의 어두운 이면〉에서 정리정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낮고,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결과를 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고 소소한 소비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대체 왜 우리는 물건이나 식품을 자꾸 사려고 하는 걸까? 당장 쓰지도 않고 먹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곤도 마리에는 우리가 물질 소비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에 빠져든다고 지적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지 않은 채 충동적으로 구매만 하다가는 언젠가 물건 더미에 파묻혀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 때문에 가끔 곤도 마리에가 무소유를 추구한다고 오해받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곤도 마리에는 소유를 통해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많이 소유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문제는 의미 없고 설레지 않는 물건들에 휩싸여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에 빠져 사는 것이다. 이처럼 곤도 마리에 정리법은 정리를 통해 얻는 실용적인 효과보다 심리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크다. 정리는 그저 주변 공간을 치우는 게 아니라 영혼을 정화하는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곤마리 정리법은 현대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가치를 묻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과 욕망은 단지 자리를 차지하고 시간과 돈을 빼앗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바라보지 못하게 막고 정작 중요한 데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관심을 앗아간다. 인생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망치는 것이다. 당신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공간에서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인생과 생활을 곤마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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