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국민의당 전쟁’ 여수시의회 무슨 일이…

2017.06.12 11:34:01 호수 0호

국민의당 전횡에 민주당 뿔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수시의회가 민주당과 국민의당 전쟁터로 변질됐다. 금권선거부터 시작된 논란들은 여순사건 조례안 문제로 이어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당의 갈등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위태로운 여수시의회의 갈등 내막을 들여다봤다. 
 



여수시의회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양분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시의원 구성을 살펴보면 국민의당 15명, 민주당 9명, 민중연합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나뉜다. 시의장은 5선인 박정채 의장이 맡고 있다. 

금권선거 난무

여수시의회서 국민의당과 민주당 갈등의 핵심은 금권선거 의혹과 여순사건 조례안이다. 금권선거 의혹은 지난해 6월 벌어진 시의장 선거서 발생했다. 국민의당 박정채 의장이 시의장 당선을 위해 표를 매수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박 의장은 시의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김희숙 여수시의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아왔다. 또 박 의장은 휴대전화 사업을 하고 있는 김 의원에게 신규 가입자 3명을 알선하고 차후에도 지속적으로 소개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사건이 있고 난 뒤 시의장 선거는 박 의장의 승리로 끝났다. 3차 결선 투표까지 간 상황서 박 의장은 13표를 획득해 12표에 그친 6선의 민주당 서완석 의원을 1표 차로 눌렀다. 


당시 선거 결과를 두고 서 의원은 “질 수 없다고 생각한 투표서 1표의 무효표 때문에 졌다”고 했다. 무기명으로 행사된 투표서 무효표의 행방은 묘연했지만, 김희숙 의원의 양심고백으로 전말이 밝혀졌다. 

김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300만원을 받은 뒤 돌려주고 휴대전화 사업에 도움을 받았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말한 것이다. 정가에 떠돌던 해당 소문을 근거로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지만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서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 의원 7명은 경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박 의장을 고발했다. 당시 박 의장은 이에 대해 “금품살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나를 음해하는 세력이 꾸며낸 일이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은 이후에 벌어졌다. 박 의장이 검찰서 무혐의를 받은 것이다. 

이에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이려고 했지만 검찰서 영장을 기각시켰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울러 300만원에 대한 뇌물수수 및 공여의 경우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에 경찰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휴대전화 알선의 경우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 검찰에 기소 의견을 냈다. 

하지만 검찰은 휴대전화 사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 의장 고발에 참여한 한 의원은 “휴대전화 알선의 경우 확실히 드러난 부분인데 검찰서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원래 이 사건을 담당하던 여자 검사가 오랫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서 남자 검사로 교체된 뒤 곧바로 무혐의 처분이 났다”고 주장했다. 

여수시 정가 및 시민단체는 이 같은 처분의 배경 이면에 여수시 A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놨다. 여수의 한 시민단체 사무국장은 “A의원과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이 사법연수원 동기”라며 “비록 심증에 불과하지만 지역에선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박 의장이 무혐의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 한 시의원도 심증이라는 것을 전제하면서  “A의원이 본인 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4건이 걸렸는데 3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고 단 1건만 100만원 미만의 벌금을 받았다”며 “당시에도 검찰의 처분에 의혹이 난무했다”고 전했다. 

금권선거 난무…의문의 ‘무혐의’ 처분
끊임없는 조례안 논란…차일피일 미루기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감정의 골은 ‘여순사건’으로 더욱 깊어졌다. 지난달 17일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는 ‘여수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 심의를 보류했다.


이날 상임위 표결서 위원 8명 중 5명은 심사 보류, 2명은 심사 찬성, 1명은 기권했다. 해당 조례안은 지난 2월 시의원 25명 중 15명이 발의했는데 정작 상임위서 보류 처분을 내놔 법안이 묶인 상황이다. 

해당 조례안은 ▲희생자 추모사업 ▲자료 발굴·수집, 간행물 발간 ▲평화 인권 교육 ▲유해 발굴과 평화공원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한다. 
 

여수에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조례안 통과를 미루는 국민의당과 보훈단체를 동시에 비판했다. 그는 “여수시 국민의당이 보훈단체(경우회·재향군인회)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보훈단체들은 ‘국회 차원서 특별법이 만들어진 이후에 조례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서 먼저 특별법이 만들어졌다면 우리(여수시의회)가 왜 이렇게 조례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했겠느냐”며 “여수시가 선도적으로 여순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와 추모사업을 진행해야 위(정부 및 국회)에서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례안은 비단 여수서만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국가의 사과 위령사업 등을 이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사건의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전국적으로 지자체 차원서 시행되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해 3월 이미 해당 조례안이 제정됐고 전남 시군 22곳 가운데 10곳이 같은 이름의 조례를 시행 중이다. 

여수시의회가 여순사건 관련 조례안을 차일피일 미루자 여순사건 여수유족회는 뿔이 난 모양새다. 지난 7일 여순사건 여수유족회는 여수시의회 앞에서 여순사건 관련 조례 제정 보류를 두고 항의했다.

70∼80대 유족 50여명은 “사건의 발발지이고 희생자가 가장 많은 여수서 관련 조례를 차일피일 미룬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번 회기에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여수시의원들은 “여순사건 희생자 특별법이 지난 4월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고 가해자와 피해자 유족들 사이의 갈등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정작 여수에선…

지역 정가에 밝은 여수 한 시민은 “여순사건은 검인정 교과서 5종서 다룰 만큼 한국 현대사에서 큰 사건”이라며 “전남 시군 22곳 중 10여곳서 조례가 통과됐는데 정작 가장 피해가 컸던 여수시서만 조례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순사건은?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전라남도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에 소속 일부 군인들이 일으킨 사건을 말한다. 당시 군인들은 반란을 일으키면서 전라남도 동부 6개 군을 점거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대규모 진압군을 파견해 일주일 만에 전 지역을 수복했다. 이 과정서 2000·500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제주도 4·3사건 진압출동을 거부하고 대한민국 단독정부 수립을 저지하려고 해 여순반란사건, 여수 14연대 반란사건, 여순봉기, 여순항쟁 등으로도 불린다. 당시 이승만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반공국가를 구축했다. <훈>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