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의 아버지’ 서울역 드림씨티센터 우연식 목사

2012.04.04 15:11:47 호수 0호

“나는 그들을 보며 꿈을 꾸고 그들은 나를 통해 꿈을 얻는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3월의 문턱에서 차디찬 봄을 맛보고 있는 요즘. 변덕스런 날씨지만 노숙인들이 잠시나마 평화롭게 머물고 있는 공간이 있다. 서울역에 위치한 노숙자 교회 ‘드림씨티’에서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에서 다양한 서비스로 노숙자들의 재활을 도우며 ‘노숙인들의 아버지’로 살고 있는 우연식(49)목사. 그는 매일 24시간 노숙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는 다 잊어버리고 이곳에서 따뜻한 햇볕을 찾아가세요. 드림씨티를 찾아온 노숙인에게 그가 전하는 말은 따뜻했다. 현재 하루 총 300~400여명의 노숙인들이 이곳에서 쉼을 얻고 꿈을 꾸고 있다.

거리 노숙인들 ‘드림씨티’에서 새 봄, 새 희망을 찾다!
“노숙인의 보이지 않는 아픔 볼 수 있는 인식 생겼으면”


“드림씨티는 제가 중학생이었던 시절부터 그려오던 그림입니다. 또 제 꿈이 이루어지는 공간일 뿐 아니라 많은 노숙인들이 꿈을 가지고 떠나고, 꿈을 통해 회복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꿈이 있는 도시, 드림씨티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LA 다운타운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노숙자 사역을 해온 우연식 목사.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배운 시스템들을 접목, 발전시키고 한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하여 ‘드림씨티’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서울역 지하철 13번 출구 앞의 건물(용산구 동자동 43-60)을 임대해 문을 열었다.

노숙인들의 꿈이 자라는 교회


드림씨티의 가장 큰 특징은 1년 365일, 24시간 오픈하는 교회라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24시간 오픈하여 노숙인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잠잘 수 있는 조건은 간단하다. 술을 마시지 않고 결핵검사를 받은 뒤 신분증만 지참하면 된다.

이와 더불어 현재는 전화, 팩스, 물품보관, 의료진료, 세탁, 이발, 컴퓨터(10대 구비), 증명사진촬영, 구직정보, 문서작성, 영화상영, 법률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그룹모임은 드림씨티 사역의 핵심이다. 우 목사는 성경공부와 노래, 영화감상 등으로 시작한 소그룹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데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를 통해 가족과 사회로부터 단절된 노숙인들이 서로 품고 용납하며 의지할 수 있고, 이 가운데 관계를 회복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요일 저녁 7시와 일요일 오후 1시 30분은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다.

그러나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헌금은 받지 않는다.

“저희 교회는 존재 자체가 구제선교 중심이며 재정이나 경영, 운영상황 등을 모두 오픈하는 투명한 교회입니다. 또 교회지만 어려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와서 쉴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는데 의미가 더 큽니다. 이곳의 다양한 시스템을 접하면서 우울증이 개선되거나 술을 끊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많은 수는 아니더라도 그런 분들이 생긴다는 것에 감사하죠. 밖의 사람들은 노숙인들을 바라볼 때 세상의 끝 또는 회생이 불가능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실제로 이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은 상상이상의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 목사는 노숙인들에게 접근할 때 세 가지에 주력하고 있다. 재활, 현상유지, 인도가 그것이다.

재활은 신체장애나 정신장애로 자립이 어려운 노숙인이 사회적응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상유지는 아프고 굶은 사람들이 굶지 않고 병들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인도적인 차원의 접근이다. 드림씨티에 와서 다른 노숙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상대의 과거를 듣고 아픔을 나누면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다.

처음 이곳에 올 당시 우울증이 심하던 한 노숙인이 함께 생활하면서 천천히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 남다른 보람을 느낀다는 우 목사는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일부 사람들은 노숙자를 걸인,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 무능력자로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불필요한 사람,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는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노숙인들 중에는 지능장애, 만성장애 등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우울증 환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바라볼 때 그 분이 가졌던 과거의 아픔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노숙인이 생기는 것, 누군가가 노숙인이 되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구조적인 원인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일을 구할 수 없어 우울해지는 것이고 이미 가난 등으로 인해 좌절을 겪은 노숙인들에게 좌절과 실패가 반복되면서 삶에 대한 의욕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

그런 그들을 사회적으로 경멸하고 몰아세우기 보다는 이해하고 배려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또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훨씬 이득이다.

실제 노숙인들을 외면할 때 우리는 더 많은 세금을 지출한다. 그들을 방치하면 노숙인들이 범죄에 연관됐을 경우 경찰비용, 법원판결, 구치소 비용 등, 다쳤을 경우 드는 응급실 비용 등 수 많은 제반비용이 따르게 되고 이는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해결된다.

“우리 집 아이들이 대문을 나가는 순간, 그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면 우리 집이 건강한 것은 아무 의미가 없죠.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고 불안해해야 하니까요. ‘나만 아니면 돼’라는 개념보다는 사회가 전체적으로 함께 가는 개념, 그게 커지면 훨씬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어려운 사람과 함께 가는 사회

우 목사는 앞으로 재정이 허락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의 2, 3층을 추가로 임대하여 무료병원 설립과 카페, 그리고 2교대로 잘 수 있는 숙소를 만들 계획이다.

2층의 반은 50명 정도가 바둑 등 오락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반은 3층 침대를 설치하여 2교대로 잘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3층에는 무료병원을 만들어 노숙인과 외국인 노동자 및 빈곤층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옥상에는 족구장과 탁구대를 설치하여 어려운 삶 가운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사회에 복귀하게 된 노숙자들에는 특별히 하우징프로그램(숙소제공프로그램)과 함께 매칭펀드를 통한 자립지원프로그램 등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처음에 1층 임대로만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점점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무리한 확장보다는 합리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신앙 안에서 열어주신 만큼 천천히 해 나갈 계획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그분들이 편하게 있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지 제가 크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목표는 서울역만큼이나 노숙인들이 많은 부산역이나 수원역 근처에 제2, 제3의 드림씨티를 짓는 것입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