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이펙트

2017.12.11 09:55:20 호수 1144호

스콧 하틀리 저 / 마일스톤 / 1만6000원

제4차산업혁명시대, 비즈니스의 최선봉에서 활약하고 능력을 발휘할 사람은 누군가?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면서 이제는 제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느껴질 만큼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러한 시대를 일컬어 인공지능시대, 제4차산업혁명시대, 또는 제2의 기계시대 등 다양하게 명명하지만, 모두 ‘폭발적인 기술혁신’의 시대임을 뜻한다. 이 기술혁신의 시대에 기술 전공자들이 비즈니스의 최선봉에 서서 활약하고, 의미 있는 참여와 기여를 할 수 있음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기술지상주의자들은 “인문학을 배운 사람은 앞으로 신발 가게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이나 철학 등 인문학이 좋기는 하지만 그런 걸 공부하다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둥의 막말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문학 이펙트>의 저자 스콧 하틀리다. 세계적인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기술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수천 개의 기술기업을 지켜보아온 스콧 하틀리는 <인문학 이펙트>에서 인문학이 기술혁신을 이끈다는 주목할 만한 주장을 제기한다.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기술의 베일을 들춰보면 인간성에 대한 위대한 이해가 있다는 것이다. 인류학자가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심리학 전공자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타고난 욕망을 통찰하여 페이스북을 만들고, 철학 전공자가 링크트인을 설립하고, 역사와 문학 전공자가 유튜브의 CEO가 되는 수많은 사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얻은 통찰이다. 
기술 주도 경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 혁신의 속도에 반비례해서 기술의 진입장벽은 놀라운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기술혁신의 시대에는 기술적 전문지식 없이도 기술 분야를 이해할 수 있고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술 민주화 트렌드 속에서 인문학이 기술의 ‘차이’를 만들 것이라는 스콧 하틀리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그는 책에서 인문학적 가치와 지식이 어떻게 기업을 만들고, 혁신하고, 또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지 요목조목 이야기한다. 교육에서부터 의학, 상품 디자인, 제조업, 금융, 투자, 법, 보안, 도시 디자인, 경제발전, 효율적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인문학과 공학이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기술혁신의 최선봉에 기술 전공자가 아니라 인문학 전공자가 선다고 하니, 듣던 중 참 희망적인 주장이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동안에도 기술은 사회 모든 분야의 전문지식과 의견을 필요로 하고, 코딩도 알아야 하지만 인간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빅데이터를 다루려면 윤리가 필요하고, 딥러닝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면 인간에 대한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 
기술기업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싶다면, 인문학적 소양을 더 길러야 한다. 기술의 진입장벽은 계속해서 낮아진다. 이제 인문학적 통찰이 비즈니스의 차이를 만드는 시대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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