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수역 근처 남성사계시장 내 두부 전문점 ‘한국식품’을 운영하는 박완식(72)·이희진(67) 부부는 10년 전 남편이 63세 되던 해에 창업했다. 창업 초기 1년간의 어려움을 극복한 후, 지금은 부부가 연봉 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버창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었다. 그 비결을 들어봤다.
남편 박씨는 “도전하는 자는 청년이고 도전하지 않는 자는 노년”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왔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조만 1년
박씨는 청년시절부터 사업을 했다. 의상실을 25년간 운영해 돈도 많이 벌었고, 생수 대리점을 10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아내 이씨는 20년간 유치원 교사를 하다가 전업주부가 되었다. 박씨가 하던 생수 대리점 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부부가 조용한 노후를 보내려고 마음먹었다.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다녔다.
그러나 노는 것도 지겨웠다. 원래 성격이 부지런하고 활기찬 박씨는 창업을 결심하고 아내와 의논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부부가 함께 일하면 건강도 지키고 어려움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남성시장 내 23㎡(약 7평) 규모의 작은 두부 가게가 싸게 매물로 나온 것을 보고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보증금과 권리금 등 총 창업비용은 4000만원 정도 들었다.
초기 1년간 어려움 극복
지금은 연봉 1억원 대박
박씨가 두부집을 인수한 것은 원래 두부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월남한 박씨의 할아버지 고향이 황해도 산골마을로 두부가 유명한 곳이었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숱하게 두부를 먹었기 때문에 자연히 두부를 좋아하게 됐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오래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는 것이 창업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기술전수를 제대로 받지 않은 채 급하게 인수하는 바람에 초기 1년간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두부 제조 공정을 숱하게 연습하고 숙련하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 전문가에게 기술전수를 받는 데만 한 달은 족히 걸리는데, 1주일 만에 점포를 인수했으니 그 다음은 박씨 부부의 몫이었다.
하지만 두부 제조 공정은 기술도 있어야 하지만 체력도 필요하다. 우선 콩을 세척해 물에 불린다. 불리는 과정은 여름에는 2~ 3시간, 겨울에는 10시간 정도 불려야 한다. 그런 다음 연마기에 갈아서 비지와 콩물을 분리해 콩물을 전기보일러로 30~40분 동안 끓인 후 그 끓인 콩물을 받아서 간수를 치면 20~30분 지나 응고된다. 이를 두부판에서 기계로 누르면 두부 모양으로 한 판이 나온다. 이 한 판 두부를 12모로 잘라서 판매를 하면 된다. 박씨는 하루에 두부를 12판 정도 생산한다. 1회 작업에 보통 4판을 생산하니 세 번의 두부 제조 공정을 거치는 셈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기술과 체력이 요구된다. 더군다나 기술이 손에 익지 않으면 육체적으로 더 힘이 든다. 초기 1년간은 기술이 없으니 제대로 된 두부가 나오지 않아 팔리지 않아 적자 상태였다. 수많은 연습 끝에 1년이 지나자 숙련도가 높아지고 힘도 덜 들었다. 두부의 완성도가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매출도 올라갔다.
점포만의 독특한 메뉴 개발
업무 분담 체력·건강 지켜
박씨는 “추운 겨울 새벽에 점포 내 좁은 공간에서 두부를 제조할 때 정말 힘들었다. 점포 내부에 김이 가득 차서 그것을 빼내기 위해 문을 항상 열어놓는 바람에 찬바람이 많이 들어와 너무 추웠다. 장사도 안 돼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적도 있다”고 당시 힘든 상황을 회고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성격이 실패를 너무 싫어하는데다 함께 고생한 아내가 매출이 조금씩 올라가니 1년만 더 해보자고 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출근하는 부지런함이 통했는지 두부가 따뜻하고 맛있는 집이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박씨 점포만의 독특한 메뉴인 검은깨 순두부도 개발했다. 특히 검은깨 순두부는 동작구 내 각종 단체 모임에서 단체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토요일과 일요일 등 휴일에는 검은깨 순두부만 하루 10만원 이상 팔리고 있다. 두부뿐 아니라 콩국 및 국산 된장, 청국장, 묵 종류와 양념류, 그리고 쫄깃쫄깃한 면 종류도 잘 팔린다.
부부는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하여 체력과 건강을 지키고 있다. 남편은 새벽과 아침의 두부 생산과 주변 식당의 배달을 도맡고, 아내는 낮에 두부를 판매한다. 그리고 저녁 6시에 다시 남편이 나와 밤 9시경 점포 문을 닫고 퇴근한다. 이처럼 업무 분담을 하여 서로 도우면서 일을 하니 지금은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인내와 끈기
박씨는 “실버 부부로서 무엇보다 서로 위하는 마음이 있으니 힘이 훨씬 덜 드는 것 같다”며 “집에서 마냥 노는 것보다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아서 마음도 한결 가볍고 떳떳하다”고 말했다. 현재 박씨 부부의 연평균 순이익은 1억원 가까이 된다.
박씨는 “도전하고 인내하고 끈기가 있으면 좋은 결과를 창출하는 것 같다”며 “비록 작은 가게지만 우리 부부가 일터를 놀이터로 생각하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