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 A의원 ‘60억 수수설’ 파문 막전막후

2011.11.29 09:10:00 호수 0호

검찰 칼끝 정조준…이번엔 어떤 결과물 내놓을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내용이 심상치 않다. 그간 이 회장의 입에서 거론된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다 속속 구속되면서다. 이에 시선은 자연스레 이국철 비망록에서 ‘60억 수수설’ 의혹을 받고 있는 정권실세 A의원에게로 향해있다. A의원은 현 정부에서 다선 파워를 지닌 실세중의 실세다. 그런 A의원은 각종 의혹이 불때마다 중심에 서왔다. 이번 ‘이국철 폭로’로 다시 불거진 의혹에 과연 검찰의 칼끝이 그를 겨눌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국철 폭로’ 수사 결과 하나씩 하나씩 현실로 입증
‘로비창구’ 문 대표 구속, 실세의원 보좌관 계좌추적



모처럼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이국철 폭로’로 언급된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다. 검찰은 지난 24일 금품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이 같은 사건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3일 뒤에는 이 회장의 ‘로비창구’로 지목됐던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까지 구속해냈다.

신 전 차관은 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8~2009년 SLS그룹 해외법인카드를 받아 1억3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7일 신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하지만 3일 뒤 법원으로부터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기각 당했다. 

검찰은 보강수사에 주력했다. 보강수사 기간 신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 이 와중에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자택에서 발견한 SLS그룹의 워크아웃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주요 근거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 활기
신재민 구속되나?

게다가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인 ‘안국포럼’ 등에 몸담았던 지난 2007년 1월∼2008년 3월 이 회장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로부터 그랜저 차량을 무상 제공받아 타고 다닌 부분(리스료 1400만원 정도)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SLS조선 내부문건 외에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며 “지난번 기각 사유를 다 보강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검찰의 호언장담대로 28일 실시된 신 전 차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국 영장이 받아들여져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신병처리 뒤에도 정권실세 A의원의 보좌관 박모씨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SLS그룹의 로비 의혹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박 보좌관이 ‘로비창구’였던 문 대표로부터 고급시계를 전달받았다가 되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2일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SLS그룹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이 회장의 청탁을 받고 2009년 박 보좌관에게 500만원 상당의 여성용 까르띠에 시계를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문 대표가 이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박 보좌관을 자주 동석시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보좌관과 문 대표와의 접촉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은 두 사람 사이에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2009년 창원지검의 SLS그룹 수사 무마를 위해 박 보좌관에게 직접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박 보좌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계좌추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정권실세
로비의혹 정조준 

하지만 박 보좌관은 문 대표로부터 시계를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회사 기념품으로 알고 받았는데 나중에 여성용 (명품)시계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바로 돌려줬다”며 고 해명했다.

박 보좌관은 또 “내가 민원담당 보좌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민원을 받았다”며 “민원이 제기되면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경우 알아봐 주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표로부터 SLS그룹 관련 민원을 받아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쪽에 전해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박 보좌관이 시계를 돌려준 정확한 시점을 조사하는 한편, 문 대표가 이 회장에게서 구명 로비 명목으로 받은 7억8000만원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상 그간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의혹이 많았다. 검찰이 비리 혐의자보다 폭로자 수사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금품을 받았던 신 전 차관보다 이를 폭로한 이 회장이 먼저 구속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당시 일각에선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같은 검찰 수사의 결과물은 이 회장의 폭로와 비망록을 통해 시작된 수사였다. 이 회장은 그간 정관계 인사들의 비리를 낱낱이 폭로해왔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폭로가 현실로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공개한 ‘이국철 비망록’에서 이 회장이 문 대표를 통해 정권실세인 A의원에게 60억원을 줬다는 대목에 관심이 쏠린 상태다. 이제 이국철 폭로의 핵심은 정권실세가 개입된 ‘로비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의 여부다.

각종 비리 의혹만 터지면 중심에 선 정권실세 A의원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은 MB 복심…정권실세 겨눌까?

검찰도 자금추적 및 A의원의 보좌관을 소환하면 정권실세 측에 60억원을 전달했다는 등의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이 구속됐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정권실세라 불리는 A의원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왔던 인물이다.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인사들도 A의원의 ‘권력 사유화’에 대해 비판했을 정도다. 특히 지난 부산저축은행사태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A의원은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는 정권실세를 보기 좋게 비껴갔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당시 A의원이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친분이 있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박태규씨는 소망교회 30년 신도다. 부인은 소망교회 권사고, 박태규씨는 장로다. 그래서 늘 교회 끝나면 A의원과 많은 대화 나눴다”고 주장했다.


당시 A의원실 측에서는 성명을 내고 “일부 야당 의원이 제기한 A의원과 박태규 회장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박 회장은 A의원이 다니는 교회의 장로도 아니고 A의원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음은 물론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국철 폭로와 관련해서도 신 전 차관의 연결고리로 A의원을 최초 거론했다. 그는 지난 9월27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정권실세가 이국철 회장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갔다”며 “(그 실세는) 세상이 다 알 사람”이라고 주장했던 것.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문 대표가 이 회장의 로비의 핵심통로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 문 대표는 구속됐다. 때문에 다시금 박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 수사 온전히
신뢰하지 못 하는 시선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만은 검찰이 제대로 할까?”라며 “이국철 회장 사건은 제가 국정감사에서 제기한대로 정권실세 측근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검찰수사가 실세에게도 어떻게 진전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애초에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검찰은 이 회장의 비리 내용을 폭로했을 때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사이 검찰이 공을 들였던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재판이 ‘무죄’로 귀결돼 자존심이 바닥을 쳤고,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불었다. 이어 이국철 폭로에 청와대의 언급도 있었던 터라 검찰이 수사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의 행방을 좇았지만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자 “없다”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 후 언론에 비망록 일부가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이국철 사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비망록의 일부내용에 정권실세 중의 실세인 A의원이 거론되며 파괴력이 급상승한 상태다. 비망록에 대해 검찰의 확인수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 회장이 로비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과 정재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실세와 관련된 수사에서는 유독 칼이 무뎌진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이 회장은 사업가를 통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구명청탁을 했다며 MB정권의 복심도 겨냥한 상태다.

물론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이번 고위층 수사에서 그간의 검찰에 대한 불명예를 씻어 낼지 아니면 또다시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머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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