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진화하는 ‘스마트범죄’ 실태

2011.12.09 10:25:00 호수 0호

지금 누군가 당신의 스마트폰을 노리고 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고가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찜질방에서 자고 있는 사이 도난당하거나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가 범행 대상이 되는 것은 이미 흔한 일. 관련범죄가 진화하면서 그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훔치기 위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위장취업까지 한 10대가 적발됐는가 하면,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삥듣기’ 수단, 스마트폰 대출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고가의 스마트폰만 노리는 사람들. 진화하는 스마트폰 범죄 실태를 추적해봤다.

날로 진화하는 스마트폰 범죄, 조직적 범행의 새로운 표적
단순절도 넘어 ‘폰삥’사기…스마트폰 담보로 ‘대출사기’까지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2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국민의 4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이를 노리는 범죄도 한층 조직화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관련한 범죄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휴대전화 가격이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

현재 스마트폰 가격은 80만~90만원 선에 이른다. 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손에 넣은 후 바로 처분할 수 있는 장물판로가 확보돼있다는 점도 스마트폰이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또 다른 이유다.

이전에는 훔친 휴대전화를 주로 국내 시장에서 처분했지만 이제는 손쉽게 해외로 팔아넘길 수 있게 돼있다. 최신형 스마트폰은 해외 판매용으로 30여만원 상당의 고가에 거래되는데다 인터넷으로도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절도범죄의 표적
‘고가의 스마트폰’

이렇듯 범죄의 새로운 표적이 된 스마트폰. 단순 절도뿐만 아니라 분실 스마트폰을 습득해도 ‘팔면 돈이 된다’는 이유로 돌려주지 않고 처분해 버리는 범죄도 흔하다. 최근에는 훔치거나 잃어버린 스마트폰 수백 대를 수거해 중국으로 밀반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중국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국내에 자금책과 수집책을 두고 도난·분실 스마트폰을 대량 수거해 항구를 통해 중국으로 밀반출한 손모(37)씨 등 2명을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최모(31)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 유령회사를 설립·운영한 중국총책 홍모(34)씨 등 2명은 현재 추적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총책 홍씨를 중심으로 자금총책 2명, 수집책 6명, 스마트폰 절도범 7명 등으로 구성돼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홍씨가 대포폰과 장물매입자금을 자금총책에게 건네주면 이를 건네받은 자금총책은 수집책을 통해 훔치거나 습득한 스마트폰을 구입해 중국에 밀반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밀반출한 스마트폰은 477대로 총 4억2930만원 어치에 달했다.

절도 등의 혐의로 붙잡힌 7명은 찜질방에서 훔치거나 길거리에서 주운 스마트폰을 수집책들에게 최고 28만원을 받고 판매해왔다. 이 중에는 이모(16·여)양 등 10대 청소년 5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스마트폰 절도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하던 도중 훔친 스마트폰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장물업자를 만나 판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후 스마트폰 밀거래 조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기획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국 총책에 대해 경찰청을 통해 국내 송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단순히 훔쳐 팔아 넘기는 것을 넘어 조직적으로 도난 분실된 스마트폰을 팔아넘기는가 하면 최근에는 폰삥, 대출사기, 보험사기 등으로 그 수법도 더욱 진화하고 있다.

‘폰 삥뜯기’부터
‘대출사기’까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을 빌린 후 이를 되돌려 받으려면 돈을 내놓으라며 돈을 빼앗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하도 정도가 심해 ‘폰삥’이라는 신종 은어(隱語)까지 등장했다.

서울 중부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월 중학생 박모(16)양은 친구 2명과 함께 옷을 사기 위해 서울 동대문의 쇼핑몰들을 돌아다니다 여고생으로 보이는 2명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배터리가 다 됐다. 전화 1통만 쓰게 해달라”고 했고, 박양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넸다. 여고생들은 전화를 거는 척하며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가더니 돌변해 돈을 요구했다. 박양은 17만원을 뺏겼다.

동대문 쇼핑몰 인근에서는 지난 3월 중순에도 똑같은 범행이 있었다.

스마트폰 보험사기도 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제공하는 스마트폰 보험서비스를 악용, 허위로 분실신고한 후 스마트폰을 팔아버리는 식이다.

지난달 9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스마트폰 분실보험을 악용해 100대가 넘는 단말기를 보상받아 내다 판 혐의(사기)로 강모(32)씨와 휴대전화 대리점 주인 이모(44)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대학생이나 중국 유학생 등의 명의를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보험회사에 보상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단말기 128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대출사기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 준다며 폰을 택배로 받은 후 연락을 끊는 식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14일 스마트폰 담보 대출 사기 혐의로 신모(34)씨 등 8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1년여 동안 신용불량자에게 “스마트폰을 개통해 주면 최고 500만원까지 대출해 주겠다”는 스팸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메시지에 솔깃한 이들은 신씨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보냈지만 대출금은 끝내 받지 못했다. 신씨는 2000여명으로부터 시가 19억원에 달하는 휴대전화 2300여 대를 챙긴 후 연락을 끊었다. 

다양화된 ‘스마트폰 범죄’
사전에 막으려면…

이처럼 스마트폰 관련범죄는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범행에 가담하는 피의자도 호기심 많은 10대에서부터 50대 장년층까지 나이를 불문한다.

이들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해보려는 욕심에 훔친 스마트폰에 자신의 휴대폰 정보가 담긴 유심칩을 넣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훔친 스마트폰을 전문 브로커들에 의해 중국으로 밀거래해 다시 동남아시아 등지로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다.

팍팍해진 삶에서만 원인을 찾기에는 미흡하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관련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찜질방 등 대중공간에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들고 있거나 미리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 장물거래 기승…일부 중고매매 사이트서 버젓이 거래
스마트폰 사용자 2000만 시대, 늘어나는 범죄 대책은 없나?


경찰은 또 택시 절도의 경우 손님에게 돌려주면 2만~3만원, 우체국을 통해 돌려주면 1만원의 사례금만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장물업자에게 팔면 기종과 상태에 따라 최대 20만원까지 받을 수 있어 현혹당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택시업자들을 대상으로 중고 스마트폰을 매입하겠다는 장물업자들도 점점 조직화 전문화 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에게 명함 전단을 뿌려 자신들을 홍보한 뒤 택시기사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한 대당 7만~20만원씩 사들인 뒤 곧바로 도매업자들에게 대당 25만~45만원씩 팔아넘기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짭짤한 부수입에 현혹돼 이 같은 범행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며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릴 경우를 대비해 가급적 카드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받아둬야 한다”고 권했다.

경찰은 아울러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의 경우 익명 또는 차명 거래가 가능해 장물 스마트폰의 주요 거래창구로 악용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공익요원인 박모(24)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장물 스마트폰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다 적발됐다.

박씨는 사이트에서 ‘해외폰’ ‘국내개통 불가폰’ 등의 용어를 사용해 장물폰을 구입하겠다는 글을 올린 뒤 갤럭시S와 아이폰3는 10만~15만원에 매입해 25만~35만원에 매도하고, 갤럭시S2와 아이폰4는 25만~30만원에 구입해 35만~40만원에 팔았다. 국제우편(EMS)이나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과 필리핀 등지로 판매 처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고가의 스마트폰을 장물로 유통하는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장물거래조직이 도난·분실 스마트폰을 고가로 매입하면서 용돈이 궁한 노인들과 청소년들을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하고 있다”면서 “휴대전화 절도범과 중고거래 사이트 등 장물유통 경로를 추적, 강력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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