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학교폭력 초등학교까지 침투

2012.01.09 10:43:07 호수 0호

상품권 상납 받고 담배 심부름까지…

[일요시사=한종해기자] 최근 학교폭력으로 인해 피해 학생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초등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친구의 얼굴을 걸레로 닦거나 상품권을 갈취하고 담배 심부름까지 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모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한 현직 교사의 수기에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곳은 이미 공부하는 교실이 아니었습니다. 담임교사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엄석대(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말을 듣기 시작하고 엄석대의 잘못을 감추어 주기 위해 아이들 모두가 침묵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마치 눈먼 자들의 도시 같았습니다. 가해자, 피해자, 침묵하는 자만 교실에 있었습니다. 누구도 약자의 편에 서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나서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학교폭력 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경기 모 초등학교 김모(49·여) 교사가 쓴 한편의 수기 중 일부다. 지금 6학년 교실은 도가니란 제목의 이 수기는 지난 연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모한 교단 체험수기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기를 보면 김 교사는 지난해 장애를 가진 한 학생이 교실에서 울면서 걸레질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 모습을 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김 교사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묘한 기류를 감지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무기명으로 적어 내도록 했고 6학년 교실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학교폭력이 세간에 공개되게 됐다.

학생들이 적어낸 사실은 놀라웠다. 교실에서 가장 힘이 센 A군과 B군이 학생들 사이에서 군림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A군 등은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물을 뿌리고 걸레질을 강요하는가 하면 침을 흘린다고 대걸레로 얼굴을 문지르고 욕설을 퍼부어 왔다.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을 미끼로 상품권도 갈취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사는 "A군 등이 학생들을 괴롭히는 동안 나서서 말리기는커녕 망을 봐주겠다고 아첨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며 "마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교실 안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침묵하는 자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 교사가 가해학생들을 지도하자 이들을 중심으로 반 학생들이 똘똘 뭉쳐 김 교사를 골탕 먹이려 들기까지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31일에는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C군이 대리인인 어머니를 통해 지난 수년간 또래 초등학생 7명에게 폭행 등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광주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는 초등생 임신설이 나돌기도 해 교사와 학생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2011년 학교폭력 실태에 관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재학기간 동안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 23%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고, 이 중 54%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2010년의 경우 학교폭력 피해 시 도움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목격했을 때 모른 척 하는 것 같아서(62%), 일이 커질 것 같아서(28%),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19%), 알려지는 것이 창피할 것 같아서(15%), 보복당할 것 같아서(13%)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정부가 학교폭력에 대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에 준하는 교육을 하고 국민적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부터 사전교육을 하고 학부모도 연 1회 이상 예방교육을 받게 된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5일 학생안전강화학교인 경주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사·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아무리 사소한 학교폭력도 범죄라는 인식하에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교육에 준하는 대대적인 국민적 캠페인을 해야 한다"며 "유치원과 초등학교 단계부터 역할놀이, 영상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일부 학교에서 운영 중인 또래 상담·중재 프로그램을 학교폭력 발생 위험률이 높은 초·중학교로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학기별로 1회 이상 학생들이 교사나 전문가들로부터 관련 교육을 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또 "학부모들의 역할도 중요한 만큼 모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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