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사체 수색견 조련사 김윤상 경장

2011.06.22 06:00:00 호수 0호

긍정의 힘으로…"김 형사, 잘 할 수 있지?"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다리 관절을 위해 글루코사민을 챙겨 먹는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잊지 않고, 조금이라도 무리를 한 것 같은 날은 어김없이 소고기로 영양 보충을 한다. 매끼 식사는 최고급 영양식. 잘 나가는 대한민국 1% 남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 사체 수색견 킴(애칭 김형사)의 이야기다. 킴의 럭셔리 일상 뒤에는 벌써 2년째 애지중지 킴을 보살피며 훈련시켜 온 김윤상(40) 경장이 있다. 경찰특공대에서 폭발물 탐지견을 조련한 적 있는 김 경장은 2009년 돌연 평택경찰서로 전출을 신청했다. 우리나라에 전무했던 사체 수색견 조련을 위해서였다. 국내 유일무이한 사체 수색견 킴과 킴의 영원한 동반자 김 경장을 만나봤다.

새로운 분야 개척으로 고충 많지만 킴과 함께 보람 느껴
범죄자에 경각심 심어주고, 잃어버린 가족 찾아주고 싶어



지난 14일 취재기자는 우리나라 최초 사체 수색견 김윤상(40) 경장을 만나기 위해 평택경찰서 산하 팽성파출소로 향했다. 검게 그을린 피부의 김 경장을 마주한 순간, 사체 수색견을 조련해온 지난 2년 간 그의 노력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사체 수색견은 외국에는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킴이 유일하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사체 수색견을 조련시킬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 경장은 "국내 경찰견은 경찰특공대에 소속된 폭발물 탐지견이 유일하다. 하지만 폭발물 탐지견을 조련하면서 마약 탐지견 범인 추적견 테러인지범 공격견 등 수사견으로서 필요한 용도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실종자와 시체 유기가 늘어난 현 시점에서 시신을 찾지 못해 범죄자를 검거하지 못하는 사건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 싶었다. 개의 후각능력을 이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고 사체 수색견 조련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개의 후각능력 활용

2년간의 훈련을 받는 동안 킴이 최초로 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아직까지 수사에 도움이 된 성과나 실제로 사체를 찾아낸 적은 없지만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는 김 경장.

실제 수색을 나선 사건에는 단순 실종사건이 많았기 때문에 수색 지역에서 사체가 발견될 가능성은 사실상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김 경장은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성과는 아직 없지만 훈련 성과라면 목적물 200g을 최고 30cm 깊이의 땅에 묻어 킴이 이를 찾아낸 적이 있다"면서 "200g이면 적은 양이지만 평균 사람의 몸무게가 50kg이라고 가정했을 때 무게에 비례해서 묻히는 깊이가 깊어지더라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유기하려는 범죄자들의 경우,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1m 이상 땅을 파기가 힘들기 때문에 충분히 사체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경장은 사체 수색과 실종자 수색에 있어 기초 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범죄의 기초 수사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이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실종자 혹은 사망자의 신상정보를 제대로 파악해야 수색 반경 등을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고 판단 경험을 쌓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김 경장은 앞서 살짝 언급했다시피 경찰특공대에서 폭발물 탐지견을 조련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2년 전국 지방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폭발물탐지견 운영부분 전술평가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7년 첫해 3위를 기록하고 2008년과 2009년 연달아 1위를 차지한 것.

하지만 폭발물 탐지견과 사체 수색견의 훈련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목적물의 차이는 물론이고, 땅속에 묻힌 사체의 경우 바람의 영향을 받아 땅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바람에 씻겨버린다. 때문에 폭발물 탐지견에 비해 후각적인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어 땅에 코를 박을 듯이 바짝 붙이고 신경을 후각에 집중시켜야 한다.

또 폭발물 탐지견은 실제 폭발물을 가지고 훈련을 하기 때문에 목적물의 냄새에 익숙하다. 하지만 사체 사색견의 경우 실제 사체를 가지고 훈련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 경장은 바로 이점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내 피를 뽑아 공에 묻혀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사체를 찾기 위해서는 사체와 유사한 냄새를 이용해 훈련을 해야 했기 때문에 사체와 비슷한 냄새 찾기에 골몰했다. 그 결과 어느 날 우연히 여성의 생리혈이 사체의 냄새와 유사하다는 정보를 얻었다"면서 "국과수 유전자분석실에 문의한 결과 생리혈은 인간 구성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생리혈을 부패시켰을 때 시체가 부패한 것과 대동소이하다는 확답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범인 검거에 도움을

이후 킴의 훈련에 가속이 붙었다. 그럴수록 김 경장의 수고도 배가 됐다. 훈련 초기에는 많은 양의 생리혈이 필요해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했다고.

그런가 하면 김 경장은 ‘가람 경찰견 연구회’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있다. 170여명의 현직 경찰관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김 경장은 이들과 함께 그 동안 경찰특공대에서 근무하면서 전경대원들을 교육시켰던 경험을 살려 수색견에 관심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그 결과 경찰청 2010년 상반기 현장연구모임 연구과제 공모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 경장은 “앞으로 동아리를 일반인들에게도 오픈시켜, 개훈련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등 수색견 훈련을 활성화 시키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경장은 “킴의 수색 성과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실종자 혹은 사망자 가족에게 일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일”이라면서 “그들에게 행복을 돌려줄 수는 없겠지만 아픔을 나누고 포용해주고 범죄자들에게는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다. 나아가 킴과의 훈련과 성과를 통해 경찰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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