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기획>박근혜 vs 한명숙 공천명단 대해부

2012.03.19 13:22:01 호수 0호

달아오른 총선불판…정가는 ‘활활’ 민심은 ‘썰렁’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야 모두 공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대진표의 윤곽이 점차 또렷해지며 출전을 앞둔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패기로 총선정국은 그야말로 뜨겁다. 하지만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은 어쩐지 냉랭하다 못 해 살얼음판이다. 그간 정치권은 공천혁명에 핏대를 높여왔지만 막상 뚜껑열린 명단은 계파 간 잇속 챙기기로 구태공천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다. 공염불로 돌아간 여야의 공천명단을 세세히 들여다봤다.

아버지 대척점 솎아낸 ‘박’ 친노 부활에 힘 실어준 ‘한’
공천혁명 외치더니 구태공천 되풀이만…공염불 공천



그간 줄줄이 터진 악재 탓에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피로도와 불신은 어느 때보다 깊어진 상태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탈하는 민심을 사로잡으려 여야 모두 공천혁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전국 246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공천 심사와 경선, 전략공천 등의 공천혁신으로 새로운 피 수혈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공천명단 열리자
‘그 나물에 그 밥’

현재 여야 모두 약 200여 명의 공천자 명단이 확정됐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현역의원들이 대거 생존하면서다. 여기에 논란을 빚거나 비리 전력 등이 있는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공천을 줬다 뺏는 일도 반복되며 부적절 인사 추천에 대한 책임론으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대체적으로 ‘박근혜 대선용 공천’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친박계의 공천율은 두드러지고, 대척점에 섰던 인사들은 제거되면서다.

먼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던 YS계 중진인사들이 줄줄이 낙천했다. 대표적으로 안상수·김무성 의원이 공천장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내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박 위원장 흔들기에 나설 만한 인사를 사전에 제거한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민주계 투사로 활약한 이재오 의원은 본인 공천장은 받았지만 수족이 잘려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이다. ‘이재오 공천’을 용인한 것에 대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 의원은 집단탈당할 수 있는 친이계의 좌장격 인물이다”면서 “때문에 공천학살로 인해 친이계가 집단탈당을 불사할 경우 당내 분열로 박 위원장의 대선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친이계 구심점인 이 의원에 대한 공천으로 집단탈당과 정치보복을 차단했다는 분석이다.

줬다 뺏기도 하고
검증 없이 주기도

이에 비해 친박계 인사들의 공천율은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이종훈 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친박계인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각각 서울 분당갑과 성동갑에 전략공천됐다.

김 교수는 특히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 진수희 의원을 제치고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이자 불출마를 선언한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경북 포항남·울릉)에는 지난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언론특보단장을 지낸 김형태 후보가 지지율 등에서 뒤쳐지는 경쟁력에도 공천을 따냈다.

새로운 인물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항마로 주목받고있는 손수조(부산 사상) 후보나 문대성(부산 사하갑) IOC 선수위원 등만 눈에 띌 뿐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부산사상의 손 후보를 낙점한 것도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기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지더라도 사전에 문풍을 차단할 수 있는 고도의 방편이란 얘기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박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지면 책임론이 나올 것 아니냐, 그때 막아줄 사람들을 꽂은 것이다”며 “경선에 대비해 자신을 흔들지 않을 사람을 모으다보니 총선 경쟁력은 별로 신경을 안 썼다”고 평가절하 했다.

강남갑과 강남을에 각각 공천했던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과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공천도 논란에 휩싸였다. 박 후보는 지난해 8월 펴낸 저서 <내가 산다는 것은>에서 독립군을 ‘테러단체’에 비유하고, 한일 강제병합을 한국인 민간단체가 청원했으며 한국 내각 대부분이 이를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역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0년 국제학술회의 발제에서 ‘제주4·3사건’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폭동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민중반란으로 표현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해 5월 미국 하버드대가 출간한 <박정희시대>의 집필진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대선 공천이라는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역사관 논란을 빚으며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새누리당은 두 후보에 대해 부랴부랴 공천취소에 나섰지만 공천대상자로 추천한 새누리당 지도부에 책임론이 불거진 상태다. 


새누리당 공천에 ‘박근혜 대선 안전가도용 공천’ 비판
정부여당이 던진 자살골도 내쳐버린 밀실공천 민주당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조금 더 심각하다. 정부여당이 차 넣은 ‘자살골’도 못 받아먹으면서다. 그간 MB정권에는 대형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내곡동 사저’ ‘디도스 파문’ ‘돈 봉투 살포’ 등의 폭탄은 총·대선을 앞둔 민주당에 천재일우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공천 뚜껑이 열리면서 민주당에 비판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은 ‘친노 공천’과 ‘돌려막기 공천’ ‘비리공천’으로 '총체적 난국'이란 지적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구태공천’이란 혹평을 받으며 지지율까지 새누리당에 역전당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의 공천이 못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먼저 새 인물이 아닌 기존 노무현계 인사를 대거 채워 넣으며 특정계파의 부활을 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까지 이뤄진 민주통합당 공천자 202명 중 절반 이상이 친노계 출신이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게다가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신인을 대거 기용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실시한 국민참여 모바일 경선은 일부 지역에서 기존 정치인들의 조직력만 확인시켜주며 오히려 경선비용만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무엇보다 모바일 국민참여 경선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은 민주통합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동시에 새누리당에 공격거리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청년비례대표 외에는 딱히 새 인물이라고 부를 만한 후보가 전무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또 도덕성 논란이나 비리?기소전력 인사들에게 줄줄이 공천장을 안겼다.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임종석?이화영 전 의원과 전혜숙 의원의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의 공천박탈은 새누리당의 공천취소에 따라 마지못해 결정한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논란이 컸던 신계륜·오영식 전 의원의 공천은 취소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눈높이 맞춘다더니
한참 아래만 봤나?


여기에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후보를 같은 나꼼수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갑에 공천한 것을 놓고도 시끄럽다. 지역구 세습과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또 김 후보가 노원구에 아무 연고도 없는데다 검증도 거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공천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감동도 없고, 새로움도 없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결과적으로 시선은 한참 아래를 보고 있었던 셈이다. 공천 막바지까지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여야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후보를 냈다는 부실검증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야 모두 앞 다퉈 정치쇄신과 공천쇄신을 주장했던 모습은 결국 표를 얻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방증이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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