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색깔전쟁’에 삐걱대는 19대 국회

2012.06.08 21:34:23 호수 0호

금배지 달기 전 맘 다르고, 달고 난 후 맘 다르다?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사태가 종북 논란으로 비화된 지 오래다. 여기에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막말논란’까지 더해지자 아예 정치권의 색깔전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19대 국회가 여야의 밥그릇 싸움으로 개원도 못하고 있는 판국에 색깔전쟁에 기름 붓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위원장의 방북경력으로 역공에 나선 민주당. 민생을 위한다던 19대 국회가 진일보는커녕 벌써부터 퇴보하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과 탈북대학생 백요셉군이 마주쳤다. 작년 한 토론회를 통해 안면이 있던 터라 백군이 먼저 임 의원에게 인사를 했고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 식당 직원들이 사진을 통째로 지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임수경 막말’ 보수에 호재

맘이 상했던 백군이 진상을 묻자 임 의원이 자기와 상관없이 보좌관들이 식당 직원들에 요청한 일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백군은 “북한에서는 수령님 명령 없이 일을 했다간 어찌 되는지 아시죠? 총살입니다”는 식의 대답을 했다.

이를 듣고 격분한 임 의원이 “너 누구야” “변절자 새끼가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사태는 즉각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서 어렵게 한국 땅에 넘어온 탈북자들에게 ‘변절자’란 지칭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막말논란이 불거지자 임 의원은 신속하게 사과와 입장표명을 하며 진화에 나섰다. 변절자라는 발언은 북한 인권관련 활동 중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을 뜻하는 것이지 ‘탈북자’를 지칭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술 마시고 한 실수로 덮어 주기엔 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평소에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나 생각을 솔직하고도 아주 속 시원하게 내뱉은 것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국회의원에게 무슨 짓이냐”는 투의 특권적 발상의 발언은 비판대상이 되고 있다. 탈북인권단체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며 임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새누리당도 기다렸다는 듯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통합진보당 사태로 고개를 내민 종북 논란이 엮이면서 이번 사태는 색깔전쟁으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즉각 보수언론은 ‘임수경 막말파문’을 종북으로 낙인찍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통진당에 이어 민주당에게도 색깔론으로 덧씌우는 작업이 필요했던 보수진영에게는 임 의원의 발언이 최고의 호재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대세론을 점하고 있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통진당 사태의 중심에 선 이석기?김재연 등 두 의원에 대해 “국회는 국가의 안위를 다루는 곳인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 받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사퇴가 안 되면 제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북 논쟁에 기름 붓고 불붙이는 MB?박근혜
민생 외치더니 입성하자마자 밥그릇 싸움부터

제명을 촉구한 박 전 위원장에 발을 맞추듯 새누리당은 종북 주사파 당선자들이 안보와 관련된 상임위원회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과 국가 기밀자료 접근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두 의원에 대한 제명 논의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색깔론 공방에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몸 바친 호국영령들의 뜻을 받들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철통같은 안보태세로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고 어떤 도발에도 준엄하게 응징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막말파문에 휩싸인 민주당과 종북논란에 휘말린 통진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에도 라디오 연설에서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 더 큰 문제다”며 종북 논쟁에 직격탄을 날린 바 있어서다.

멈출 줄 모르는 새누리당의 색깔 공세에 역풍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도 반격을 시작하면서다. 새누리당의 뉴라이트 소속인 하태경 의원의 경우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망언을 한 바 있다. 신지호 의원 역시 일제 미화로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다. 때문에 진보진영은 이들의 친일발언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며 응수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박 전 위원장이 방북해 김정일과 만났고 김일성 묘지에 경배한 경험까지 새삼 들춰내고 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적극적 친일 행적이나 북한 남로당에 가입한 사실도 부각시키고 있다. 이른바 북한 폭로로 뒷돈을 주면서까지 남북대화를 구걸한 MB정부도 정조준하고 있다.


대선정국서 민심 역풍 

이처럼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정치권의 색깔전쟁에 또다시 민생문제는 외면 받는 실정이다. 특히나 19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됐음에도 법정 개원일 조차 지키지 못하는 판국이다. 상임위 구성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공전하는 국회에 다급한 현안들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때문에 민생을 위하겠다던 19대 국회는 고질적 병폐인 밥그릇 싸움하다 식물국회로 전락한 상태다. 민생은 제쳐두고 색깔전쟁으로 치닫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은 냉랭하다 못해 차갑다. 이처럼 또다시 국민들에게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경우 다가오는 대선에서 민심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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