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⑫일진그룹-일진파트너스-일진디앤코

2011.07.07 01:00:00 호수 0호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야금야금’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파트너스, ‘황태자’ 100% 소유 회사…100% 집안 매출
디앤코, 10여개 계열사들이 ‘꼬박꼬박’ 일거리 넘겨줘

재계 순위 50위권인 일진그룹은 지난 3월 말 기준 총 25개의 계열사(7개 해외법인 제외)를 두고 있다. 이중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회사는 ‘일진파트너스’와 ‘일진디앤코’2개사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1996년 11월 설립된 일진파트너스는 국제물류 등 화물운송 중개업체다. 지난해 5월 일진캐피탈에서 상호를 바꾸면서 기존의 팩토링(회사의 자산 중 외상매출금을 담보로 융자받는 금융상품) 금융업에서 사업 내용을 변경했다.



사업 변경하자마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허정석씨가 일진파트너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인 셈이다.

정석씨는 허진규 회장의 2남2녀(정석-재명-세경-승은) 중 장남으로 일진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다. 올해 42세인 정석씨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후 1995년 일진다이아몬드 대리로 입사해 그룹 경영기획실 상무, 일진전기 전무, 일진중공업 부사장 등을 거쳐 2007년 일진전기·일진중공업 사장에 올랐다. 현재 그룹 지주회사인 일진홀딩스와 일진파트너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문제는 일진파트너스의 자생 능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일진파트너스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이렇다 할 내부거래가 발견되지 않는다. 일진파트너스는 2001년 21억2300만원, 2002년 3억7000만원, 2003년 3400만원, 2004년 1400만원, 2005년 2700만원, 2006년 1억8500만원, 2007년 6억8300만원, 2008년 8억300만원, 2009년 7억92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호와 함께 사업 내용을 대폭 수정한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가 불거졌다. 일진파트너스는 최대 실적을 거둔 지난해 계열사와의 거래로 100% 매출을 올렸다. 33억9500만원이 모두 일진전기에서 나왔다. 일진전기는 일진파트너스에 제품 운송 업무 등의 일거리를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파트너스는 일진전기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내부 사정이 다소 호전될 수 있었다.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은 2009년 7억9200만원에서 지난해 33억9500만원으로 4배 이상 뛰었고, 순이익은 1억1100만원에서 13억2500만원으로 11배 정도 증가했다. 보유 현금도 5억3300만원에서 13억38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과 총자본은 각각 346억9600만원, 191억2000만원에서 403억1500만원, 256억9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부채는 155억7700만원에서 146억2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2008년 7월 일진홀딩스에서 부동산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일진디앤코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체다. 일진디앤코도 관계사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50억9100만원 가운데 52%인 26억4500만원을 계열사 거래로 채웠다. 일진디앤코는 계열사로부터 사옥, 공장용지, 기계장치 등의 임대를 발주 받았다.

일진디앤코와 거래한 계열사들은 일진전기(9억7000만원)를 비롯해 ▲일진디스플레이(4억2300만원) ▲일진다이아몬드(3억7100만원) ▲일진머티리얼즈(3억5700만원) ▲일진홀딩스(1억4900만원) ▲일진반도체(1억900만원) ▲전주방송(1억900만원) ▲일진제강(6500만원) ▲아이텍인베스트먼트(4500만원) ▲일진유니스코(2200만원) ▲누브인터내셔널(1800만원) ▲일진네트웍스(900만원) 등 12개사에 이른다.

그전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10여개의 계열사들이 꼬박꼬박 물량을 내려줬다. 일진디앤코는 2008년 매출 24억100만원 중 46%인 11억500만원을 계열사들로부터 올렸다.

일진전기(6억9800만원), 일진다이아몬드(1억7900만원), 일진홀딩스(6500만원), 일진경금속(3700만원), 누브인터내셔널(3400만원), 아이텍인베스트먼트(3000만원), 일진유니스코(2400만원), 전주방송(1300만원), 일진네트웍스(900만원), 일진캐피탈(900만원), 일진디에스피(600만원) 등 11개 ‘식구’들이 밀어줬다.

안방서 매출 절반

2009년엔 49억2100만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45%인 22억3500만원이 13개 ‘집안’에서 나왔다. 마찬가지로 일진전기(8억7400만원)와의 거래 매출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일진머티리얼즈(3억6700만원), 일진다이아몬드(2억6900만원), 일진디스플레이(2억4800만원), 일진홀딩스(1억5000만원), 전주방송(8000만원), 누브인터내셔널(7000만원), 아이텍인베스트먼트(5400만원), 일진반도체(4700만원), 일진제강(3500만원), 일진캐피탈(1800만원), 일진유니스코(1500만원), 일진네트웍스(900만원) 등의 순으로 내부거래 금액이 컸다.

다만 일진디앤코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일진디앤코의 지분은 일진홀딩스가 100% 갖고 있다. 일진홀딩스는 정석씨(29.1%)와 허 회장(15.3%)이 각각 1, 2대 주주다. 허 회장의 부인 김향식(0.8%·김황식 국무총리 둘째 누나)씨와 두 딸 세경·승은(각각 0.3%)씨도 일진홀딩스 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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