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표 12개 증권사 대표, 무더기 해직 위기

2011.06.29 06:00:00 호수 0호

ELW 부정거래 수사 핵폭탄에 여의도 ‘초토화’

여의도 증권가가 발칵 뒤집혔다. 스캘퍼(초단타매매자)의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와 관련, 수사선상에 오른 12개 증권사 대표가 모두 법정에 서게 된 때문이다. 만일 유죄가 확정될 경우 해당 증권사 대표들은 사실상 퇴출된다. 최악의 경우 12개 회사의 대표직이 공석이 될 수도 있다. 초유의 사태에 증권가는 새파랗게 질렸다. 여기서 해당 증권사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굴려 봐도 대책이 잘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죄 판결 시 퇴출…최악의 경우 12개사 대표 공석
파생상품시장 불공정 거래 처벌 강화 추세에 ‘덜덜’

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 수사선상에 올랐던 증권사 12개의 대표이사 전원을 재판에 넘겼다. 하위 직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한 법인 대표를 처벌하는 양벌 규정을 적용하는 대신 공범으로 기소했다. 대표들이 단순히 범행을 방조한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온 서류 결재 등을 통해 사실상 지시했다는 것이다.



3만 개미들 울려

해당 증권사는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HMC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전직), LIG증권, 현대증권, 한맥증권 등이다. 검찰은 증권사 대표들 외에도 스캘퍼와 증권사 임·직원 등 36명을 구속·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또 해당 법인을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12개 증권사는 2009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스캘퍼들에게 주문체결 전용시스템 등의 특혜를 제공한 혐의다. 또 이들은 각종 특혜를 제공해 유치한 스캘퍼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최대 약 3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증권사들은 주문이 거래소에 도달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초단타 매매에 유리하다는 점을 악용해 전용회선을 제공하는 특혜를 줘 스캘퍼에게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스캘퍼가 쓰는 회선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려고 회선 보안장치를 거치지 않게 하거나 스캘퍼의 매매 프로그램이 탑재된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 전산망에 직접 연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반투자자는 주문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21개 항목을 점검하지만 스캘퍼에게는 일부 항목만 확인하게 했다. 스캘퍼를 아예 증권사 직원으로 고용해 거래 컴퓨터를 증권사 서버에 접속시킨 사례도 있었다. 그 결과 스캘퍼들은 일반투자자보다 3~8배 빠르게 거래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스캘퍼와 증권사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거액을 챙기는 동안 이를 알 리 없는 3만여 일반투자자들은 약 4143억원(2009년 12월말 기준)을 날렸다. ELW가 ‘개미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수사는 ELW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해 최초로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수사한 사례다. 이번 초유의 사태에 해당 증권사엔 비상이 걸렸다.

만일 12개 증권사 대표에 유죄가 확정될 경우 자본시장법에 근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증권사 사장 및 임원은 바로 면직되고 앞으로 5년간 취업도 금지된다. 만약 재판을 통해 벌금형이라도 받으면 사실상 증권업계에서 ‘퇴출’된다는 얘기다. 증권사 대표와 함께 기소된 15명의 임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또 법인인 증권사는 ‘기관경고’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번 검찰의 기소는 증권사 대표에게 본보기 차원의 징계를 내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캘퍼와 한통속이 돼 개미 투자자의 주머니를 털어간 금융사의 조직적 범죄 혐의에 대한 경종이라는 것이다.

공동전선 마련?

하지만 증권사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법원이 최근 파생상품시장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 대한전선과 도이치증권 간의 옵션 관련 시세조종 사례인 ‘6초의 전쟁’ 재판에서 법원은 “한국의 금융시장이 발전하고 주식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파생상품에 대한 이익을 향유할 가능성이 높아 이런 유형의 범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양사 직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최악의 경우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증권사 사장들이 한꺼번에 현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동시에 12개 사에 경영공백이 생길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12개 증권사가 ‘공동전선’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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