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잠 못 자는 사람들, 방법은?

2018.07.09 11:05:53 호수 1174호

지금부터 찜통…수면장애 주의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수면은 삶의 질과 관계가 아주 깊다. 수면의 양과 질은 건강과 직결된다. 잠을 잘 못자거나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다음날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잠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현대인의 적으로 떠오른 ‘수면장애’에 대해 알아봤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이 예보한 대로 7월 하순경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된다. 낮의 더위는 밤을 위협한다. 더위와 열대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밤의 더위로 잠 못 드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더위와 전쟁

#1. A씨는 벌써 수년째 수면시간이 4∼5시간 정도다. 이른 출근과 잦은 야근으로 주중엔 5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회사에 출근하면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찾지만 제대로 정신이 돌아오는 것은 점심시간 즈음이다. 업무 효율도 오후나 돼야 오르기 시작한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 주말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지만 피로는 풀리지 않는다.

#2. B씨는 오후 10시면 칼처럼 잠자리에 든다.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6시. 하지만 그 사이 화장실을 가야 해서, 목이 말라서,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는 일이 빈번하다. 깊게 잔 기분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침대에 누워 있는 건 8시간이지만 실제 수면시간은 6시간도 안 되는 느낌이다.

#3. C씨는 밤마다 전쟁이다. 다음날을 위해 침대에 누워도 실제 잠에 빠지기까지 2시간도 더 걸린다.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셔도 똑같다. 몸은 너무 피곤하고 잠이 오는 것 같은데 막상 누우면 한참 동안 뒤척이기 일쑤다. 토막잠을 잤다가 일어나면 머리가 몽롱하고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다.


장마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
수면 가볍게 생각했다간 큰병

일반적으로 수면장애라고 하면 불면증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은 잠을 잘 수 있는 적절한 시간과 기회가 있지만 수면의 시작과 지속 등에 있어 문제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잠들기 어렵고 잠에 빠진다 해도 유지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도 원기 회복이 되지 않는다.

수면장애는 이보다 더 포괄적이다.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잠을 자고도 낮 동안 각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 등을 포함하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다. 불면증, 과면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부터 코골이, 수면무호흡증도 수면장애에 포함된다.

과면증은 7시간 이상 자고도 낮 동안에 과도한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기면증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졸음이 갑자기 덮쳐 십수 분간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 

청소년기에 처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학업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운전 중일 때 나타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잠들 때마다 다리 부근에 불편을 느껴 잠을 못 이루는 사례도 있다. 이 같은 고통을 토로하는 환자들은 ‘전기가 흐르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등으로 표현한다.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지만 최근에는 7세 이전 아동에게서도 종종 보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어릴 때 나타나는 성장통 중 일부는 수면장애와 관계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수면무호흡증도 수면장애로 분류된다. 말 그대로 자는 도중에 숨을 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잠을 잘 때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75%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 하룻밤 새 40회 이상 나타날 경우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려워 낮 동안에 피로감을 크게 느낀다.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 아침 두통, 무기력감, 기억력 저하,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당뇨,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민의 수면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생산성 손실액이 전국적으로 11조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경기연구원 이은환 연구위원 등은 ‘경기도 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질환자는 2014년 75만7000여명서 2016년 88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수면장애로 생산성이 저하돼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경기도 내에서만 연간 2조6470억원, 전국적으로는 11조4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생산성 저하로 경제적 손실
전국적으로 연간 11조 추산

많은 사람들은 ‘잠을 잘 못 잔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볍게 여겼다가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게 바로 수면장애다. 이 같은 수면장애는 여름철에 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열대야와 폭염이 양질의 수면을 방해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미 더위로 육체·정신이 지친 상태의 사람에게 찾아온 수면장애는 만성피로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열대야는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밤을 말한다. 도시는 교외보다 사람, 건물, 자동차, 공장 등에서 인공열이 엄청나게 발생하기 때문에 열대야가 더 자주 나타난다. 서울시민들이 한강에 텐트를 치고 더위를 피하는 모습은 여름철이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열대야로 인한 더위는 중추신경계서 체온과 수면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에 영향을 미친다. 시상하부가 더위에 자극을 받아 깨어있는 상태가 이어지면 잠을 이루기 어렵다. 반복된 열대야는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잠을 못 자기 때문에 불거지는 스트레스로 더욱 잠을 잘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올해도 더위와의 전쟁이 예정돼있다. 지난달 24일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이미 올해 첫 열대야가 기록됐다. 경북 내륙지역서도 폭염경보가 발효되면서 무더위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강원 동해안 지역에선 6월23일 밤부터 24일 아침까지 기온이 25도를 웃돌았다. 지난해 6월30일보다 7일이나 빨리 나타났다.

열대야는 역대급 무더위를 기록했던 1994년을 기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1973∼1993년에는 평균 열대야 일수가 4.0일, 폭염 일수 8.5일이었지만 1994∼2017년에는 평균 열대야 7.1일, 폭염 12.1일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는 낮 최고 기온이 최고 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정도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경보’를 내려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 조성부터

열대야로 인한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실내온도는 18∼23도 사이에 맞추는 게 좋다. TV소리나 음악은 수면의 방해요소다. 스마트폰 역시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데 불필요하다.

잠들기 2∼3시간 전 가볍게 운동을 하고 자기 전에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생활은 필수다. 매일 같은 시각에 일어나는 등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면 열대야에도 ‘꿀잠’을 잘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장애가 이어질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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