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노골적 ‘문재인 띄우기’ 노림수

2012.03.07 10:20:57 호수 0호

‘사탕발림’으로 전면에 세우고 막판 ‘뒤통수’ 노리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보수언론들의 노골적인 ‘문재인 띄우기’에 심상찮은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망론’이 불던 당시 ‘거품’이라고 비하한 것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태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문 고문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분명 ‘뭔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띄우기에 동참한 보수언론의 속내를 캐봤다.        

작년엔 '거품'이라더니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왜?
민주통합당 내부 친노 vs 호남 구분지어 자폭 노렸나?



‘문재인 바람’이 그칠 줄을 모른다. 대권경쟁에서 ‘문풍’은 여전히 파죽지세의 기세로 청와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달 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대선후보 양자대결구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처음으로 오차범위 내로 앞선 바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문 고문은 박 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지지율이 뒤엉키며 대혼전을 거듭할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여권 텃밭 낙동강 전선
불어 닥친 문재인 바람

특히 문 고문은 4·11 총선에서 ‘야권의 불모지’인 부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문풍이 여권의 텃밭인 ‘낙동강 전선’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문풍을 차단시킬 대항마 물색에 고심하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동안 비토 일변도였던 보수언론들이 문 고문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의 지지율이 급반등하고 있는 내용의 기사를 크게 다루는가 하면, 인색하던 칭찬까지 아끼지 않을 정도다.


보수언론의 대표 격인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이 ‘문재인 대통령 탄생?’ ‘문재인 야 (野) 대권주자 굳히나’ ‘민주 '安(안철수)없이 대선 부상’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문풍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 보수색체의 신문들이 야당의 후보들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무시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대목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고문이 보수진영의 텃밭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어서 이 같은 보수언론의 태도에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보수언론의 음모론이다. 

음모론의 첫 번째 내용은 보수언론들이 ‘문재인 띄우기’로 야당의 적전분열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계속해서 문 고문을 필두로 친노를 부각시키고 상대적으로 구 호남계를 배제한 듯한 뉘앙스를 풍겨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수 측은 손을 안대고도 코를 풀 수 있다는 전략이다. 계속해서 친노를 부각시킬 경우 당 내부의 호남계에서 문 고문에 대한 공격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이 1-2등으로 당선되자 모든 언론들은 앞다퉈 ‘친노의 부활’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조중동은 일제히 ‘노무현이 돌아왔다’ ‘친노의 부활’ 등의 선정적 제목으로 친노세력의 부활을 크게 부각시킨 반면 호남인사는 몰락하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참여정부 공과 떠안아야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당선 당일 기자회견에서 “친노, 반노는 분열적인 레토릭이다. 나는 친DJ다”고 계파 구분을 경계했다. 전당대회 하루 뒤 문 최고위원 역시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친노를 따로 구분하는 데 대해 “저는 늘 (민주세력을) 갈라치 (하려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실제로 그간 구민주당의 당원들은 친노 인사들이 대거 포진된 ‘시민통합당’ 측과의 통합협상이 논의될 무렵부터 격렬하게 반발해왔다. 지난해 12월11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구민주계의 호남골수당원들은 시민통합당과의 통합에 반발해 폭력을 자행하는 등 날 선 신경전이 계속돼왔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금 공천 과정에서 호남 물갈이 등 호남 기득권 양보 등을 두고 구민주계 출신인사들과 당원들의 극렬한 반발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줄곧 민주당을 지지했던 전북도민회는 총선을 앞두고 호남 홀대론에 격분하여 김석균 새누리당 안산 상록갑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까지 표명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친노 색깔 빼기’를 고심하는 가운데 보수 언론의 친노 부각과 문 고문 띄우기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총선과 대선의 전면에 부상하는 것은 현 야권에 유리할 게 없다는 진단을 보수진영이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친노의 좌장격인 문 고문을 노골적으로 띄운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40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층이 있지만 안티층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단독지지층으로 보면 박 위원장이 35% 안팎을 확보해 현실 정치인으로는 가장 유력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단독지지층이라기보다 ‘일시적 연합군’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산 박근혜 대 죽은 노무현’의 싸움으로 확전시킬 경우 ‘안철수 돌풍’으로 뭉친 중도층이 방황하고, 결과적으로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한 여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보다 ‘노무현 그림자’ 문재인이 공략 쉬워?
문재인에 ‘양날의 검’이 된 노무현…정치적 자산이자 아킬레스건

전문가들은 또 보수언론이 야권의 잠룡을 문 고문으로 낙점(?)한 것은 상대적으로 공략이 쉽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문 고문은 경제대통령 후보로는 안 원장보다 취약하다는 점과 중·장년층의 반노무현 정서를 자극해 상대적으로 쉽게 흔들 수 있다는 점 등을 상정해놓고 의도적인 문재인 띄우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문재인의 최대 약점은 노무현과 밀접하다는 것으로 노무현을 계속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공략하기 쉽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문재인과는 달리 김두관(경남지사)은 노무현과 일정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독자적 컬러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김두관이 나선다면 고전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하며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친노의 좌장으로서 참여정부의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할 입장이다. 문 고문이 보수세력과 정면 대결할 경우 참여정부의 과오가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문 고문의 경우 아직 선출직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의 콘텐츠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지만 약점 역시 알려진 바 없다.


때문에 보수언론이 서둘러 문재인 띄우기를 통해 대선무대에 나서게 한 후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노 전 대통령의 약점들을 뒤집어씌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13억 돈 상자·FTA
문재인 발목 잡나?

최근 불거진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13억 돈 상자’와 한미FTA를 두고 문 고문을 겨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행보로 해석된다.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노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사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문 고문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다”고 공격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정연씨와 정연씨에게 아파트를 넘긴 경모씨 간의 미국 아파트 거래 이면 계약서의 사본 1장을 공개하며 문 고문을 정조준한 상태다.

한미FTA에 관해서도 입장을 번복한 문 고문에 비판을 가한 상태다. 한 보수언론은 “문 고문이 ‘노 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한 것은 시작도 국익이요, 끝도 국익이었다’고 말하면서도 MB정부 들어서 체결된 한미FTA에 반대했다”고 꼬집었다. 참여정부의 FTA를 건드리지 않고 MB 정부의 FTA만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보수 측의 공격논리다.

현 정부 들어 재협상을 통한 추가 양보가 너무 컸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가 양보한 것은 자동차 분야지만 자동차업계는 한미FTA를 지지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책멘토’였던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도 “노 전 대통령은 한미FTA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며 야권의 한미FTA 반대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 점과 ‘노무현의 오른팔’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미FTA를 개방, 통상정책에 관한 논쟁이지 선악의 논쟁이 아니라는 입장을 대비시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4·11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며 본격 정치무대에 주연으로 등장한 문재인 고문. 그에게 ‘노무현 향수’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과오는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보수 측의 공세를 어떻게 차단할지 향후 ‘문재인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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