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기분 '조울증'

2019.03.25 09:57:31 호수 1211호

들뜨거나 우울…위험한 감정기복

‘조울증’은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과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말한다. 이는 기분·생각·행동 등에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증상으로, 약물이나 상담 등 꾸준한 치료를 필요로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3~2017년간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환자 진료인원은 5년간 21.0%(연평균 4.9%) 증가했으며, 70대 이상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12.2%로 전체 연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성 정동장애

최근 5년 동안 조울증으로 요양기관을 방문한 진료인원은 매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7만1687명에서 2017년 8만6706명으로 연평균 4.9% 증가했다. 성별 진료실인원은 5년간 여성이 남성보다 1.4배 많았고, 남성은 2013년 2만9576명에서 2017년 3만5908명으로 연평균 5.0%(6332명) 증가했고, 여성은 2013년 4만2111명에서 2017년 5만798명으로 연평균 4.8%(8687명)가 증가했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5년간 조울증의 진료인원이 꾸준히 증가(연평균 4.9%)한 원인에 대해 “흔히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장애는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2~3%의 유병률을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국내에서 2011년 행해진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유병률이 4.3%로 나왔다며, 최근 양극성 장애 진료인원이 많이 증가했지만 아직도 전체 인구로 따지면 0.2%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병에 걸린 사람이 증가했다기보다는 병에 걸린 사람들 중에 진료를 받는 인원이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게 이 교수의 전언이다.
이 교수는 “이전 역학연구 결과를 고려해보면 아직도 양극성 장애 환자 중 대다수가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에 양극성 장애는 남녀 관계없이 동일한 유병률을 보인다고 생각했으나 최근 연구들을 보면 여성에서 조금 더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결과가 많다. 여성환자가 더 많은 이유로는 무엇보다 임신·출산과 그로 인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조증+우울증’ 번갈아 나타나
생각·행동 등 극단적인 변화

5년간 연령대별 연평균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70대 이상이 12.2%로 전체 연령대 연평균 증가율인 4.9%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또한 8.3%로 그 뒤를 이었으며, 60대도 7.2%로 나타나 60대 이상과 20대 환자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2013년 대비 증감률 또한 70대 이상이 58.7%로 가장 높았고, 20대 37.5%, 60대 32.0%로 그 뒤를 이었다. 
2017년 10만명당 진료인원은 70대 이상 환자(305명, 전체 170명 대비 1.8배)가 가장 많았고 20대(209명), 30대(195명) 순으로 나타났다. 
5년간 연평균 증가율 또한 70대 이상이 7.6%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7.4%로 그 뒤를 이었으며 다른 연령대의 증가율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의 연령대별 연평균 증가율은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최근 5년간 남자는 20대 환자가 8.5%(여자 20대, 6.5%)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반면, 여자는 70대 이상이 9.2%(남자 70대 이상, 5.2%)로 가장 높았다.
이 교수는 최근 5년간 조울증 진료인원의 연평균 증가율이 70대 이상과 20대에서 뚜렷한 증가 추세에 있는 원인에 대해 “양극성 장애 환자들은 여러 만성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일반 인구에 비해 10~20년 정도 수명이 짧다는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의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환자들의 수명도 늘어나면서 젊은 시기에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고 노년기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노년기에는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신체적 질병에 시달리는 등 여러 스트레스 요인이 많기 때문에 양극성 장애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젊었을 때 양극성 장애가 발생해 노년기에 접어든 환자들과 노년기에 새로 양극성 장애가 발생한 환자들이 합쳐져 70대 이상에서 진료인원이 증가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70대 이상 환자 증가율 높아
‘인생의 황금기’ 20대도 문제

이어 “20대는 흔히 인생의 황금기라고 일컬어지지만 최근에는 무한경쟁으로 인한 학업, 취업 스트레스로 20대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2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로 많은 20대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러한 이유로 국내 20대의 양극성 장애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70대 이상 여성환자와 20대 남성의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의 연평균 증가율이 높은 원인에 대해 “70대 이상에서 여성이 높은 이유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 수명이 길기 때문에 70대 이상의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은 것 때문일 수 있다. 즉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가면서 남편의 사별 등 많은 상실을 경험할 수 있고 이러한 스트레스가 양극성 장애 발병과도 연관될 수 있다”며 “20대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조현병 등 다른 정신질환에서도 남자가 더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남성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생물학적 취약성이 더 높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울증의 원인은 한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기분 조절에 관련되는 뇌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의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 그 외에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도 병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뇌의 기분조절 능력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증상의 빠른 안정과 재발방지를 위해서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며 기분안정제와 항정신병약물 등이 주로 쓰인다. 증상이 심해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가 된다면 꼭 입원치료를 고려해봐야 되고, 증상이 안정화됐다 해도 양극성 장애는 자주 재발하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꾸준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또한 정신치료도 함께 병행돼야 하는데 증상을 악화시키는 정신·사회적 스트레스와 대인관계, 사회적 갈등을 다루게 된다. 

갈수록 늘어

조울증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생활리듬에 큰 변동이 오면 기분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늦잠·낮잠을 자지 않고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낮에 활동을 늘려서 햇빛에 많이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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