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봉변’으로 본 경찰의 두 얼굴

2011.11.21 11:55:00 호수 0호

보수의원 폭행엔 강경수사, 진보의원 폭행은 유야무야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무수행 중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박 시장은 지난 15일 민방위훈련 상황을 보고받던 중 순식간에 봉변을 당한 것. 놀라운 점은 폭행 가해자가 지난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머리채를 잡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경찰의 안일한 대처에 비판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가해자의 최초 범행 당시에 경찰이 유야무야 넘겼기에 화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촛불집회 때 정동영 머리채 잡던 여성
법 적용에 심각한 불균형 보인 경찰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민방위 훈련장에서 60대 시민에게 뒤통수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열린 민방위훈련에 참석해 훈련상황을 보고받던 중 경기도 안산에 사는 박모(62·여)씨로부터 뒤통수를 가격당한 것.
 
박 시장과 함께 훈련에 참석했던 서울시 간부는 “뒷줄에 앉아 있던 이 여성이 갑자기 ‘종북좌파’라고 소리를 지르며 박 시장을 때렸다”며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라서 말리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뒤통수 맞은 ‘박’

목격자들은 박 시장이 화생방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지하철 역사 브리핑 공간에 마련된 의자에 앉자 갑자기 박씨가 나타나 “시장 사퇴해, 이 빨갱이 OO야! 김대중O의 앞잡이”라고 소리치며 오른손으로 가격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곧바로 직원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하지만 박씨는 제지를 당하면서도 “빨갱이”라는 말을 하면서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조사를 받고 나온 박씨는 “나라사랑, 국민사랑의 마음으로 했다”며 “이회창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공무수행 중 서울시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당했지만 고소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시장은 이런 사람들까지 다 이해해야 한다”며 용서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라이트코리아 소속으로 알려진 박씨의 묻지마식 정치인 폭행은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지난 8월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8·15 반값등록금 실현 국민행동, 등록금 해방의 날’ 행사에 참석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머리와 멱살을 잡고 흔들었던 장본인이다.

당시에도 박씨는 정 최고위원에게 “종북주의자 빨갱이, 김대중·노무현 앞잡이” 등의 욕설과 함께 폭행을 가해 경찰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피해 당사자인 정 최고위원 측에 사건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결과는 어떠한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가 결국 현직 서울시장이 공무수행 중에 폭행을 당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여론과 더불어 경찰 수사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많다.

특히 지난 2006년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의 범인은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지금도 복역 중이다. 게다가 보수언론들은 ‘테러’로 규정하면서 지면을 도배하며 성토했다. 이어 2009년에 일어난 전여옥 의원의 국회 내 피습 사건에 대해서도 보수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와 함께 신속한 수사가 이뤄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극우폭력 봐주기 편향수사다” “경찰의 편파적 태도도 문제네”라며 경찰을 비난했다. 야당 측도 ‘백색테러’로 규정하며 단호한 대처에 입을 모으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시장을 폭행한 일에 대해선 형사처벌해야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해 야권 인사에게 이런 폭력행위를 저지르는 극우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의 야권 인사에게 가해지는 보수세력의 백색테러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빨리 없어져야 한다”며 “야권정치인들을 국정과 시정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적군처럼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난 여론과 야당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단호한 대처 요구

하지만 경찰이 법을 적용하는 잣대에 심각한 불균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한미FTA 강행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지난 2008년 미국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걱정하는 여대생을 군홧발로 짓밟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에게 소화기를 뿌렸다.

하지만 지난 8월 초 부산에서 열린 3차 희망버스 행사에서는 어버이연합 등 희망버스 반대 보수단체들은 영도대교와 부산대교 입구도로를 점거하고 시내버스를 세운 채 시민의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고, 시민을 위협하는 등 끊임없는 소동을 일으켰다.

당시 경찰은 별다른 조치는커녕 폭행 과정에서도 먼 산 바라보듯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때문에 한진중공업·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책위는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편파적 강경대응 규탄, 어버이연합 처벌 요구’와 경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같이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정권과 보조를 맞추는 행보에 비판 여론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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