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평정한 유소연 파워

2017.07.10 09:56:49 호수 1121호

신지애, 박인비…한국인 세 번째 여왕

2015년 10월부터 무려 85주간 세계랭킹 1위를 이어가던 리디아 고를 끊임없이 추격하던 아리야 주타누간과 유소연이 돌아가며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12일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주타누간이 세계 1위에 올라 2주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고 같은 달 26일 유소연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유소연(27·메디힐)은 대회 2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인 10언더파 61타를 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퍼트 난조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날 유소연이 기록한 퍼트 수는 33차례였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빼어난 경기 운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정상 등극

5타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한 유소연은 한때 양희영에게 2타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11번홀(파3)에서 이번 대회 유일한 보기가 나온 데다 양희영이 11번, 12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바짝 따라붙었다. 하지만 맹렬하게 추격하던 양희영이 13번(파4), 14번홀(파5)에서 연속보기를 범하면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올 시즌 첫 2승에, 자신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 시즌 첫 2승이자 통산 5번째 우승이었다. 이 대회 전까지 세계 1위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게 0.48점,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0.02점 뒤진 유소연은 우승 직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평점 8.83점을 기록, 주타누간(8.58점)과 리디아 고(7.93점)를 단숨에 추월했다.

우승 상금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은 유소연은 시즌 상금 100만달러를 가장 먼저 돌파(121만2820달러)하며 상금랭킹 선두를 탈환했다. 올해의 선수, 그린적중률, 톱10 피니시 등 주요 부문에서도 1위를 꿰찼다.


아칸소 우승으로 랭킹 1위 우뚝
‘꾸준함’이 성공 비결로 꼽혀

한국 선수가 여자골프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2010년 신지애, 2013년 박인비 다음으로 세 번째다. 유소연은 2006년 창설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초대 1위’였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비롯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통산 158주)와 신지애, 미야자토 아이(일본), 크리스티 커(미국), 청야니(대만),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박인비, 리디아 고, 주타누간에 이어 세계 1위에 등극한 11번째 선수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유명한 유소연은 초청선수로 출전한 2011년 US오픈에서 우승, 이듬해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 LPGA투어에 입성했다. 3승째였던 2014년 8월 캐나다오픈 우승 이후 지난 4월 ANA 인스퍼레이션까지 2년6개월 가까이 우승하지 못했지만 이달 초 숍라이트클래식까지 64개 대회 연속 컷 통과를 이어가는 꾸준한 성적을 낸 끝에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2014년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LPGA투어 통산 3승을 올린 뒤 4승까지는 2년6개월여를 기다려야 했지만 4승에서 5승까지는 석 달도 걸리지 않았다.

유소연의 올 초 세계랭킹은 9위였다.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선수라기보다는 우승 가뭄을 씻는 게 급해 보였다. 유소연은 지난해 LPGA투어에서 준우승 두 번을 포함, 톱5에 6차례 들었지만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 2015년은 더 심했다. 준우승 두 번 등 톱5에 9차례나 진입하고도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9승에 2011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우승자이니 기량은 검증됐는데, 이상하게 기량만큼 우승이 터지지는 않는 선수로 평가됐다.

유소연은 올 시즌 세계랭킹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부진이 이어지며 애를 태워야 했다.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을 포함해 8경기 연속 ‘톱10’에 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유소연은 그러나 1위 다툼이 치열했던 볼빅 챔피언십에서 56위에 그쳤고 숍라이트 클래식에선 컷오프의 수모를 당했다. 64경기 연속 컷통과 대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스윙 교정…모험 끝 이룬 쾌거
인고의 세월 이겨낸 값진 열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세계랭킹에서 9위를 했던 유소연은 올 시즌 초반 우승 없이도 꾸준한 성적을 내며 3월 마지막 주 자신의 개인 최고순위인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꾸준함의 비결에 대해 유소연은 “매 순간 더 좋아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결과는 신께 맡긴다”고 했다. 바이올린·피아노·필라테스·발레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것도 필드에서 늘 새로운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지난 4월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2년6개월 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당시 준우승자 렉시 톰슨(미국)에게 내려진 시청자 제보 4벌타 사건의 수혜자라는 말로 속앓이를 했다. 그러나 마음을 비워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돌아오니 그 전에 바랐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뤄졌다.


유소연은 여기서 잠시 스스로를 비우기로 했다. 2주간 휴식을 선언하고 이 기간 약점으로 꼽혔던 퍼팅연습에 주력한 뒤 돌아와 출전한 대회가 바로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이다.

유소연은 지난해 1월 LPGA투어 휴식기에 코치를 바꾸고 스윙을 교정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당시 남자골프 세계 1위 조던 스피스(미국)의 코치인 캐머론 매코믹을 찾아가 과감히 스윙을 바꾼 이유는 ‘오래도록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진 않았다. 꾸준히 ‘톱10’에 들었지만, 우승하지 못하면서 세계랭킹 10위 밖으로 벗어났고 한국 선수들 사이의 경쟁에서 밀려 2016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진정한 최강자

그래도 유소연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사실상 스윙 교정의 최종 목표는 세계랭킹 1위에 있었다. 유소연은 세계 12위에 머물던 지난해 10월 “세계랭킹은 1위 말고 다른 순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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