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호의 두 번째 골프인생

2017.06.27 09:51:20 호수 1120호

스타골퍼서 정상급 지도자로

필드를 떠나 ‘프로를 키우는 프로’로 제2의 골프 인생을 살고 있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선두주자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2승,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8승을 거두며 2000년대 중반까지 대표적인 남자골프 스타로 각광 받았던 허석호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필드를 떠난 허석호(44)가 지도자로 돌아왔다. 완전한 은퇴는 아니지만 장기간 일본 생활을 끝내고 사실상 레슨프로로 변신했다. 지난해 시즌 상금 1만3000엔이 모자라 JGTO투어 카드를 잃은 허석호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서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여전한 실력

지난 3월 경기도 성남 남서울골프장 부설 연습장에 아카데미를 차린 허석호는 원래 순수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레슨에 나설 생각이었다. 골프 전문 케이블 방송 레슨 프로그램도 맡았다. 하지만 프로 1호 제자 최유림을 만나면서 노선을 살짝 바꿨고, 이지현을 두 번째 프로 제자로 낙점했다.

그는 “오랫동안 투어 프로 선수로 뛰면서 쌓은 노하우는 역시 프로 선수에게 전수해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석호는 지도자로 변신하자마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지현의 데뷔 첫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이지현은 허석호와 호흡을 맞추자마자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고 곧바로 데뷔 첫 우승을 신고했다. 


현역 접고 레슨프로로 변신
스승에 우승컵 바친 학생도

지난달 28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6446야드)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이지현은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이며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 조정민(23·문영) 등 공동 2위 3명을 1타 차로 따돌리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 GA)투어 3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이지현은 14번홀까지 조정민과 공동선두에 올랐다가 15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1타차로 밀려났다. 16번홀(파5)에서 승부수를 띄운 이지현은 “1, 2라운드에선 여기서 투 온을 시도하지 않았는데 승부를 걸어야 했다. 성공해서 버디를 낚은 게 오늘 승리의 원동력”이라며 기뻐했다. 

승부는 18번홀(파4)에서 싱겁게 갈렸다. 이지현이 가볍게 파를 낚은 반면 조정민은 세컨드샷을 그린 에지로 보낸 뒤 25m가량 되는 긴 퍼트를 턱없이 짧게 보내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최혜진(학산여고)은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낚아 합계 8언더파 208타로 조정민, 이예정과 공동 2위에 올랐다.

끝이 아닌 시작

2015년 정규투어를 시작한 이지현은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2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상금 1억2000만원을 거머쥐었다. 시즌 상금을 2억701만7518원으로 늘리며 6위에 올랐고 대상 포인트 순위도 7위까지 치솟았다.

175㎝에 달하는 큰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 이외에는 특별할 것 없던 이지현은 허석호라는 대선배를 스승으로 만나 드라이버 샷이 곧게 펴졌다. 100m 이내 숏게임도 일취월장했다. 그러자 프로 데뷔 3년 만에 첫 우승이 찾아왔다.

오랜 경험으로 노하우 전수
같은 길 걷는 박도규·이인우

이지현은 “허석호 프로님을 만난 뒤 불안했던 아이언과 드라이버샷이 안정됐다”며 “조언에 힘입어 마지막 날 우승경쟁을 하면서도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편 허석호 외에도 국내 통산 6승을 거둔 박도규(47), 2005년 비발디파크오픈과 2012년 볼빅챔피언십 우승자 이인우(45)도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또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맹활약을 펼친 강욱순(51)은 최근 경기도 안산에 골프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지도자와 CEO로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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