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장 양성 시스템 엿보기

2008.12.02 09:32:55 호수 0호

퍼펙트 프로그램으로 탄생하는 ‘하늘의 별’

대한항공이 조종 부분에서 항공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국내 민항 역사상 최초로 ‘여성 기장’을 배출한데 이어 역시 국내 처음으로 ‘부부 기장’을 탄생시켰다. 두 소식 모두 1948년 국영 대한국민 항공사로 우리나라 민간항공역사가 시작한 이래 60년 만의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는 게 대한항공 측의 전언. 그만큼 이들이 흘린 피와 땀, 눈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각각 1호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대한항공의 엄격한 조종사 양성 시스템을 엿봤다.

국내 첫 부부·여성기장 배출…엄격한 테스트 통과
‘절대 안전운항’추구 “조종사 훈련에 과감한 투자”


대한항공이 국내 민항 역사상 최초로 ‘부부 기장’을 배출했다. 대한항공은 부부 조종사인 김현석, 황연정 부기장이 각각 지난달 13일과 17일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에서 실시한 기장 자격심사를 통과했다고 최근 밝혔다. 김 기장은 MD-11 항공기로 시작해 B737 항공기 기장이 됐으며, 황 기장은 F100 항공기로 시작해 A330 항공기 기장으로 승격됐다.
‘하늘의 원앙’으로 불리는 이들은 1996년 10월 대한항공 조종훈련생 25기 동기로 처음 만났다. 교육과정을 먼저 수료한 김 기장이 황 기장의 교육 파트너가 되면서 사랑의 싹을 띄웠고, 1999년 3월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다.



‘멀고 험난한 길’

부부기장은 “운항하는 기종이 다르기 때문에 비행이나 항공기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며 “승객들을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는 기장이 될 수 있도록 부부가 힘을 합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항공은 앞서 역시 국내 처음으로 여성 기장 2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주인공은 신수진, 홍수인 기장. 이들도 지난달 3일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의 기장자격 심사에 최종 합격해 B737 항공기 기장자격을 획득했다.

두 여성 기장은 1996년 대한항공 조종훈련생으로 입사해 MD-82 및 B747-400, B777 항공기 부기장으로 근무했다. 입사 동기로 나란히 부기장이 된데 이어 이번에도 같은날 국내 첫 여성 기장으로 승격되는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 민간 항공사엔 기장 1731명, 부기장 1826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여성 조종사는 대한항공 4명, 아시아나항공 4명이다. 두 사람과 부부 기장인 황 기장을 포함해 대한항공에만 3명의 여성 기장이 조종간을 잡고 있다. 나머지는 모두 부기장이다.
두 여성 기장은 “60년간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금녀의 벽’을 넘어 기쁘다”며 “남성 중심으로 여겨진 항공 분야에서 여성들의 참여 기회가 많아지고 있어 여성 후배들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부부 기장과 여성 기장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전운항 및 최상의 운영체제를 위해 우수한 기량의 조종사를 양성·선발하는 인재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항공기 기장은 운항 준비부터 착륙까지 모든 단계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 대한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사 안전시스템 평가제도인 IOSA(IATA Operational Safety Audit) 권고 기준 및 우리나라 정부 운항기술 기준에 의거해 엄격하게 조종사를 양성하고 있다.

민간인 출신이 대한항공 조종사가 되기 위해선 우선 입사 전 32개월 동안 조종훈련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곳에서 1000시간의 비행과정을 이수하는 등 조종사로서 기본을 갖추게 된다. 이후 수습조종사로 대한항공에 정식 입사하게 되면 8주간 ▲조종사 기본교육 ▲지상학과·조종실 절차 교육 ▲모의비행훈련장치 교육 등을 받은 후 정부의 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부기장이 된다.
무엇보다 대한항공 기장은 ▲비행경력시간 4000시간 이상 ▲350회 이상 착륙 경험 ▲중·소형기 부기장 경력 5년 이상 등의 경력이 필수다. 아울러 경력 이외에도 운송용 조종사 자격증명, 항공무선통신 자격증,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 등 항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또 엄격한 대한항공 자체 기장 선발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기장 훈련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화제를 모은 대한항공 기장 4인방도 이런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김 기장은 총 6003시간, 황 기장은 총 5732시간의 비행 경력을 갖고 있다. 신 시장과 홍 기장은 각각 총 4483시간, 총 5533시간의 비행시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격시험을 치르는 6개월 동안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등 수면시간이 평균 4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대한항공의 강도 높은 기장 승격 훈련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정부 운항자격심사관의 기장자격 심사에 합격하면 기장석에 앉을 수 있다. 기장이 되면 항공법에 따라 항공기 비행안전에 대한 총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승무원의 지휘, 감독 권한과 기내 난동자를 감금하거나 관계 당국에 인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 기장은 약 1억1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건강과 기량 문제만 없으면 만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훈련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훈련을 위해 B747-400, B777, A330 등 항공기 모의비행 훈련장치인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실습훈련 장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제주도 서귀포시에 활주로와 관제시설을 갖춘 민간 비행장 정석공항과 대규모 조종사 훈련센터인 정석비행훈련원도 운영하고 있다.

승격 훈련 강행군

대한항공 관계자는 “세계 최고 항공사로 비상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절대 안전운항 체제 구축을 위한 능력 위주의 조종사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까다롭고 엄격한 기장 승격훈련 과정을 완벽하게 소화해야만 명실상부한 대한항공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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