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인철 고려대 교수 자살사건 전말

2012.01.20 17:03:11 호수 0호

성희롱 의혹에 자살 "진실 규명하라"

[일요시사=한종해기자] 학내 성희롱 의혹을 받다가 지난 2010년 10월 자신의 연구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 고 정인철 고려대 교수의 유족들은 2년째 학교 측과 오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사건발생 3개월 만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공개했고 유족들은 학교 측에 사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고려대 측은 바로 항소하며 반격했다. 이들의 싸움이 길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정 교수의 미망인 명정애씨가 고려대 앞에서 외로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유족 "성희롱 당했다면서 감사메일 왜 보냈나?"
정 교수 유서 공개 "은혜를 배반으로 갚았다"



고 정인철 교수의 유족들이 공개한 사건 경위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09년 3월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교수로 부임하고 2010년 4월 교과교육연구소 소장으로부터 연구소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임명 받는다. 정 교수는 연구소 운영 실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 피해자인 여조교 A씨와 갈등이 시작됐다.

누가 거짓을 말하나?

정 교수는 같은 해 8월 연구소에 대한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고 자신의 강의과목도 취소됐다. 같은 달 9일 그가 미국 출장을 간 사이 소장이 직접 8월12일에 정 교수가 여조교를 성희롱했다는 취지로 양성평등센터에 신고를 했다.

정 교수는 이후 두 차례의 조사를 받고서 2010년 10월18일 징계 취지의 심의결과 통지서를 받고는 다음 날인 1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신변 정리 후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즉시 양성평등센터 조사위원회에 신고인과 피해자의 신고서 및 부가자료, 참고인의 진술서 및 조사과정의 녹취록 원본 열람을 요청했지만 원본 열람이 불가하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양성평등위원회로부터 들려온 대답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교내 학칙 때문에 열람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의 부인 명씨와 주변 지인들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정 교수가 성희롱 피해자와 당시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성희롱을 당했다는 A씨가 정 교수의 지도에 감사를 표시하는 등 성희롱 자체가 허구임을 증명하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정 교수의 같은 과 B선임교수가 이 사건과 관련, 2010년 8월 정 교수의 일반대학원 강의를 박탈한 데 대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고 하나 A씨는 그해 8월 박사학위를 받아 수업을 더 받을 필요가 없었다"며 "B교수가 정 교수의 수업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희롱 사건은 연구소 운영의 기득권을 갖고 있던 A씨와 B교수가 새로 부임한 정 교수의 개혁적 운영에 불만을 품고 조작한 결과물"이라며 "두 사람을 즉각 파면하고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실을 밝히라"고 고려대에 요구했다.명씨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다시 힘을 냈다"며 "행정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난 이상 고대 양성평등센터는 조사 원본과 녹취록을 공개하고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명씨와 유족들은 지난해 1월 'Truth is beautiful(진실은 아름답다) 정인철 교수 자살 사건 진상규명위원회 누리집'을 운영 중이며 홈페이지에는 사건 경위, 유서 및 관련 자료 등을 게시하고 있고 12일까지 5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명씨가 공개한 남편의 유서에는 "어떻게 제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 않고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성희롱, 인격모독하고 언어폭력을 했다고 은혜를 배반이라는 날카로운 창으로 들이대냐"는 등 억울함을 드러낸 글들이 가득했다.

정 교수는 유서에서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조사위원회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서류만으로 몰고 가도 되는 것인가"라며 양성평등센터의 조사과정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씨는 고대 양성평등센터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7일 법원은 명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고대 측은 같은 달 25일 정보공개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차원에서 항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유족들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고인, 유서 통해 ‘억울하다’ 

한편 명씨와 주변 지인들은 지난해 9월부터 고대 정문 앞에서 '정 교수 성희롱 의혹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쳐왔으며, 명씨는 지난 4일부터 매주 수요일 고대 총장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명씨는 또 청와대 ‘신문고'에도 고 정 교수 사건에 관한 사연을 올렸고, 교과부도 고대 측에 진상규명을 촉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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