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 비자금 담철곤 구속 막전막후

2011.05.30 12:40:06 호수 0호

오리온 회장님 감방행…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16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두달 만이다. 담 회장은 소환 조사를 받은 지 불과 3일 만에 쇠고랑을 차게 됐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사건과 달리 전례가 없을 정도로 초고속 수사가 이뤄진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등을 검찰이 쥐고 있다는 방증이다. 담 회장은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변제하는 히든카드로 ‘바동바동’ 몸부림쳤지만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소환 3일만에 ‘쇠고랑’
검찰, 혐의 입증 자신 ‘검은돈’ 종착지 파악 주력

‘▲지난해 8월 국세청 고발…▲3월22일 오리온 본사 등 압수수색…▲5월6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5월11일 조경민 오리온 사장 구속…▲5월14일 담철곤 회장 자택 압수수색…▲5월23일 담 회장 소환 조사…▲5월25일 담 회장 구속영장 청구▲5월26일 담 회장 구속…’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수사에 나선지 두달 만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6일 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맡은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담 회장이 16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의심됐던 40억원을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본격수사 두달 만에
거물 오너 잡았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최측근인 ‘금고지기’조경민 그룹 전략담당 사장(구속기소), 온미디어 전 대표 김모씨 등을 통해 총 160억원의 비자금 조성을 계획·지시하고, 조성된 자금을 유용한 혐의다. 담 회장은 2006∼2007년 조 사장을 통해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계열사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3개 업체를 I사로부터 인수하는 형태로 회사 돈 200만 달러(한화 20억원)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I사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법인자금 38억원을 빼돌려 10년간 총 20억원의 회사 돈을 성북동 자택 관리비 및 관리원 용역비로 쓴 의혹도 있다. 이밖에 I사가 담 회장 자택 옆 서울영업소 건물에서 운영한 해봉갤러리 관리비 5억원과 I사 서울영업소 임대비 3억원 등도 담 회장의 횡령액으로 잡혔다.

또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지분을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에 헐값 매각해 I사에 3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여기에 총 100억원대에 이르는 회사 소유 그림을 대여료 없이 자신의 집에 걸어놓는 등 총 69억원의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담 회장이 회사 돈으로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린 사실도 밝혀냈다. 담 회장은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리스한 람보르기니, 벤츠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자녀 통학 등 개인용도로 무상 사용해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담 회장은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변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담 회장 측은 “지난달 26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갚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측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제기한 회사 돈을 개인 재산으로 전액 변제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담 회장이 구속을 피하려는 의도로 횡령액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같은 방법으로 구속을 면한 한형석 마니커그룹 회장을 참고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스 기사 참조> 담 회장은 법원행을 앞두고 회심의 ‘변제카드’를 내밀었으나, 결국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초비상 오리온 ‘마님 역할론’ 부상
검, 이화경 사장도 소환 여부 검토

담 회장은 소환을 앞두고 그룹을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담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다. 고조부가 한국으로 건너와 경북 대구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에서 태어난 담 회장은 서울외국인고등학교 재학 시절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이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 사장과 만나 10년 열애 끝에 1980년 결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마케팅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동양시멘트 대리로 입사한 그는 동양제과 구매부장, 사업담당 상무, 영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동양마트 사장, 동양제과 사장 등을 지냈다. 담 회장은 1989년 이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가족 간 협의를 통해 오리온 계열을 이끌다 2001년 이 창업주의 맏사위 현재현 회장(부인 이혜경씨)이 맡은 동양그룹에서 독립했다.

담 회장은 혐의를 딱 잡아떼고 있다. 담 회장은 지난달 23일 19시간 넘게 진행된 소환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등 혐의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날 ‘마라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비자금 조성 사실을 보고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런 일이 아닙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담 회장의 변호인단은 비자금 조성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선 순환출자구조와 배당금, 변제 등의 이유를 들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담 회장 사이에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검찰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담 회장의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검은돈’속성상 담 회장의 비자금 일부가 정·관계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오리온 비자금의 종착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변제했지만 철창신세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

검찰은 “담 회장은 조 사장 등 측근들에게 비자금 조성 및 관리를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다”며 “그동안 수사를 벌여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진술 등을 확보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담 회장은 이미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 방어 태세에 돌입한 모양새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 모였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유명한 변호사들이 담 회장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담 회장 측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 김정기 전 제주지검장, 서향희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여기에 검찰청에서 이름 꽤나 날린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추가로 영입하고 있다.

2007년 11월 검찰총장에 임명된 임 전 총장은 2009년 6월 검찰 조사를 받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책임을 지고 퇴임, 한달 뒤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2009년 8월 발령에 불만을 품고 제주지검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 전 지검장은 그해 9월부터 법무법인 다담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눈길을 끄는 담 회장의 변호인은 서 변호사다. 지난 4월부터 법무법인 새빛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서 변호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박지만 EG 회장의 부인이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는 시누올케 사이인 셈이다.

선장 잃은 ‘오리온호’는 패닉 상태다. 담 회장이 구속되자 오리온그룹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즉각 임원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그룹 측은 “계열사별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오너가 없다고 해서 경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오리온그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채진 전 총장 등 호화 변호인단 방어
‘박근혜 올케’ 서향희 변호사도 껴 있어

실제 이번 담 회장의 구속으로 오리온그룹은 상당기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담 회장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담 회장이 재판 중간에 보석 등으로 풀려난다고 해도 검찰과 담 회장간 법리공방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통 한 사건이 터지면 최종 판결까지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걸린다.

담 회장이 유죄로 판결날 경우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중에 혐의를 벗더라도 큰 타격을 입은 오리온그룹의 대외 이미지가 원상회복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있어도 오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며 “원가 압박 등 풀어야 할 현안에 오너 부재에 따른 심리적인 부담까지 겹친 회사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담 회장 부재에 따라 ‘이화경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 사장이 부군 대신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남편의 빈자리를 메워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온 김 사장은 1975년 동양제과 평사원으로 입사해 구매부, 조사부, 마케팅부 등을 거쳐 2000년 사장에 올랐다. 담 회장과 결혼 뒤 ‘부부경영’체제로 그룹의 한 축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외식 부문을 맡다 실적 부진으로 온미디어, 롸이즈온 등 주력 계열사를 매각한 상태다.

경영 공백 불가피
대외 이미지 타격

이 사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오리온의 지분 14.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담 회장(12.9%), 이 사장 모친 이관희씨(2.7%), 자녀 서원·경선씨(각각 0.5%) 등도 ㈜오리온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오너일가는 ㈜오리온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을 장악하고 있다. ㈜오리온은 핵심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자리에 있어 다른 그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강하다. ㈜오리온은 상장사인 미디어플렉스(57.5%)를 비롯해 스포츠토토(66.6%), 스포츠토토온라인(30%), 메가마크(100%),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100%), 오리온음료(100%), 오리온레포츠(86%) 등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검찰의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담 회장 수사와 별도로 이 사장의 소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이 조경민-홍송원 ‘키맨 2인방’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수수처로 의심한 이 사장은 비자금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짙은 강남구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부지 매매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이 사장마저 잘못된다면 오리온그룹으로선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 수사. 세간의 시선은 담 회장 구속 못지않게 ‘다음 타깃’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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