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대학생 86.9% ‘지하철 불편한 경험’

2011.07.22 10:05:00 호수 0호

욱하는 순간, 카메라가 당신을 보고 있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묻지마 폭행, 할머니 폭행, 욕할머니, 막말남, 막말녀, 반말녀, 패륜녀, 성추행남….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지하철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일련의 사태가 줄을 잇자 ‘시민의 발’ 지하철을 보는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실제,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 지하철의 이용환경은 쾌적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쾌해도 되도록 감정 다스리고 참았다 43.3%
꼴불견 1위, 잡상인, 구걸행위, 포교?종교 활동



최근 대학생 8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가운데 9명은 지하철 이용 중 ‘욱하게 하는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중 무려 86.9%가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욱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화가 나도록 불쾌한 경험을 한 순간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화를 참거나 자리를 피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은 삼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리 피해 28.9%

‘욱하는 순간 어떻게 반응했느냐(중복응답, 최대 3개)’는 질문에 ‘되도록 감정을 다스리고 참았다’가 43.3%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자리를 피해버렸다’는 응답이 28.9%로 2위를 차지했다. ‘양해를 구하거나 좋게 말해서 상황을 해결했다’는 응답도 14.4%를 차지해 대부분 좋게 해결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승무원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5.2%)’하거나 ‘바로 항의하거나 시정을 요구(5.1%)’ ‘화를 내거나 싸운다(1.5%)’ 등 적극적인 대응은 10명 중 1명 꼴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동철(23·가명)씨는 “전후 사정없이 화내는 장면만 촬영돼 인터넷에 올라가면 결국 본인만 나쁜 사람 되는 거 아니냐”며 “욱하는 순간이 되면 나도 모르게 주변에 촬영하는 이가 있는지부터 살피게 된다”고 토로했다.

민동훈(25·가명)씨도 “전후 사정이 쏙 빠진 채로 동영상 올라가면 그야말로 답이 없다”며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냥 삭히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불쾌한 일이 있을 때 대응방식에 있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야기를 해서 상황을 해결’하거나 ‘항의, 시정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응답이 남학생의 경우 31.4%로 22.2%를 차지한 여학생들에 비해 9.2% 더 높았다. 반면 ‘자리를 피해 버린다’는 응답은 여학생(32.4%)이 남학생에 비해 8.2% 가량 더 많았다.

이은영(21·가명)씨는 “가뜩이나 요새 지하철에서 사건?사고가 많은데 괜히 그 꼴을 당하진 않을까 두렵다”며 “불쾌해도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을 욱하게 만드는 지하철 최악의 꼴불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학생들이 직접 꼽은 지하철 꼴불견(복수응답, 최대 3개) 1위에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잡상인, 구걸 행위, 전도 및 포교 등 종교활동(11.5%)’이 꼽혔다. 2위는 ‘불필요한 신체접촉(10.7%)’이, 3위는 ‘상대 가리지 않고 마치 자기 자리인양 자리 양보를 요구하는 어른들(10.5%)’이 각각 차지했다.

김지영(26·가명)씨는 “잡상인이나 구걸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특히 포교활동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능형 안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는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친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분들이 있다”며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쉴 새 없이 떠드는 휴대전화 통화 및 영상통화(9.8%)’와 ‘욕설이나 막말 등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막장남, 막장녀(8.5%)’도 지하철 꼴불견 5위권에 들었다.

그 외 ‘임산부, 장애인, 노약자를 보고도 못 본 척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7.7%)’ ‘만취한 채 주정부리는 취객(6.7%)’ ‘다른 승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쩍 벌리거나 꼬고 앉은 다리(5.2%)’ ‘내리기도 전에 밀고 들어오는 승객들(4.2%)’ ‘무임승차(4.1%)’ ‘뛰거나 소리를 지르며 말썽 부리는 아이와 이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4.0%)’ 등도 대표적인 지하철 꼴불견에 꼽혔다.

불필요 접촉 ‘꼴불견’

기타 의견으로는 ‘새치기(3.8%)’ ‘과도한 애정행각, 스킨십(3.3%)’ ‘이어폰 없이 DMB 시청(2.8%)’ ‘과도한 노출(2.4%)’ ‘자리만 보면 전력질주(1.3%)’ 등이 있었다.

박민우(가명·28)씨는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하는 것, 노약자에 자리를 양보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 아니냐”며 “계속해서 기본예절이 어겨지는 것을 보면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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