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김혜선의 상큼한 반란

2017.11.17 16:28:24 호수 1141호

'대세' 이정은 따돌렸다

투어 2년 차 김혜선이 지난달 2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6489야드)에서 열린 ‘SK 핀크스 서울경제 클래식(총상금 6억원)’ 최종일 3개홀 연장전서 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 대세 이정은을 2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상금랭킹 56위로 시드 유지가 아슬아슬했던 김혜선은 생애 첫 우승의 감격과 함께 2019년까지 시드를 확보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1억2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받아 상금순위도 20위권으로 껑충 뛰었다.

행운도 따랐다. 태풍 사올라의 영향으로 초속 12m의 강풍 속에서 최종 3라운드에 나선 김혜선과 이정은은 초반 희비가 엇갈렸다. 이정은의 2번홀(파3) 티샷이 그린 왼쪽 언덕을 맞고 핀 바로 옆까지 굴러갔다. 

‘럭키 샷’을 만난 이정은은 가볍게 버디를 잡아 타수를 줄였다. 반면 김혜선은 같은 홀에서 강풍에 리듬이 흔들린 듯 짧은 파퍼트를 놓치고 보기를 기록했다. 2번홀도 연속보기를 기록한 김혜선은 12언더파로 미끄러졌다.

SK 핀크스 클래식서 첫 승
2019년까지 시드 확보 겹경사 

그러나 이때 첫 번째 반전이 나타났다. 대회 경기위원회가 강풍으로 경기 진행이 어려워지자 3라운드를 전격 취소한 것. 이날 대회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 1시간 늦게 경기가 시작됐다. 


이정은, 김혜선이 속한 챔피언조가 2번홀을 마쳤을 때 3번홀 그린에서 볼이 바람에 움직이는 사태가 벌어져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바람이 더 강해지자 경기위원회가 3라운드를 취소하고 36홀로 축소했다. KLPGA투어에서 최종일 경기가 취소된 것은 2015년 삼천리 투게더 여자오픈 이후 2년 만이다.

최종 3라운드가 취소되면서 2라운드 공동 선두인 이정은과 김혜선이 연장전으로 우승자를 가리게 됐다. 경기 초반 타수를 잃었던 김혜선에게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연장전은 16번(파5), 17번(파3), 18번홀(파4) 등 3개홀 합산 스코어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장전에서 두 선수는 17번홀까지 파를 기록하며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다 18번홀에서 이정은의 두 번째 샷이 그린 바로 앞에 있는 개울에 빠져 벌 타를 받고 친 네 번째 샷도 홀에서 8m 거리에 멈춰 서는 바람에 이정은은 결국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김혜선은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퍼트 두 번으로 가볍게 파를 지켰다.

이정은은 시즌 5승을 아쉽게 눈 앞에서 놓쳤지만 올 시즌 상금왕을 확정했다. 준우승 상금 6900만원을 받은 이정은은 시즌 상금이 10억8133만원으로 늘어났다. 상금랭킹 2위 김지현(26·한화)이 남은 2개 대회를 모두 우승해도 500여만원이 모자란다.

이정은 대상도 확정지었다. 

지난달 24일 KLPGA는 “이정은이 남은 3개 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시즌 성적에 따라 집계하는 대상 포인트 1위가 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대상 포인트 607점을 확보한 이정은은 2위 김해림보다 185점 앞서 있다. 김해림이 남은 대회서 모두 우승하더라도 추가할 수 있는 대상 포인트는 160점이다.

이정은은 송보배, 신지애, 김효주에 이어 역대 KLPGA투어서 신인상을 받은 뒤 바로 다음 시즌에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대상까지 수상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우승 없이 평생 한 번뿐인 신인상을 차지한 이정은은 이번 시즌 다승(4승)과 상금 랭킹(10억1200만원), 평균타수 1위(69.80타) 등에서 모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이날 이정은은 역대 최다인 시즌 19번째 톱10 진입의 진기록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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