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수명’ 의원 임기에도 못 미치는 내막

2011.11.24 11:00:00 호수 0호

선거철만 되면 창당 러시 “메뚜기도 한철?”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최근 기성정치권과 정당정치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이 ‘안철수 신드롬’에 열광하고 있다. 이는 시민후보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이라는 업적을 이뤘고 그 열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인들은 여전히 정당정치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역설하는가 하면 신당을 준비하는 세력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난립하다 시피 하는 신당 창당과 기존 정당들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살펴봤다.

1987년 뒤 원내정당 40곳 평균 수명 44개월 불과
1987년 이후 등록된 중앙당 총 113개, 선거 때마다 신당

1987년 민주화 이후 등장했던 한국 원내정당들의 평균 존속기간이 국회의원 임기(4년)에도 못 미치는 44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10년을 넘긴 장수정당도 있지만 10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해체된 이른바 ‘하루살이형 정당’도 난무했다. 별다른 지지기반 없이 원내 진입이라는 목적과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너도나도 창당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를 한 것만 무려 8개에 이른다.

‘하루살이형 정당’ 난무

지난 15일 선관위에 따르면 1987년 민주화 당시부터 현재까지 선관위에 중앙당 등록이 됐던 정당은 총 113개다.
 
이들 중 선거 때 잠시 만들어졌다가 사라진 정당들을 제외하고 국회의원을 보유했던 원내정당은 40개이며, 이들의 평균 존속기간은 44.1개월이었다. 나머지 73개 정당은 원내 진입도 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이다.

원내 진입에 성공한 40개 정당 중 당의 존속 기간이 국회의원 임기를 넘긴 정당은 13개(32.5%)에 불과했다. 원내정당 10개 중 7개 정당에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임기 중 소속 정당이 바뀌었다는 의미한다.
 
잦은 이합집산 속에 존속기간이 1년도 못 되는 정당도 6개(15.0%)나 됐다. 대통령 선거를 겨냥, 대선주자 중심으로 잠시 만들어졌다 사라진 정당들이 대부분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 여권이 최악의 위기에 빠졌을 때 분당과 통합, 재통합이 이어지면서 단명 정당들이 속출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1개월), 중도통합민주당(8개월), 대통합민주신당(6개월) 등 10개월도 못 넘긴 정당이 속출했다. 이것이 정당의 평균 존속기간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존속기간 10년을 넘긴 정당은 현재까지 3개에 불과했다. 1995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존속했던 자유민주연합(129개월)과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한나라당(168개월째)과 민주노동당(138개월째)이 그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헤쳐모여식’ 창당설과 위기론에 맞물려 당의 혁신적인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10년을 넘는 정당은 민주노동당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정당들은 시민들의 삶에 기초하지 않은 채 정치인들의 자의적인 아젠다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활동했었다”며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현실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위기에 빠지고, 그러다 보니 다시 정계개편이 뒤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단-중도개혁통합신당(1개월), 최장-한나라당(168개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력다툼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당들의 수명이 짧다면 의원들의 정치관과 사상, 가치관이 혼돈이 올수 있고 소속 당에 대한 충성심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한 국민들의 혼란도 가중될 수 있다.

이것이 최근 국민들의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너무 많은 정당이 생기고 없어지는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그나마 친근하고 인지도 높은 정당을 지지했는데 회의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시민사회 세력이 강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책임 있는 정치, 정책이 성과로 반드시 이어지는 정치가 되려면 정당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정당정치는 민주주의 실현에 중요한 뿌리”임을 강조하며 여전히 정당정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2개의 주요 정당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약 200년 160년으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이 두 당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광범위한 정치적 견해를 수렴하고 있으며 오랜 역사와 정체성을 기반으로 연방과 주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제3당으로는 혁신당, 독립당 등이 있지만 이들 또한 최소 수십 년 이상의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놀라운 존속기간이 아닐 수 없다.

놀라운 미국 정당역사

많은 정당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뇌리에 박힌 인식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한 네티즌은 “당만 여러 개 생기면 뭐하나, 구성원들이 바뀌지 않고 이름만 바뀌는 ‘빛 좋은 개살구’인데”라고 힐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같은 당 소속끼리도 헐뜯고 계파싸움만 하는데 그게 무슨 하나의 정당이냐”고 비난했다.

선거 때만 다가오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정당을 규제하기 위해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정치인들도 신당 창당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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