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보배 기자] 청소년들 사이에 잇따른 학교폭력의 잔인한 형태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경악케 하고 있다. 누구를 막론하고 청소년이라면 존중받아야할 최고의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으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유린당하고 있는 것. 이에 (재)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은 지난 3일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지켜봐야할 학교폭력 7대 재앙을 발표하고,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관련 당사자 및 범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재)청예단 학교폭력실태조사 발표 경고
초중고생 22%, 1년 동안 학교폭력 경험
학교폭력은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공포인 따돌림과 괴롭힘, 집단으로 친구를 괴롭히고 마구 폭행하는 집단폭행, 피해를 입는 친구들을 보고도 외면하는 아이들, 빵셔틀과 졸업식 뒤풀이 등 여러 형태로 청소년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와 관련 청예단은 지난 3일 학교폭력이 가져올 수 있는 7대 재앙을 발표했다. 청예단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죽음의 고통과 함께 일상생활의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
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 10명 중 3명이 고통을 호소했고, 이 중 30%는 피해 후 죽음을 생각한다고 응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었다. 또 10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피해 후 학교 등교거부를 호소했다.
자살충동·등교거부
일상생활의 파탄 가져와
청예단이 초·중·고등학생 3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 많이 고통스러웠다 + 고통스러웠다가 60.8%로 드러나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고통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고통정도를 살펴보면 남학생의 경우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가 10.4%, 많이 고통스러웠다는 응답은 19.7%, 고통스러웠다는 29.8%로 집계됐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각각 23.3%, 20.7%, 19.8%로 나타나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학교폭력 이후 훨씬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살 충동에 대해서도 남학생은 전혀 없다는 74.2% 의견을 제외한 25.8%가 1년에 1~2번 이상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고, 여학생은 55.6%의 전혀 없다는 의견을 제외한 44.4%가 1년에 1~2번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등교거부에 대한 분석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전혀 없다는 47.8% 의견을 제외하고 최소한 1년에 1~2번 이상씩은 모두 등교 거부에 대한 충동을 느꼈던 것.
이어 청예단은 학교폭력의 7대 재앙 중 두 번째로 만연화 된 학교폭력을 꼽았다. 당하고도 폭력인지 장난인지 모를 정도로 학교폭력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졸업식 뒤풀이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고, 학생 간 계급권력의 존재로 피라미드식 폭력과 착취주고, 사이버 폭력, 성폭력 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런 행동이 학교폭력인지 모를 정도로 일상화, 만연되어 있고, 이는 학생들 자신의 행동의 학교폭력인지 아닌지 조차 모르는 상태로 폭력을 가하고, 피해 학생 역시 당하고 있는지 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나아가 학교폭력은 학생들이 장난으로 또는 이유 없이 폭력으로 응대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실제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27%가 장난이라고 답했다. 이어 23%는 상대학생이 잘못해서라고 말했고 오해와 갈등(16%) 이유없음(13%) 순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청예단은 "가해학생의 장난과 상대방이 잘못하면 폭력으로 당연하게 해결한다는 폭력에 대한 일상적이고 관대한 우리사회의 병폐적인 모습이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폭력
아이들 목 조인다
그런가 하면 청예단은 보이지 않는 학교폭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살펴보니 신체폭력은 25.8%로 나타났고, 집단따돌림? 괴롭힘은 42.9%로 집계돼 눈에 모이는 유형의 폭력피해에 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어 피해당하는 학생들의 현실과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청예단 측은 "보이지 않는 폭력 유형들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급한 조치와 보호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당하는 장소는 학교교실, 복도, 화장실 등 학교 내가 75.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폭력 피해를 당하는 시간 역시 쉬는 시간, 점심시간, 수업시간 등 학교 내(68.8%)로 집계돼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안에서 학교폭력에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청예단은 학교폭력의 7대 재앙 가운데 하나로 아이들을 위협하는 말초적 미이디어물의 난무를 꼽았다. 폭력영화, 인터넷, 시뮬레이션 게임, 애니메이션 등 영상매체의 폭력과 잔인함, 선정성 등이 트렌드에 익숙하고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실제 이런 미디어물이 학교폭력에 끼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느낀 청소년은 과반수 이상인 53.7%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청예단은 이런 학교폭력 전문 상담기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청소년들 역시 학교폭력전문상담기관의 필요성과 관련, 필요하다+매우 필요하다가 61.6%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청예단은 "현재 관련부처에서 가족 및 청소년 상담기관을 운영·지원하고 있으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원하는 학교폭력 SOS 지원단 이외에는 학교폭력상담지원을 전문적, 실제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학교폭력전문상담기관의 16개 시도별 확대와 지원 강화가 시급하고, 아울러 16개 시도에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한 조례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근절 위한
10개 요구안 발표
학교폭력 7대 재앙을 분석한 청예단은 이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10개 요구안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청예단은 정부를 향해 점점 더 심각해지는 폭력과 이로 인한 청소년 자살, 등교거부 등의 폐해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법규를 실효성 있게 재정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쟁위주의 교육방식이 아닌 인성 및 공동체 의식 교육을 확대·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폭력을 목격하도고 모른척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학생들이 그 이유로 같이 피해를 당할까봐(27.5%) 관심이 없어서(24.6%)라고 답한 것은 성적위주의 교육과 인성교육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라는 주장이다.
세번째로 괴롭힘, 따돌림 등 보이지 않는 학교폭력으로 피해 받는 학생들을 위해 실제적인 보호조치와 체계를 강화하고,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강도 있는 처벌조치와 특별교육 등 제대로 된 선도와 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41%는 가해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30%는 피해학생에게 사과하고 일이 좋게 해결됐다고 답했다. 거의 대부분의 가해학생이 처벌을 받지 않은 것.
제대로 되지 않은 처벌은 자신의 가해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고 이는 지속적인 학교폭력을 낳게 된다. 이에 청예단은 "가해학생들의 처벌에 국한하기 보다는 잘못된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처벌과 교육이 적절히 병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돌림·괴롭힘 등 보이지 않는 폭력 심각
학교폭력 대책강화·예방활동에 앞장서야
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매체와 게임에 대한 정부차원의 규제 대책과 청소년 보호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긴급 보호 및 지원과 학교폭력전문상담기관을 설치·확대할 것을 지적했다.
학교폭력과 피해자와 목격자에 대한 신고와 보호조치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각 지자체에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대책과 예산편성을 확대·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심각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이 아닌 체계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예산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청예단은 학교 측의 실효성 없는 대규모 강당식 전달교육과 방송강의를 당장 중지하고, 1만 여개의 학교에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들의 학교폭력 전문교육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