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특집>⑭꼴찌 예상 깨고 해태 우승 이끈 ‘대도’ 이순철

2011.05.27 17:48:03 호수 0호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야구팬들은 1996년의 ‘해태 타이거즈’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시즌 전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력을 과시하더니 급기야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일궈냈던 것이다. <일요시사>가 태동하던 그 해, 각본 없는 드라마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이순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만나보았다.

최고의 선수에서 비난해설 일인자로
"한 번 더 유니폼 입어보고 싶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90년대 까지만 해도 ‘해태 타이거즈 천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95년까지 7번의 우승, 하지만 96년도는 판도가 달랐다. 팀의 주축선수인 선동열의 일본 진출과 간판타자 김성한의 은퇴, 군복무중인 이종범과 이대진의 부재로 시즌 전 최약체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과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과 특유의 강인한 ‘타이거즈 정신’으로 3년 만에 다시 한 번 팀 우승을 이끌어 냈다.

프로야구에서 통산 14시즌을 뛰며 8번의 우승 감격을 맛봤던 이순철 해설위원은 “4년 연속 우승한 적도 있지만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한 우승이라 가장 값진 기억으로 남는다”라며 15년 전의 우승이 가장 보람됐고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해태는 시즌 전 최약체로 평가되며 시즌 초반 꼴찌에서 헤매다 이종범과 이대진이 병역의무를 마치고 그라운드에 복귀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6월과 7월 각각 10연승을 내달리며 공동1위로 도약하더니 8월에는 단독선두 자리에 우뚝 섰다. 한때 쌍방울이 11연승을 하며 2위로 도약해 선두 유지가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 페넌트레이스 1위를 결정지었다. 당시 태평양을 인수한지 한 시즌 만에 돌풍을 일으킨 현대 유니콘스와의 한국시리즈는 6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4승2패로 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가장 값진 우승

이처럼 1996년 해태의 통합 우승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팬들의 예상도 뛰어넘는 한편의 드라마로 기억된다. 지난 1일 이 해설위원은 자신이 쓰는 칼럼에서 ‘프로야구 하위팀들, 96년 해태를 보고 힘내라’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후배들에게 그때의 해태를 교훈 삼으라는 뜻에서다. 전력의 열세를 딛고, 지금 하위권이라고 해서 실망하지 말고 선수단이 하나가 돼 운동장에서 열정을 불태운다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이름을 날리며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한다. “프로리그가 출범 했었지만 제도나 시설, 리그 수준, 경험 등 모든 부분에서 많이 아쉽다. 지금에 비하면 ‘세미프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국야구는 팬은 늘어났으나 시설이 많이 낙후됐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선수들이 복도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불편하게 경기 준비를 하는 경우가 없어져야 할 것이고 팬들도 편안하게 야구를 볼 수 있게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한국 야구계의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의 의무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끊임없는 내부경쟁을 통해 기량을 향상 시켜 수준 높은 경기와 좋은 플레이를 선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팬들이 끊임없이 야구장을 찾고 그것이 곧 한국 야구 발전의 밑거름이라는 신념이다.

LG감독 시절에 대해 이 해설위원은 “나름대로 공부를 하며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중요한 자리를 맡아 경험 부족도 있었고 더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상훈 선수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알려진 대로 기타를 못 치게 했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다. 전지훈련 캠프와 경기 중 라커룸에서도 친다는 보고를 받았다. 단체생활을 하는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시간에 칠 것을 요구 했는데 이것이 진정성은 묻히고 잘못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해설위원은 직설적인 어투로 후배 선수나 감독의 잘못을 비판하는 일명 ‘비난해설’이라는 특유의 해설스타일로 주목 받았다. 이는 진행자 역할에 머물던 해설의 기본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난 해설에 대해 그는 “짚고 넘어 갈 것은 짚고 넘어가고 있는 그대로의 해설을 정확하게 하려 한다. 야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팬들의 수준도 높아져 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해설을 하고자 했다”며 “후배들에게도 발전방안을 제시해 주고 싶어 안타까운 마음에서 쓴 소리를 한다”고 했다. ‘비난 해설’이 ‘원칙’은 없고 ‘비난’만 난무하는 해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생소하다 느꼈던 팬들도 이제는 많이들 이해해 주는 편이고 후배들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결과가 좋다며 내심 흡족해 했다.

야인으로서 9구단 창단에 대한 입장은 “대단히 환영한다. 9구단에서 안주하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내친김에 10구단까지 창단해 양대 리그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차기 신임총재의 현명한 판단과 10구단 창단에 대해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 판세에 대해 “SK가 최근 주춤하긴 하지만 1강으로 분류하고 최약체 한화를 제외한 6개 팀이 치열한 순위싸움을 하며 혼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본다”며 “허리와 마무리가 강한 삼성과 두산이 조금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한 것으로 보이고 롯데와 LG는 마무리의 부재를 어떻게 보완하는지가 관건이다. 의외로 넥센이 고춧가루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끝없는 야구 열정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다는 그는 지금 느끼는 점을 서서히 계획하고 기획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펼쳐보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며 “한 번 더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추후 감독으로서 다시 그라운드에 서보겠다는 욕심을 나타낸 것이다.

‘자신에게 있어 야구란?’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하는 이순철 해설위원.

“죽을 때 까지 야구 발전을 위해 살 것이다. 옛 영광을 재현해보고 싶은 꿈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열정에서 한국 야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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