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손동현

2017.08.07 10:49:46 호수 1126호

수묵화 속으로 들어간 캐릭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15회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수상한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이 송은 아트스페이스서 열리고 있다. 2년만에 개인전 ‘손동현: Jasmine Dragon Phoenix Pearl’로 돌아온 손동현은 그동안 동아시아 회화사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강조해 온 주요 화론의 형이상학적 개념을 대중문화의 맥락서 재해석하는 작업을 전개해 왔다. 지본수묵화 28점으로 구성된 손동현 전시회 속으로 들어가보자.
 



송은미술대상은 (주)삼탄의 고 유성연 명예회장이 한국미술문화 발전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상이다. 송은미술대상을 통해 지난 10년간 한국의 재능 있는 젊은 미술 작가들이 발굴·육성됐다. 손동현 작가는 2015년 제15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다.

동양화 기법

손동현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화가 사혁이 산수화의 제작과 감상에 있어 필수로 제시했던 6가지 요체인 ‘사혁의 육법’을 근간으로 삼아 6명의 협객으로 이뤄진 인물화 연작 ‘육협’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송은 아트스페이스서 개인전 ‘손동현: Jasmine Dragon Phoenix Pearl’을 진행 중이다.

이번 개인전에선 동아시아 회화와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각자 고유한 무공을 지닌 협객으로 표현한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 손동현은 동아시아 회화사에서 오랫동안 다뤄진 전통적인 사조나 기법, 형식, 매체의 특성을 바탕으로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소재를 동양화로 풀어내는 실험을 꾸준히 해왔다. 

첫 개인전 ‘파압아익혼: 波狎芽益混’을 시작으로 할리우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가상 캐릭터를 동양화 기법으로 재현한 바 있다.


인물화 연작 ‘육협’ 대상 수상
영화속 가상인물 동양화로 그려

특히 인물의 외형 모사에만 그치지 않고 인격과 정신까지 나타내야 한다는 전신사조의 가치를 전제로 삼아 눈에는 보이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를 역설적으로 그려냈다. 이는 전통적인 회화 소재나 접근방법에 대해 반문하고 현재 시점으로 재구성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는 한국의 전통 어좌 위에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을 앉히고 시대별로 변화하는 얼굴과 복장을 정면으로 그려낸 ‘Portrait of King’ 연작과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요 악역 캐릭터를 담은 ‘Villain’ 연작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대중문화의 체계나 동향을 동양화로 표현했다. 
 

대중문화와 전통회화의 결합을 꾀했던 그의 작업 방식은 2014년 개인전 ‘Pine Tree’와 2015년 ‘Ink on Paper’를 기점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캐릭터가 그의 작품서 주인공이자 작업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2014년 이후에는 산수와 인물, 글자와 그림의 관계를 한 인물의 성격이나 특징으로 가정하고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인물화 작업을 시도했다. 이번 전시에선 최근 2~3년간 손동현이 동양화라는 시스템을 어떻게 해부하고 유희했는지 그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손동현은 한동안 의도적으로 작품 수를 정해두고 그림을 그렸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의 싱글 앨범 수에 맞춘 40개의 초상화, 미국의 맨해튼을 부수는 영화 10편을 그린 병풍 형식의 산수화 등이다. 이와 달리 이번 전시에선 하나의 작업에 꼬리를 물고 다음 작업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선보였다.

2014년부터 작품 변화 시작
산수+인물·글자+그림 몰두

흘러내리고 퍼지고 번지는 먹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그대로 받아들여 하나의 인물로 간주하고 그린 ‘Inky Ink’를 시작으로 동양화의 여러 요소를 가지고 인물의 성격이나 특징, 더 나아가 그가 가진 무공과 능력을 간주해 하나의 인물 안에서도 적극적인 실험을 시도했다. ‘Linear Line’과 ‘Broken Splash’는 동일한 밑그림이 사용된 서로 마주보고 있는 거울상의 작품이다.
 

손동현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 글자와 그림의 관계에 대한 고찰 결과도 볼 수 있다. 


글자와 그림의 기원이 같고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는 서화동체론과 서화동원론을 그래피티 형식으로 차용한 ‘The Origin’, 문자가 추상화되는 과정을 포착하고 그것을 다시 인물화로서의 완전한 구상화로 전환한 ‘Lady Composition’ 등은 작가가 수행한 글씨와 그림에 대한 실험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먹을 사용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손동현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드로잉북 역할을 한 화첩과 그 일부를 아카이브 형태로 조명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주로 얼굴과 손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한 그의 작업 과정과 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9월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손동현은?]

서울 출생(1980년)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200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동양화과(2013)

▲개인전


‘Jasmine Dragon Phoenix Pearl’ 송은 아트스페이스 서울(2017)
‘Ink on Paper’ 갤러리2, 서울(2015)
‘소나무’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2014)
‘Where Evil Dwells’ Aando Fine Art, 베를린, 독일(2012)
‘Villain’ 갤러리2, 서울(2011)
‘island’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2010)
‘KING’ 갤러리2, 서울(2008)
‘Logotype’ 두아트 갤러리, 서울(2007)
‘파압아익혼: 波狎芽益混’ 아트스페이스 휴, 서울(2006)

▲수상

제15회 송은미술대상 대상(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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