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이방인 장난질 “심하다”

2008.12.02 09:29:33 호수 0호

재계 루머·괴담 진원지 실체

‘루머와의 전쟁’을 선포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안 그래도 불황이 짙게 깔린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업으로선 소소한 입방아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마냥 방치했다간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 부도설, 자금난설, 사채유입설, 임금체불설, 사정설 등 각종 근거없는 소문에 휩싸인 해당기업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물밑에선 루머의 불씨를 끄고 괴소문 진원지인 ‘검은 그림자’ 실체를 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GS건설이 최근 ‘루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회사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허위 소문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 GS건설은 지난달 24일 “시중에 떠돌고 있는 부도설과 자금난설, 임금체불설 등 괴소문의 진원지를 밝혀 달라”며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입방아 출처 추적

GS건설은 이날 ‘루머와의 전쟁 선포’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 측은 “그동안 ‘회사채를 막지 못해 부도 위기다’, ‘고금리의 사채로 부도를 막고 있다’, ‘임직원들의 급여를 체납하고 있다’등의 전혀 근거 없는 괴소문이 시중에 유포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주가 하락 및 대외 신뢰도 훼손 등 피해가 커지고 있어 악성 루머 유포자를 잡기 위해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국내 상장사가 악성 루머에 강력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림산업도 지난 10월 자사의 화의신청설과 관련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대림산업은 ‘산업은행의 차입금 만기 연장 거절로 새마을금고에 화의를 신청하면서 파산 절차를 밟을 것’이란 터무니없는 부도설로 곤욕을 치렀다. 대림산업의 사실 무근이란 적극적인 해명에도 헛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회사 관계자는 “특정한 의도로 음해성 루머와 괴담을 퍼트리는 세력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할 것”이라며 진원지가 밝혀지는 즉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뜻을 밝혔다.

대주건설도 이어 지난달 25일 부도설과 미분양 땡처리설 등 악성 유언비어 유포자를 처벌해달라며 광주 동부경찰서에 요청했다. 대주건설은 “사실과 다른 근거 없는 비방이 확산돼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악성 루머에 항상 앉아서 당하기만 했던 기업들이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과 다르거나 막대한 피해를 입어도 소문의 확대 재생산을 우려해 그저 숨기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양상이다.

참다못한 이들 기업이 꺼낸 카드는 ‘법적 대응’이다. 십중팔구 원인 제공자 색출이 목적이다. 악성 루머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괴담 진원지인 보이지 않는 손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다. 그만큼 피해가 막심하다는 얘기다.

피해기업들은 하나같이 각종 루머의 진원지로 여의도 증권가 또는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 나오는 일명 ‘찌라시’로 불리는 사설정보지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찌라시라 해도 소스의 출처가 있기 마련이다. 악의적 소문을 처음으로 퍼뜨린 최초 유포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줄줄이 루머와의 전쟁을 선포한 건설사들은 건설경기 침체를 틈타 투기세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케이스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상장사 전체적으로 보면 증권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외국 증권사와 투자자 등 소위 ‘외국계 큰손’들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찍힌 상태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외국계 작전에 쉽게 현혹돼 결국 주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외국계 증권사들은 무리한 매도 분석으로 국내 상장사들을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GS건설의 경우 지난달 외국계 증권사인 C사의 매도 의견을 담은 부정적인 투자 보고서가 나온 뒤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삼성SDI도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C사의 부정적인 전망에 당한 적이 있다.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LG전자는 J사의 ‘셀 리포트’발표 이후 주가가 출렁거리는 홍역을 치렀다. 하나금융지주도 J사의 부정적 보고서로 주가는 물론 영업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금융감독원이 J사에 비공식 주의조치를 내렸지만, 두 회사간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외국계 주가 쥐락펴락

이같은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정적인 투자의견에 따른 매도의견은 지난 10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상장사라면 거의 한 번씩은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증권가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상장들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증권사의 재량이지만 마구잡이식의 부정적 전망은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증권사와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도 유언비어 확산의 진원지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국인들이 대부분인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악의적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루머를 퍼뜨린다는 정황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 시 생기는 차익금을 노리고 실물 없이 주식을 파는 행위로, 주가 하락을 예상한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크게 떨어질수록 차익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 급락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코스피시장 기준 공매도액은 약 32조원에 달했는데, 이중 외국인의 공매도액이 무려 29조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주식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세력과 외국인 투자자 공매도의 연계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안 그래도 불안한 주식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정적인 보고서에 대해서도 왜곡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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