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형사미성년 연령 낮춰야

2020.01.06 10:30:34 호수 1252호

지난달 26일, 경기도 구리시 한 아파트서 초등학생이 친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자신의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잔혹하게 친구를 살해한 사건에 온 국민이 경악했다. 온라인에선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은 범행 당시 만 14세 미만일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 만 10세 이상이면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집단폭행이나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형사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 사례가 생긴다. 이번 초등학생 살인 사건서도 경찰은 가해자를 조사한 후 일단 귀가 조치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지식수준과 사물 변별력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또, 인터넷서 온갖 정보를 찾을 수 있어 범죄 시도가 용이해졌다. 해외 사이트에는 가정서 폭발물이나 마약을 제조하는 방법까지 떠돈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보호관찰 청소년의 집에서 사제폭발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폭발물을 제조한 청소년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동영상을 보고 만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만 9세인 초등학생이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서 순찰차 등 차량 여러 대를 들이받은 일도 있었다. 자동차 게임을 하다 보니 직접 운전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 범행 동기다.

현실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형사미성년 기준 연령은 만 14세로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형사미성년 기준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했으나 아직까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 찬반 양론이 갈리기 때문일 것이다.


형사미성년 연령은 하향 조정돼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덴마크, 스웨덴, 벨기에처럼 한국보다 높은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을 두고 있는 나라가 없지는 않지만 형사미성년 연령이 우리보다 낮은 국가들은 그보다 더 많다. 

미국은 주(州)에 따라 6∼12세, 프랑스, 캐나다, 헝가리 등은 12∼13세, 호주는 10세로 정하고 있다. 만 9세 이하인 국가도 많다. 우리의 형사미성년 연령은 국제적 기준에 비해 낮지 않다. 

서두에 언급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초등학교 5학년인 가해자는 흉기로 사람을 반복해서 찌르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집단폭행을 한 중학생들은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구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할 나이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다. 

명예훼손, 협박, 사기, 강요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사리분별력을 가져야 범죄라고 인식할 수 있는 범죄도 있지만 연소자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그 사정에 따라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하면 될 것이다. 특정 연령 미만이라고 해서 모든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주다시피 할 이유는 없다. 

형사미성년자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집단폭행당한 이들과 그 가족을 생각해 보라. 가해자는 아무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 보호처분을 받을 뿐이고 피해자들은 이미 세상에 없거나 마음 속에 큰 상처를 입고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과연 일반인들의 관념에 비춰볼 때 정의로운 것인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3세로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부터 실천되기를 희망한다. 이후 더 많은 논의를 거쳐 소년범의 형량과 처우 등에 대해서도 더욱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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