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감사원장’ 인선 관전 포인트

2017.12.04 09:39:23 호수 1143호

“하기 싫어요” 누가 총대 멜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감사원장 인선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감사원장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차기 감사원장을 찾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후보자들이 잇따라 고사한다는 것. 감사원장은 부총리급으로 의전상 서열 10위인 고위공직자다. 이런 자리를 후보자들이 마다하는 이유는 뭘까.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내부 승진 이야기까지 나온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지난 1일, 임기가 만료됐다. 과거 감사원장들이 중도 사퇴한 경우에 비하면 임기 4년을 성공적으로 마친 셈이다. 지난달 30일 황 원장은 퇴임사를 통해 “위중한 외교, 안보상황 속에서 저성장과 양극화, 세대간 갈등의 심화 등 경제 사회적 현안이 산적해있다”며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공직 사회 최후의 보루’로서 헌법이 부여한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그리고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후보자 고사
막바지 고심

감사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인준 표결까지 거쳐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20일 이상 필요해 일정 기간 권한대행 체제 등 수장 공석 사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내달 4일부터 유진희 수석감사위원이 감사원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청와대는 감사원장 공백을 막기 위해 지난달부터 후보자 물색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검찰과 함께 문재인정부의 국정 기조인 적폐 청산을 수행할 핵심 기관이다. 당초 청와대는 재야 법조인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찾았지만 난항을 겪자 고위 판검사 출신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명가량을 후보군으로 두고 들여다봤지만 검증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 인사·민정 라인뿐만 아니라 다른 수석들까지 후보자 물색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내부 기준과 청문회 수준을 고려해 고사하는 후보자가 훨씬 늘었다”며 인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7대 원칙 발표 후 첫 고위직 인사
검증 부담에 손사래 늘어 구인난

최근 청와대가 ‘7대 고위공직자 인선 배제 기준’을 발표한 후 사실상 처음 진행되는 고위직 인사다. 장·차관, 1급 등 고위공직 후보자 인선시 기존 5대 비리에서 7대 비리로 확대했다. 

최근 10년 이내에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했거나 성 관련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인선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키로 한 것이다. 후보자를 고를 때 기존의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에 더해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 해당 여부까지 검증 범위다.

이번 감사원장 후보는 더욱 촘촘한 인사검증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당연히 관심이 집중되며 어느 때보다 현미경 검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당사자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 인사는 김지형 전 대법관이었다. 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김 전 대법관에 대한 신뢰가 컸고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매끄럽게 이끌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수석까지 나선 청와대의 거듭된 설득에도 김 전 대법관은 “더 이상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후보군에 오른 강영호 전 특허법원장도 최근 청와대의 감사원장 제안을 두 차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원장은 새만금방조제 간척사업 잠정중단 등 판결을 내린 이력이 있다.

수장직 손사래 
언제까지 지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정 정국이 되풀이되면서 대표적 사정기관인 감사원의 장을 맡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황 원장이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하는 상황이 예상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차기 감사원장을 찾는 데 얼마나 고심 중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감사원장 공백 상태를 감수하더라도 신상이나 이력 등으로 구설에 오르지 않은 인물을 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내각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막판까지 증여 논란 등으로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기에 이와 유사한 인사 논란이 거듭되면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장고의 이유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감사원 운영의 투명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감사원의 독립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 발탁될지 주목된다. 4대강 감사, 방위산업 비리 감사 등 새 정부 적폐 청산 기조와도 맞물려 신임 감사원장의 무게감이 크다. 감사원법 개정과 대통령 수시 보고 제도 개선, 감사위원회 의결 공개 등 해결해야 할 현안 과제들도 산적해있다.

한동안 공백 불가피 
첫 내부 승진도 염두  

이런 상황서 현재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차기 감사원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소 전 원장은 앞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후보에도 거명됐던 바 있다. 고검장급인 법무연수원장을 지내고도 대형 법무법인에 몸담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소 전 원장은 퇴임 뒤 고위직으로는 이례적으로 농협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고위직 인사 원천 배제 7대 원칙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이어진다. 

여기에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소 전 원장의 감사원장 지명 여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 전 원장을 지명할 경우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의 협조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소 전 원장은 광주일고와 서울대를 거쳐 제23회 사법시험으로 공직에 입문해 대전지검장, 대구고검장 등을 지냈다.

한편에선 국회 상황을 들며 감사원장을 빨리 지명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인 가운데 야당이 소 전 원장의 감사원장 임명 동의를 대가로 여당에 예산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이 흔쾌히 야당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본 예산으로 '사람 중심'이란 현 정부의 예산 철학이 반영돼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감사원장 임명을 위해 야당의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청와대가 이에 따라 더 ‘철저한 검증’을 이어가면서 감사원장 후보자를 발표할 ‘적절한 시기’를 살필 경우,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은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소병철 유력 
그래도 문제

이 외에도 감사원 내부서 감사원장을 물색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감사원 안팎에선 현재 감사위원 중 내부 승진도 고려해 볼법한 카드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직에 있기 때문에 흠결이 외부인사보다 적을 것이며 외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부에서는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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