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MB맨들’ 배수진 치는 내막

2011.09.17 13:25:00 호수 0호

“이렇게 끝낼 순 없다! 내 살길 찾아간다!”

[일요시사=손민혁 기자]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 되고 있는 시점에 ‘MB맨’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점차 주변을 정리하고 각자 지역구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그늘에서 권력의 단 맛을 본 이 들이 ‘제 살길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욱더 가속화 되고 있으며 소폭 개각설과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왕 차관’ 박영준 출판기념회 시작으로 본격 활동 시작
이동관, 박형준 특보 지역구 돌보며 출마 움직임 보여

‘MB맨’들에게 내년 총선은 정치적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이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정치인생도 함께 끝난다는 위기감으로도 작용하고도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욱더 가속화 할 것 이라는 전망은 물론, 내년 총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수진을 친 이들의 행보 역시 순탄치 만은 않아 보인다.

MB의 ‘출마조’
3인방 지역구는?

지난 5월27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회의에서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은 5월 안에 거취를 정리하라”고 밝혔다.
 
총선 준비를 위해 지역구 활동을 병행한다면 담당업무에 차질이 생기니 ‘마음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임기 말에 열심히 일할 인재들을 지근거리에 두고 가급적 레임덕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런 이 대통령의 뜻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입성’에 뜻이 있는 ‘MB맨’들은 그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출마 명분, 지역구 선정에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따라서 이들은 현역 본연의 업무와 지역구 관리를 병행하면서 서로 치열한 눈치를 보며 시기를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출마조’로 분류된 인사로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2차관, 김희정 전 대변인, 이성권 전 시민사회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청와대에 있을 땐 ‘왕 비서관’, 정부에 있을 땐 ‘왕 차관’으로 통했던 박영준 전 차관은 6월 퇴임 후 가급적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이명박 정부의 치적과 노하우를 담은 책을 쓰며 19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주변의 덕만 봤다는 세간의 평가를 이번 책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진정성을 전하겠다는 각오이다.

박 전 차관은 고향인 경북 칠곡과 대구 중·남구, 3곳 중 출마 지역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차관은 10월경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과 최근 지역구 정서가 한나라당과 멀어진 점은 그에게 악재로 다가설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은 출마 예정자 김 전 대변인은 17대 최연소 국회의원을 지냈던 부산 연제구에서 출마가 유력하다. 최근에 구민체육센터 건립을 위한 교부금 7억원을 지역구에 할당되도록 행정안전부를 설득하며 지역구 관리에 힘쓰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당내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는 이 전 비서관은 부산진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장조’는 NO!
‘여의도 입성’ OK!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순장조’로 거론돼 온 이동관, 박형준 특보도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현직에 있는 만큼 자유롭지 못해 왕성한 활동은 못하고 있지만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구 행을 택하며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세론은 독”이라고 주장한 이동관 특보는 서울 강남권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보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에는 “마음속으로야 모든 걸 다 준비하고 있다”며 “가능성이라면 부인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 특보는 공성진 전 의원이 의원직 상실로 공석인 강남을과 오랫동안 살아온 서울 서초지역에 출사표를 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부인의 선거법 위반으로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기 어려운 만큼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동갑에 나선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하지만 이 특보는 “(아무리 살아남는 게 중요하더라도) 별 연고도 없는 거기에 내가 왜 나가느냐. 붙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강남과 서초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부산 수영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형준 특보는 이 대통령의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매 주말마다 부산행 비행기를 탄다. 노인정 방문 등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행사에는 현역 의원 때보다 더 자주 얼굴을 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보 역시 강남을 지역에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본인은 부산 수영구 출마로 결단을 내린 듯 하지만, 현재 부산·경남지역 민심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그의 주변 사람들은 강남을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정진석 전 정무수석도 의원시절 지역구인 충남 공주·연기에서 출마가 유력하다. 정 전 수석은 이미 “내년 한나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데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출마의 변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충청권은 자유선진당 및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가 민심을 다져 놓은 지역으로, 한나라당으로선 쉽지 않은 지역이다. 현재 여권에 대한 충청권 민심도 싸늘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정 전 수석 측근들도 강남과 수도권 출마를 적극 권유하기도 했으나, 정 수석은 자신의 고향에서 출마하겠단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 전 수석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초대 세종시장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수석은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방호, 김희정, 김대식, 이성권, 맹형규 등도 출마 예상
바닥치고 있는 민심, 입지 좁아진 ‘친이계’ 악재로 작용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공천 파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이방호 지방분권촉진위원장은 최근 1주일에 절반가량은 이전 지역구인 경남 사천시에 머물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맞붙어 패한 이 위원장은 내년 19대 총선을 겨냥해 수시로 표밭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벌써부터 실전 준비 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때 친박계의 공적으로 꼽히기도 했던 그는 “총선 후 6개월간 화병도 생기고 인간적으로 힘들었다. 나중에는 종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오로지 다시 실수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이 의원시절 지역구였던 서울 송파갑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맹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하며 틈나는 대로 송파구를 방문하며 지역구 관리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선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치고 있으나, 맹 장관은 “현재로서는 장관직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 전남지사 후보로 나섰던 김대식 부위원장도 수도권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탄치만은 않은
‘여의도 입성’ 길

이처럼 MB맨들은 제 살길을 찾아 청와대를 벗어나 총선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MB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역구의 인지도도 인지도지만 당내에서 조차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계속될 것 이라는 전망 속에 공천권 확보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전에 당의 선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크다. 더군다나 당 지도부에서는 ‘물갈이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4·27 재보선 참패 후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은 바닥을 치고 있다.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주민투표, 저축은행 사태, 집중호우 수재 등 연이은 악재로 당의 텃밭인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지역까지 흔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가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끝난 만큼 ‘복지’가 내년 총선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MB맨들은 이미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선을 그은바 있어 더욱더 어려운 상황으로 작용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의 ‘부자감세’ 강행도 이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통해 공생발전을 강조했는데 말과 정책이 너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행보가 이어진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심은 등을 돌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여러 상황들은 ‘비주류’로 밀려나 당내 입지가 더욱 좁아진 친이계의 핵심 멤버들인 MB맨들로서는 상황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

중앙정치권에선 주목받으며 화려한 공직생활을 한 이들이 내년 4월 이후에도 정치명운을 이어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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